서평
복음주의 설교자, 마틴 로이드 존스의 생애
우리나라 목회자나 경건한 성도라면 마틴 로이드 존스의 책을 한 번 쯤은 다 읽어 보았을 것이다. 그만큼 그의 설교와 책은 우리에게 은혜가 되기에 지금도 역사하고 있다. 비록 그는 1981년에 생을 마감하였지만 여전히 그가 전한 말씀은 살아 역사하고 사람을 변화시키고 하나님께로 인도하는 능력이 되고 있다. 그러고 보니 그는 생전에는 에버라본에 샌드필즈와 런던에 웨스트민스터에서 사역했지만 사후에는 세계강단에서 사역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필자가 로이드 존스를 처음 접했던 것은 20대 중반이었다. 군대를 전역하고 복학하기 전 홀로 해외여행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내가 가지고 갔던 유일한 책은 그의 “교리강좌” 3권이었다. 여행하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하나님의 구원 계획과 성령의 역사하심과 교회와 종말에 관한 그의 책을 보면서 기독교 교리가 이렇게 은혜롭고 부드럽다는 것을 체험하였다. 당시 여전히 뜨거운 경배와 찬양이 최고의 예배라 생각되던 시절에 한 줄기의 진리가 영혼을 거듭나게 하고 풍성하게 적시는 최고의 예배라 확신하게 되었다.
그 후 그의 《부흥》을 읽고 《성령세례》를 읽으며 하나님께서 거듭남 이후에도 특별한 은혜를 부어주셔서 귀하게 쓰임 받고 성령의 능력으로 살아가는 거룩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기도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 설교에 대해 강의 한 것을 기초로 출판된 《설교와 설교자》는 지금도 1-2년 마다 한 번씩 보는 책인데 교회에 세워진 설교자로서 나의 마음가짐을 바르게 세워주는 귀한 책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20세기 최고의 설교자라고 인정받는 마틴 로이드 존스의 전기이다. 이 시대에 탁월한 부흥신학자요 전기 작가로 사역하고 있는 이안 머레이가 기존에 로이드 존스의 전기를 2권으로 두껍게 썼지만, 다시 재구성하고 요약하여 오늘의 세대를 위해 새롭게 재 집필하였다. 필자는 타 출판사에서 3권으로 번역이 된 건 그 자료와 양이 너무 방대하여 접근을 못했는데 이번에 새롭게 나온 책을 통해 그의 삶을 이제야 조명하게 되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로이든 존스는 촉망받는 의사였다. 런던에 위치한 세인트 바돌로뮤 병원에 입학하여 의학을 배우고 왕립 주치의였던 호더 경의 수석 어시스턴트 역할까지 하는 장래가 찬란하게 예비된 의학도였다. 그러나 거부할 수 없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이끌려 그는 그 세상이 부러워하는 자리를 내버리고 세상이 멸시하는 십자가와 부활을 증거하는 자리에 서게 된다.
로이드 존스도 이 소명을 확신하기까지 그도 인간인지라 갈등을 하고 고뇌를 한다. 그러나 결국 그가 설교자를 선택하게 될 때 결정적인 세 가지의 이유가 있는데 그에게는 영적으로 무너져가는 웨일즈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었다는 것이고 또한 강단이 빈궁해져 가고 변질되어가는 것에 대한 애타는 마음이 있었다. 또한 갈등할 당시에 세속의 야망을 추구하던 주변인들이 공허해하는 것을 보며 이 땅에 유일한 소망은 오직 그리스도임을 확신하게 된다.
이후 로이드 존스는 1927년부터 1938년까지 샌드필즈에서 담임으로 사역을 한다. 이 시기에 하나님께서 그를 통해 놀라운 부흥을 주시는데 회심과 영적각성의 은혜가 교회 위에 부어졌던 것이다. 이 낙후된 지역과 노동자와 약자와 소외층이 많았던 교회에 하나님의 희망이 빛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영향력은 교회를 넘어 지역까지 순회하며 영적으로 교회와 성도를 새롭게 하는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 의사를 그만두었다는 것에서 주목받는 게 아니라 그의 메시지로 주목을 받게 된다.
그리고 마틴은 1938년부터 1968년까지 30년 동안 그의 전성기를 런던에 위치한 웨스트민스터에서 젊음과 열정을 불태우게 된다. 특별히 이 시기에는 2차 대전이 있었던 시기인지라 나라가 어수선하고 불안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로이든 존스는 전쟁은 인간이 하나님 외에 세상을 사랑하고 탐욕을 추구한 죄의 결과임을 설교하고 오직 우리의 소망은 하나님이시고 그분만이 구원과 평안임을 위로의 메시지로 전달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회심하고 하나님을 만나는 역사들이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로이드 존스는 은퇴 이후 그동안의 설교들을 바탕으로 출판을 하게 된다. 아울러 1957년에 설립된 〈베너오브투르스 트러스트〉출판사를 통해 잊혔던 청교도와 고전을 발굴하기도 한다. 은퇴 후 주어진 이 13년의 출판 사역은 그의 영향력을 더 세계적으로 넓히는 계기가 되었고 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영적성숙과 교회의 회복을 돕는 소중한 사역이 되었다.
이렇게 그의 생애를 간단하게 세 부분의 나누었지만 필자는 이 책을 밤마다 조금씩 읽어 나가면서 감격이 되고 가슴이 뜨거워졌다. 로이드 존스의 전기라고 하지만 필자는 이 글을 보며 하나님께서 그의 인생을 붙잡으셔서 성도를 회심시키고 교회를 새롭게 하며 시대를 깨우는 하나님의 구원이 보였다. 시대가 어두워져가고 진리는 약해져가고 강단은 세속화되고 교회는 무능력해져가는 배경에서 하나님이 시대를 깨우기 위해 준비한 사람이 그였다는 손길이 느껴졌다.
로이드 존스는 당시 도덕적으로 무감각해지고 타락하고 성경의 권위가 무너져가는 웨일즈와 영국을 보며 우리 시대에 제대로 하나님의 말씀을 전파한 사람이 있었다면 이런 결과가 만연할 수 있겠냐며 개탄한다. 위대한 부흥의 시대에는 그에 걸맞은 하나님의 설교자들이 있어서 회개와 구원의 역사가 나타나고 삶의 거룩함으로 열매가 풍성했는데 오늘날 그런 하나님의 심정에 사로잡힌 설교자가 없기에 모든 게 무너지는 결과라고 진단한다.
그래서 그는 사역 기간 동안 지난 교회시대에 놀랍게 부어주셨던 부흥을 간절히 사모한다. 지금의 성도를 거듭나게 하고 교회를 구원의 방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전적인 성령님의 역사임을 믿고 그는 과거에 허락하신 그 영적 추수를 이 시대에도 동일하게 일으켜주시길 기도한다. 그의 설교와 사역이 빛이 있고 은혜가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부흥을 기도했기에 나타난 응답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 전기를 통해 그의 목마름을 볼 수 있었고 이것이 오늘 이 시대를 사는 목회자와 성도에게 꼭 필요한 은혜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세상을 사랑하여 무디게 살아가고 영적 민감함 없이 그저 시대의 조류에 휩쓸려 가는 우리의 모습인데, 여기에 생기가 공급되어 죽은 것이 살아나고 메마른 곳이 거룩해지는 그런 사모함이 회복되었으면 좋겠다. 하나님만이 구원자이고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다는 그런 영적 변화들이 우리 시대에 일어나길 소망해본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넘어갈 수 없는 것은 바로 1967년 킬 대회 이후에 분열되는 복음주의이다. 이 대회를 기점으로 영국에는 존 스토트와 제임스 패커를 중심으로 신복음주의가 등장하여 에큐메니컬에 동참하게 된다. 그에 비해 로이드 존스는 에큐메니컬은 자유와 평화와 정의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비복음주의적인 운동이라 하며 그것에 협력하는 것은 교회가 무엇이며 그리스도인은 누구인가에 대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교회를 혼란스럽게 하고 진리를 흐리게 하는 것이라 하며 경계한다.
이미 존 스토트와 로이든 존스는 갈라서기 시작했기에 이 대회를 기점으로 그 간격은 더 벌어지게 되었다. 존 스토트는 자유주의자들이 이미 복음을 이해하고 그리스도를 고백했기에 하나의 교회로 연합하는 것에 문제가 없고 손을 잡으면 교회가 세상에서 더 많은 일을 하며 큰 영향력을 펼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로이드 존스는 이것은 하나 되기 이전에 성경의 권위의 문제이고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에 대한 것이고 역사적 기독교의 존중과 계승이기에 동참하지 말아야한다고 한다. 그래서 로이드 존스는 복음주의를 망치는 자라는 비난을 듣게 반대세력 또한 많아지게 되었다.
여기서 필자는 생각하기를, 우선 책의 해설서에 보면 박영선 목사님의 말씀처럼 기독교 역사 전체를 통해서 보면 양 극단을 통해 하나님께서 그 속에 풍성한 것을 더 담게 하시는 섭리였다는 것이 공감이 되었다. 또한 두 사람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감당해 내었던 것이고 특별히 비난과 오해 속에서도 로이드 존스가 외롭지만 인내하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며 당대에 균형을 잘 잡아낸 것이라는 말에 동의가 되었다.
그리고 이에 덧붙여 필자가 보기에는 로이드 존스는 분리주의자가 아니었다. 그는 사회참여와 사회적 책임을 무시하자는 게 아니었다. 먼저 교회의 본질은 생명과 진리의 회복이라는 사명을 지켜내자는 것이었고 복음에 있어서도 연합이 목적이 아니라 영혼 구원이 우선이라는 그 가치와 목적을 수호하는 것이었다. 형식적인 신자와 명목상 복음주의자가 많아지면 생명력과 영향력이 약해지기에 진실한 복음주의를 추구하자는 주장이었다.
끝으로 필자의 생각에 1967년 킬 대회 이후 신복음주의에 출현으로 복음주의라는 말이 범위가 넓어져서 그 핵심 되는 가치들이 흐릿해졌기에 다소 부정적인 의미가 되어버린 것 같다. 그러나 로이드 존스의 복음주의는 개혁주의 관점과 일치하는 복음주의이다. 성경을 근본적인 판단 기준이요 유일한 기준으로 삼고 거듭남과 회심을 강조하며 기도와 거룩한 삶을 중요하게 여긴다. 또한 부흥을 사모하며 하나님의 영광을 소중히 여기며 그분의 전적인 주권을 인정한다.
이런 로이드 존스의 복음주의는 그의 사역과 설교 속에 그대로 녹아졌고 하나님의 영광을 추구하는 간절함이 그의 일생 순간순간마다 드러난다. 그리고 은퇴 후 출판 사역에서도 이런 정신과 목적은 반영이 된다. 그러기에 비록 그는 죽었지만 지금까지도 그의 설교와 책들이 우리에게 진리를 가르쳐주고 하나님께로 인도하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이 책을 통해 주님과 주님의 진리 위해 한평생 살고자 하는 감격을 담고자하는 이들에게 일독을 정중히 권하고 싶다.
● 저자 이안 머레이
탁월한 전기 작가이자 부흥신학자로, 1931년 잉글랜드 랭커셔에서 태어나 맨 섬의 킹 윌리엄 칼리지와 더럼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1955년에 목회를 시작한 머레이는 시드니 노턴과 함께 「진리의 깃발」(The Banner of Truth)지를 발행하였고, 마틴 로이드 존스에게 발탁되어 1956-1959년 웨스트민스터 채플에서 그를 도와 사역했다. 1957년 잭 컬럼과 함께 The Banner of Truth Trust 출판사를 공동 설립한 이후, 청교도와 개혁주의 서적을 널리 보급하여 개혁신앙과 부흥신학의 중흥에 크게 기여했다. 또한 런던 그로브 교회와 시드니 자일즈 장로교회에서 10여 년간 목회하기도 했다. 『부흥과 부흥주의』『성경적 부흥관 바로 세우기』『오래된 복음주의』(부흥과개혁사) 등 여러 작품을 저술한 그는, 특히 조나단 에드워즈, 찰스 스펄전, 아더 핑크와 같은 교회사의 영적 거장들의 삶을 조명한 전기를 저술하여 많은 유익을 끼쳤다. 은퇴한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집필 활동을 하는 동시에 세계 여러 분야의 그리스도인들을 방문하여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