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이건 ‘사랑’이다
한 교회의 담임이 되어, 가장 큰 변화는 ‘성도들이 장례를 나에게 부탁한다’는 것이었다. 고인의 시신이 장례식장을 떠나 묘지로 향하는 발인 때, 목사는 상주나 영정보다 앞에 서 그 마지막 장지로 가는 길을 인도한다. 장례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목사의 뒤를 따라 걷는다는 것만으로도 죽음과 관련하여 목사의 위치를 알 수 있다. 목사는 성도의 마지막 천성 가는 길 즉 죽음에 관한 ‘길잡이’인 것이다. 장례의 절차를 인도하는 동안, 나는 목사는 삶을 가르치는 것만큼이나 죽음을 가르쳐야 하는 사람이며, 삶의 전문가는 될 수 없어도 죽음과 관련해서는 반드시 전문가는 되어야 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이전 저작들과 설교에서, 천국은 죽어서 가는 곳이 아닌 이 땅의 실제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죽어서 가는’이 아닌, 살아서 ‘살아야’ 하는 천국이 저자의 주요 논지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자는 성도의 죽음이라는 상황들을 경험하며, 그 상황 가운데 임재하신 하나님을 맛보며 ‘죽어서 가는 천국’에 대한 소망의 중요성을 경험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죽어서 가는 천국에 대한 소망이 분명하지 않은 이에게 살아서 만들고 누려야 하는 천국에 대한 희생을 요구할 수 없는 까닭이다. 저자는 영원한 천국에 대한 소망을 설교하며 ‘삶과 죽음’ 둘 다를 ‘천국의 소망’으로 채워가는 것을 보여준다.
죽음에 대한 묵상은 진지한 삶으로
죽음에 대한 묵상은 삶에 대한 진지함으로 이어진다. 이 책의 부제는 ‘삶과 죽음에 관한 설교 묵상’이었다. 이미 많은 글과 설교로 이 시대 성도들에게 꼭 필요한 메시지를 전했던 저자가 그가 사랑했던 성도들의 마지막 시간을 어떻게 돌보았는지 궁금했다. 늘 장례 설교에 대한 고민이 있던 나에게 이 책은 좋은 모범집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책을 펼쳤다. 책을 읽는 동안 나의 처음 생각은 틀려도 참 많이 틀린 생각임을 인정해야 했다. 이 책은 보편적인 장례설교 모범이 아니라 저자가 사랑했던, 그래서 삶을 함께 했고 죽음의 마지막 과정까지 함께 보낸, 사랑하는 이들의 인생이었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한 인생을 해석하고 그 해석된 하나님이 말씀을 가지고 그 자리에 모인 모든 이들을 향해 고인을 통해 전하는 하나님의 메시지를 나누는 적극적으로 소망을 전하는 개별의 인생들을 담은 개인적인 지식과 사랑과 염려를 담은 고인과 유족들에 대한 일반적이지 않은 마음들이 꾹꾹 눌러쓴 글씨로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맞춤원고’, 그건 사랑이다
이 곳에 실린 한편 한편의 설교문은 단 한명의 성도를 위한 ‘맞춤원고’이다. 몇 편의 장례 설교를 만들어 놓고 그 원고의 내용을 기계적으로 전하는 일반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이 아닌 것이다. 저자는 한 편 한 편의 장례설교 원고를 오직 그 장례식을 위해 다시 쓰고 있었다. 고인이 된 성도와 유족들을 만나면서 얻었던 고인의 삶에 대한 성경적 해석,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한 가장 적실한 메시지를 찾는다. 그래서 저자의 설교에는 아주 개인적인 고인과의 이야기들이 있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 그리고 그 한 사람을 기억하고 싶어 하는 그 한 무리만을 위한 설교였다. 설교를 통해 고인의 삶 전체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해석하고, 그 해석을 나누며 추억하고 감사하는 방식이다.
원고들을 읽는 동안 저자가 이 한편의 설교문을 작성하기 위해 쓴 시간은 단지 책상 위에서의 시간만이 아님을 보게 되었다. 저자는 자신이 장례설교를 해야 하는 고인을 만나 대화했고, 유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고, 찾아오는 조문객들을 이해했다. 공장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닌 그 시간 그 자리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상실을 느끼는 바로 그들을 위한 그들을 향한 메시지를 전했던 것이다. 그걸 뭐라고 표현할까 한참을 생각한 후에 내린 결론은 “그건 사랑이다”였다.
고인은 마지막 순간까지 목회자에 의해 사랑받고 있다. 저자는 최선을 다해 자신의 성도를 향한 최고의 사랑을 이렇게 설교원고로 표현했다. 수많은 일들의 일부도 취급받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받는 돌봄과 사랑으로 이 장례설교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고인은 마지막까지 사랑받고 있는 성도였던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에 있던 먹먹함은 아마 그 사랑이 내 맘 가운데도 밀려왔기 때문인 것 간다.
저자는 책의 부록으로 ‘거룩하고 의미 있는 장례 예배를 위해’라는 장에서 한 사람의 마지막 여정에 참여하는 영광스러운 사명을 섬기는 목회자들에게 구체적인 제안을 한다. 임종과정에 대한 제안, 임종과 애도에 대한 제안, 장례설교에 대한 제안이다. 길을 아는 선배가 사랑하는 후배에게 전하는 선명하고 따뜻한 제안들이었으나 동시에 “제발 이 영광스러운 사명을 의무감을 해치 워야 하는 일로 바꾸지 말라!”는 일갈을 가슴에 새기는 시간이었다.
참된 삶을 위해 죽음을 설교하라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당신이 목사라면, 가장 영광스러울 수 있는 시간을 가장 영광스러운 시간으로 전해야 하기 때문이며, 나를 신뢰함으로 자신의 마지막 시간을 내어준 고인과 유족들의 마음에 합당한 반응을 보여야 하는 까닭이다. 당신이 성도라면, 이 책은 성도의 죽음과 그 죽음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 줄 것이다. 신기하다 죽음을 정확하게 직면하면 삶이 보인다. 이 책은 당신에게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역설할 것이기 때문이다.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칫집에 가는 것보다 더 낫다. 살아 있는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전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