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나의 고백록 “영혼에 닿은 언어”
‘농인’과‘수어’ “영혼에 닿은 언어”를 읽은 독자는 언어가 변화할 것이다. 무엇에서 변화할까? 농인은 청각장애인, 벙어리, 귀머거리 등에 대한 바른 언어이다. 바른 언어는 당사자가 자기를 불러주길 바라는 언어이다. 통상 ‘청각 장애인’이라고 하는데 ‘농인’으로, ‘수화’라는 것은 ‘수어’로 인식하고 활용한다면 저술의 가치는 매우 클 것이다.
이 저술이 ‘나의 고백’인 것은 나의 아버지가 귀머거리였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소천하였고, 소천한 뒤에 비로소 상처가 회복되었다고 느꼈다. 장애인 가족의 상처와 부끄러움이 회복되는 것은 쉽지 않다. 경험을 공유할 대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성장하면서 아버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본적이 없다. 이제야 지면을 통해서 말한다. 저자는 글에서 평생 사랑한다는 소리를 듣지 못한 인생의 비애에 대해서 언급했다. 농인의 아들인 나도 아버지로부터 사랑한다는 소리를 한 번도 듣지 못했다. 그 충격은 상당하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뒤에 그 음성이 들린 것 같아 마음이 묵직하다. 나의 아버지는 내가 목사가 되는 모습을 보신 뒤에 교회에 출석하셨다. 그리고 교회 생활을 하셨고 집사 직분까지 받으시고 사랑하는 아내 품에서 돌아가셨다. 주의 은혜가 크다고 생각한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한 상태, 벙어리 냉가슴으로 예배 시간 1시간을 어떻게 보내셨을까? 참 마음이 아프고 주의 은혜가 아니면 그 시간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영혼에 닿은 언어”라는 책 소개를 보면서 꼭 서평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감동은 다른 부분에 있었다. 40년 전에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은 병신으로 수치와 불편의 상징이었다. 가족에게는 아픔이었고, 자녀에게도 큰 부끄러움이었다.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다. 이 책을 보면서 농인, 수어라는 형태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정착하는 모습을 보았다. 결국 문제는 장애인 당사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을 바라보는 타자에게 있었던 것이다. 내가 농인 가족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은 수어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고 지금도 수어를 모르기 때문이다. 옛적 산골이었기 때문이라고 하겠지만 수어로 의사소통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참 아팠고 죄스러웠다.
필자가 아버지에게 얻은 유익은 개별자 의식을 얻은 것이다. 나와 같은 경험은 누구도 할 수 없다는 개별 의식이다. 그리고 당신과 같은 경험도 누구도 할 수 없는 것을 안다. 그래서 개별자라는 의식이 분명하고, 각 개별자에 대한 존중과 이해를 가지려 한다. 장애인을 가족으로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그 세계에 대해서 알기가 매우 어렵다. 저자는 농인 당사자의 입장에서 많이 기록했다. 농인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절대 농인에 대해서 모른다. 농인도 농인에 대해서 모른다. 소리가 없기 때문이다. 완전 개별자이다. 보이지만 들리지 않고 말할 수 없는 세계는 상상할 수 없는 세계다.
저자는 농인의 세계를 영화 “도가니”의 수어 교육으로 참여한 것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소개했다. 영화 “도가니” 제작 과정의 뒷담화로 농인의 특수한 세계를 자연스럽게 설명한다. 그리고 농인의 세계와 수어의 세계에 대해서 매우 자세하게 보여준다. 수어가 언어의 한 형태로 농인들의 의사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도록 간절한 마음이 있다.
“영혼에 닿은 언어”는 청인과 농인이 공존할 수 있는 좋은 내용이다. 텔레비전에서 자막이 보여도 수어 통역이 필요한 것도 잘 제시했다.
저술은 홍성사에서 출판되었지만 기독교인을 위한 저술이 아니다. 저술을 읽으면 기독교적이란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다. 농인에 대해서 더 잘 드러내려는 저자의 섬세한 노력이 보인다. 그래서 이 저술은 누구나 읽어야 한다. 그래서 독자들이 농인에 대해서 바르게 이해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다문화 의식을 가져야 한다. 농인도 사회의 한 요소이고 수어라는 언어를 근거로 한 문화 체계를 이루고 있다. 수어가 각 나라와 다르기 때문에 통역이 필요한 것도 재미있는 제시였다. 한국 수어와 미국 수어 등 각국 나라가 한 수어로 통일할 수 없는 문화 특징이 있다. 이주여성이 언어가 달라 한국어를 배운 것처럼, 농인도 의사소통체계인 한국 수어를 익혀야 한다.
‘영혼에 닿은 언어“를 읽으면 저자의 부드러운 필체로 농인과 그 세계를 매우 잘 이해할 수 있다. 복지 관련 도서라고도 할 수 있지만 복지 도서라고 할 수 없는 것은 농인과 정서 교감을 목표로 저술되었다. 이 저술을 읽으면 농인과 빠르게 정서 교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농인 세계에 참여하는 봉사자들이 줄어들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 안타까움과 위기를 갖고 있다. 본 저서를 읽음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해서 수어를 익혀 농인들이 보다 활력 있는 사회의 한 일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저자는 아직까지 농인 문학가가 없음에 대해서 고백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헬렌 켈러와 같은 멋진 문학가가 탄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것을 위해서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농인을 교육할 수 있는 전문 소양을 갖춘 교사가 필요하다. 장애인은 사회에 주어진 가장 큰 위로와 감동의 선물이다. 좋은 교사를 만나면 장애인일지라도 뛰어난 자기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
농인에게 보이는 수어가 잘 교육되고, 많은 청인들이 수어를 익혀 농인들에게 인생을 향유할 수 있도록 돕고, 모두가 공존하는 멋진 사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픔을 겪지 않아도 될 것에 아파하지 않도록 배려와 참여가 필요하다.
저자 김유미
1969년 출생. 1988년 대학 입학과 동시에 한국수어에 입문한 그녀는 지금까지 농사회Deaf Community를 떠나 본 적이 없으며, 농인을 대상으로 한 목회, 수화통역, 상담, 교육 등을 통해 농인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왔다. 한국수어로 농인들에게 강의하고 소통할 때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그녀는 농인으로 오해받는 행복한 청인이기도 하다.
1997년 시행된 제1회 수화통역사 자격시험에서 수화통역사 자격을 취득했고, 2006년 제2회 국가공인수화통역사 자격시험에서 국가공인 수화통역사 자격을 취득했다. 중앙대학교, 호서대학교, 홍익대학교 등에서 교양과목 ‘수화’를 강의했으며, 한국복지대학교 수화통역과에서 ‘수화통역’, ‘음성통역’ 등을 강의했다. 그 외에 한국수어, 한국수어통번역, 수어낭독 등 여러 연구와 사업에 참여해 왔고, 영화 <도가니> 제작 과정에서 배우들에게 수어를 지도하고 수어대사를 연출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수어 지킴이, 농문화 거점, 농인의 내적성장 지원’을 목표로 하는 한국농문화연구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MBC문화방송 수화통역사로 활동하고 있다.
장로회신학대학교와 동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전공한 그녀는 “신학이 나에게 생生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 다양한 삶에 대한 포용의 길이 되어 주었으나, 내 일생을 관통하는 진정한 전공은 한국수어와 농인”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