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건강하고 아름다운 교회의 역사를 위하여
역사를 바라볼 때 사실로서의 역사와 해석으로서의 역사가 있다. 전자는 드러난 현실이 그대로 반영되어지는 것이고 후자는 그 드러난 실체를 가지고 여러 가지 각도로 바라본 결과물이다. 전자는 이미 고정되어진 고체이기에 역사 선상에서 하나의 연결점이 된다. 그러나 후자는 해석자에 따라서 액체가 되어 다양한 방법으로 흡수되어지기도 하고 어떤 해석자에 따라서는 기체가 되어 의미없는 연기로 사라지기도 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여러 가지 사실로서의 역사가 있다. 그리고 우리는 지난 시간 동안 그 사실들을 여러 해석자들에 의해 하나님의 뜻 안에서 가장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진 결과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만약 그 해석이 불의하고 부정하고 거짓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은 우연이 아닌 신적인 계획 아래 이루어진 결과이기에 아무런 저항과 거부 없이 순응해야 되는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역사에 있어서 오류는 인생을 죽이고 시대를 역전시키는 걸림돌이다. 이 오류는 신의 작정이 아니라 사람의 실수이고 거짓이며 탐욕이다. 이 모순과 부족함을 발견하고 바르게 세우는 일이 있을 때 기울어진 역사는 회복될 것이고 다가오는 미래를 섬기는 자격이 주어진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퍼즐을 바르게 고치는 작업은 피곤한 일이고 더구나 뭇매를 맞을 각오를 해야한다. 그러나 과거의 퍼즐이 제 자리에 들어가야지만 역사는 다시 전진한다.
필자는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지난 30년 동안 33가지 이상의 주제를 가지고 씨름해 온 열매들을 보며 그가 어떤 마음으로 역사와 한국교회를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었다. 그가 학자이고 목사이고 존경하는 스승임을 떠나서 그가 초기 한국교회 역사에서 잘못된 정보와 오류로 굳어버린 사실을 걷어내고 탈선한 교회의 역사를 다시 정도 위에 올려놓으려는 학자의 양심과 선지자적인 가슴을 볼 수 있었다. 또한 검증하고 또 검증하고 또 확증하는 고된 작업속에 하나님의 빛이 함께 하였을 것이라는 은혜가 느껴지기도 하였다.
이 책은 총 5부 33주제로 구성이 되었다. 1부는 그동안 한국교회사에 나타난 두 개의 사관을 소개하는데 백낙준의 선교사관을 비판하고 민경배의 민족교회론을 비판한다. 그리고 저자는 왜 지금까지 한국교회사가 발전하지 못했는지 그 이유를 밝힌다. 2부는 초기 한국에 온 선교사들의 사역과 신학 그리고 그들을 통해 이루어진 여러 가지 최초의 사건들이 다루어지고 재조명되고 있다. 또한 여러 선교사들을 균형적이게 바라보게 도와준다.
3부는 한국에 교회들이 언제 어떻게 설립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로 저자는 교회와 교단의 욕심과 입지를 위해 역사를 억지로 끼우고 왜곡하는 부정직한 양심을 향해 고발하고 정확한 사실을 제시한다. 4부는 초창기 한국교회 예배에 대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는데 한국교회 초기에 형성되어진 새벽기도회 및 여러 기도회의 유례에 대한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고 이 시대 교회를 향한 교훈을 주고 있다. 마지막 5부는 한국교회 초창기에 발생한 신학적이고 문화적인 논쟁들을 다룬다.
책에서 소개되어지는 33개의 주제는 아주 흥미롭고 기존에 내가 알고 있는 사실과 역사를 바르게 정립해 준다. 또한 그 주장을 검증하고 고찰하기 위해 저자가 인용하고 추적하는 원자료들도 다양하다. 그래서 이 서평에서 그것들을 다 다룬다는 것은 제한적이기에 필자는 이 책을 통해 저자가 드러내고자 했던게 무엇인지 3가지로 나타내고자 한다.
우선 저자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었던 잘못된 역사적 사실과 전통을 회복한다. 이미 기사화되어서 많이 알려진 토마스 선교사의 죽음이 순교인지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이 땅에 첫 선교사가 메클레이라고 주장했던 감리교 사학자들의 의견을 비판하며 귀츨라프가 독립선교사로서 이땅에 방문한 최초의 선교사임을 증명한다.
그리고 아펜젤러가 제물포에 처음 들어왔을 때 우리가 은혜롭게 알고 있고 인용하기도 하는 그 기도(부활절 아침에 도착했고... 백성들을 옭아매고 있는 굴레를 끊으시고...)는 백인우월주의와 종교승리주의와 문화제국주의의 배경 아래 드리는 기도로 우리가 배격해야 되는 것임을 설명하고 천개의 생명을 한국에 바친다는 큰 감동이 되었던 루비 켄드릭의 대한 신화도 해체한다. 또한 저자는 백낙준의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어용적인 역사의식을 비판하고 민경배 교수가 주장하는 초기 한국교회는 근본주의와 성찬이 없는 교회라는 주장을 여러 증거들을 통해 수정한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까지 한국에 새벽기도회가 생성되고 토착화된 이유가 도교의 종교성과 새벽에 여성이 정성을 다하는 무교성이나 샤머니즘적인 요소때문이라고 생각해왔고 더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예수님이 새벽에 기도하셨다는 성경적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 유래와 본질을 세계부흥운동 선상에서 보고 무엇보다 하나님과의 깊은 영적교제와 나라와 민족을 위한 역사성으로 풀어간다.
두 번째는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잊혀졌던 숨겨진 보석을 발견할 수 있다. 지금까지 감리교의 정식적인 처음 선교사는 아펜젤러로 알고 있지만 저자는 스크랜턴의 인물과 사역에 대해 소개하고 그가 최초의 정식 감리교 선교사임을 증명한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승자주의적인 해석으로 인해 그가 많이 가려진 것을 아쉬워하며 앞으로는 그의 사역과 삶을 재조명하여 복원되기를 제안한다.
또한 평양지역을 전도하고 개척한 마페트 선교사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그가 평양에 복음을 심기 위해 4년간 바울의 전도여행을 능가하는 10만 킬로미터 이상을 다녔다는 복음의 발걸음이 소개된다. 또한 평양 장대현교회 건축과정에 나타난 성도들의 헌신이 나오고 평안북도 작은 마을인 선천이 기독교를 받아들인 후 어떻게 구원을 책임지는 마을로 변하게 되는지 그 아름다운 과정도 만나게 된다.
마지막으로는 초기 한국교회의 모습을 통해 오늘날 교회다운 모습을 꿈꿀 수 있다. 초기 한국교회를 보면 복음이 처음 들어왔다고 하여 교회론이 부실하고 믿음의 수준이 약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책을 통해 보면 복음이 왜곡되거나 교회가 제 역할을 못하거나 고유의 기능을 상실하지 않았다. 오히려 하나님의 주권적인 역사와 초창기 선교사들의 헌신과 처음 신자들의 진실한 변화로 인해 처음 교회는 오순절을 맞아 태동한 교회처럼 기초가 완전하였고 안디옥교회처럼 성장하여 그리스도인이라 불리우는 역사를 이루어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초기 한국교회 특징으로는 부흥운동과 교육운동 그리고 항일독립운동이라는 세 가지의 역할이 공존하였다. 그리하여 영적으로는 심령의 거듭남과 영혼의 부흥과 회복이 일어나는 영적기관으로 제 역할을 감당하였고 교육으로도 성도들이 계몽과 의료와 학교와 신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사회적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생산과 비전의 공동체가 되어 사회적 영성이 살아있는 존경받는 곳이 되었다.
또한 항일독립운동에 있어서도 교회는 도망가고 타협하고 변질되어 원래의 정신과 교리를 잃어버리는게 아니라 초창기에 한국교회가 세워진 자립적이고 자주적이며 자치적인 원칙을 지켜가며 하나님의 나라로서 민족적 사명과 대국적이고 정의롭고 평화적인 일들을 주도하였다. 이렇듯 초창기 교회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 경건의 능력이 있고 하나님의 권세가 함께하는 살아있는 모임이였다.
필자는 글을 마무리하여 우리는 다양한 기준을 가지고 여러 가지로 교회를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수를 기준으로 하면 대형교회와 소형교회로 나눌 수 있을 것이고 정치제도로 하면 장로교회나 감리교회 그리고 회중교회 등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영적상태로 본다면 잠자는 교회와 깨어 있는 교회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며 성장상태에 따라서는 미성숙한 교회와 성숙한 교회로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초대 한국교회사를 보며 느껴지는 것은 초창기 교회는 깨어있는 교회와 성숙한 교회처럼 다가왔다. 반면에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유지하는 현대교회는 교회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죽어가고 잠자는 교회 같았고 백사십년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내면과 인격이 자라지 않아서 교만하고 시기하고 분노하는 어리석고 비정상적인 공동체 같았다. 오히려 처음 복음이 이땅에 들어왔을 때 그 초대 한국교회가 더 성경적인 모습같았다.
그렇다면 지금의 교회가 비성경적이고 더 자라지 못한 것처럼 보인 이유가 무엇일까? 하나님이 주도하시는 교회역사를 연대기적인 고체로만 생각하고 액체로 스며드는 역사의 방향성과 의미를 상실했기 때문이 아닐까? 실제 교회는 건강한 교회사속에서 나아갈 길을 찾고 올바른 역할을 발견할 수 있다. 교회의 과거 퍼즐과 조각이 흩어졌거나 잘못 끼워졌으면 교회사는 왜곡되고 교회 또한 기울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의 성장은 우리 역사의식의 회복과 교회사의 발전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인데 이 책을 통해 시대와 교회를 바르게 읽고 해석하여 현대의 교회를 온전하게 세워가게 되기를 바래본다. 그래서 오늘도 건강하고 아름다운 교회의 역사를 이어가기 원하는 자들에게 초대한국교회사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