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하나님께로 가는 거침없는 믿음의 길
브레넌 매닝은 가톨릭 가정에 태어나 프란체스코회 수도사가 되었으나 예수님을 깊이 체험한 후 또 다른 삶을 살기 위해 수도원을 나와 가톨릭과 개신교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폭넓은 강연과 학술로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작가이다. 하지만 북미에 그의 책이 소개될 당시에 국내 어느 출판사도 이 작가에게 주목하지 않았다. 그의 책이 소개된 것은 거의 근래의 일이다. 그가 북미에서 많은 독자층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교회에 그의 책이 많이 소개되지 않았던 것은 국내의 작가 편중 현상이 한몫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그의 책들이 수권이나 번역되어 출판된 것은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의 글은 신앙적인 깊이가 있고, 지적인 탁월성이 있다. 살아온 인생을 말하는 자의 강력한 메시지가 들어 있다. 이제 그의 글들을 국내 기독교인들이 많이 사랑하고 있다. 복 있는 사람에서 나온 <신뢰>라는 책은 ‘그 무엇도 신뢰하지 말라’는 현대인들에게 ‘하나님을 향한 절대적인 신뢰’라는 새로운 도전을 주는 귀한 메시지다.
이 책 <신뢰>의 주제는 표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하나님께로 가는 거침없는 믿음의 길'이다. 이 신뢰(Trust)라는 제목에는 특별한 수식어, 즉 ‘거침없는’(Ruthless)이 붙는다. 그리하여 인간이 하나님을 향하여 할 수 있는 가장 큰 신뢰와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신뢰에 이 단어 ‘Ruthless’를 수식하는 이유가 이 책을 읽어 가는 사람들의 궁금증이 되고, 작가는 이 제목에서 보여준 상이한 이 두 단어(Trust와 Ruthless)의 조합을 통해 자신의 논지를 차근히 풀어나간다.
즉 이 책에서 ‘Ruthless Trust’는 자신에게 갇힌 마음에서 하나님을 향한 외부로 시선을 돌리게 하는 결정적 단어로 역할하며, 이 책을 읽는 이들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에 그동안 잊고 살았던 하나님을 향한 신뢰와 나를 향한 하나님의 신뢰와 만날 수 있게 한다.
저자는 12장으로 구성된 ‘거침없는 신뢰’를 향한 과정을 처음에는 각기 독립된 이야기처럼 서술한다. 각 장마다 그 생각들을 지지하는 많은 신학자와 사상가들의 글을 인용하기도 하고, 성경 본문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들을 부연하여 각각의 주장들을 점검하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작가는 이 책이 가치 있는 12가지 주제에 대한 지식적인 탐구서가 되게 만든다.
이 책에서 크게 와 닿는 부분은 이 12가지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저자가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그 주제 안에서 들려줄 때이다. 그는 자신의 삶 속에서 경험한 12가지 이야기들을 그 내용 가운데 포함시키고 있는데, 직접 경험한 고통, 좌절, 그리고 자신을 향해 부어진 하나님의 임재에 대해서 솔직히 고백한다.
아마도 독자들은 이 책을 읽는 가운데 너무도 철저하게 솔직한 저자의 고백에 놀랄 것이다. 인생에서 최고조로 힘들었던 알코올 중독 시절, 길거리에서 외쳤던 고백을 이야기하는 저자의 목소리는 진한 눈물이 배어 있고, 하나님의 영광의 경험 앞에서 소리치는 부분에서는 그가 만난 거룩하신 하나님의 영광의 빛 가운데 동일하게 선 기분이 들만큼 생동감이 있다.
결국 독자들은 저자의 이러한 살아 있는 고백 앞에서 각 주제에 대한 지적인 동의뿐 아니라 정서적인 동의가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된다. 이 자연스러운 12과정을 차근히 밟아온 이들은 어느덧 이 12가지 주제가 한 가지 이야기를 향해서, 즉 하나님을 향한 자기 연민의 제한된 믿음에서 하나님을 향한 거침없는 믿음으로 나아가게 됨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그와의 감정이입 속에서 이 신뢰라는 주제 앞에 서게 되고, 또 다른 아름다운 세계에 대한 희망을 보게 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그 모든 것을 읽은 독자들로 하여금 인간의 수준에서 하나님을 향해 신뢰한다고 말하는 얄팍한 수준의 고백이 아니라, 저자가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Ruthless라는 수식어가 붙은 ‘신뢰’로 하나님을 신뢰하는 이가 될 것을 소망하게 만든다. 말하자면 하나님을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그분을 향한 ‘신뢰’ 안에서 그분께서 주시는 모든 것을 누리는 이가 될 것을 꿈꾸게 한다.
나는 브래넌 매닝의 〈신뢰〉라는 책을 통해서, 차가워 질대로 차가워진 마음으로 하루를 버티고 있는 우리 독자들의 마음에 한결 따뜻함이 생겨나기를 소망해 본다. 어느 것도 믿기 힘든 불신의 세계에서 모든 것을 의심하며 살았던 마음에 전혀 의심할 필요 없이 믿어도 되는 ‘아바’ 하나님을 향한 거침없는 신뢰가 생겨나기를 소망해 본다. 당신과 내가, 하나님의 말할 수 없는 사랑으로 시작된 그 거침없는 신뢰 앞에 함께 신뢰의 고백을 드릴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해 본다.
저자 브레넌 매닝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깊은 신앙이나 헌신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젊은이였다. 모든 것이 순조롭던 어느 날 자신이 바라던 성공의 결과가 얼마나 헛된 것인지를 깨달으면서, 그는 프란체스코 수도원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예수님을 체험하고 사제가 되었다가 여러 해가 지난 후, 또 다른 삶으로의 부르심을 받아 수도원을 떠난다. 주께서 사랑하시는 사람들이 대개 그러하듯, 브레넌 매닝의 신앙은 구체적인 삶 속의 역경을 통해 단련된 신앙이다. 따라서 그가 말하는 하나님, 그가 말하는 믿음, 그가 말하는 헌신은 안전한 틀 속의 개념이나 머리에서 나오는 생각이 아니라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절절한 고백들이다.
현재 그는 개신교와 가톨릭의 경계를 넘어서서 탁월한 강연과 저술을 통해 북미 및 유럽의 그리스도인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별히 개신교의 영성작가들과 지도자들이 그의 삶과 저서들로부터 깊은 영적 통찰과 영감을 얻고 있다. 그의 저서로는 「아바의 자녀」「사자와 어린양」「신뢰」(복 있는 사람), 「한없이 부어 주시고 끝없이 품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규장)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