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그리스도교 잉태의 유대교 600년
그리스도교 잉태의 유대교 600년
그리스도교는 유대교와 같은 경전(구약)을 공유하지만 유대교와는 차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차이의 근본적 출발점은 구약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서 시작된다. 그리스도교는 유대 제사장이나 랍비적 구약 해석 전통을 따르지 않는다. 신약성경은 오히려 유대교의 해석을 포괄하면서도 초월하여 그 의미들을 확장시키고 있다. 즉, 신약성경은 구약에 대한 유대교의 해석을 넘어 새롭고 다양한 해석방식들을 등장시키고 있다.
1세기 유대교
그리스도교는 왜 유대교와 결별할 수밖에 없었을까? 역사적 자료를 보면 그리스도교가 처음부터 유대교와 완전히 별개로 시작된 것이 아니며, 그리스도교는 구약성경을 끝까지 붙잡았다. 예수님은 예루살렘과 유대에서 사역을 하셨고, 심지어 예루살렘 성전을 청결케 하시는 행동을 보이셨다. 그럼에도 결국 신약성경은 유대교와의 결별을 선언하고 있다. 이처럼 그리스도교의 탄생은 유대교적 배경에서 출발하여 유대교와의 결별의 단계를 밟았다. 이러한 모든 역사와 배경이 녹아 있는 시점이 바로 1세기 유대사회이다.
신·구약 중간기
1세기 유대교와 유대 사회는 그리스도교가 탄생을 하고, 또한 그리스도교와 유대교의 결별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런데 1세기의 유대사회를 이해하려면 주전 5세기 바벨론 포로귀환 사건 이후의 유대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 왜냐하면 1세기 유대교와 유대 사회는 로마의 속국으로서 분봉왕과 예루살렘 성전 중심의 대제사장의 정치, 종교, 사회, 문화적 체제로서 헬레니즘 사상과 문자적 율법주의, 유대 독립운동, 염세적 영지주의, 세속적 현실주의 등이 한꺼번에 역동하고 있던 상황 가운데 분봉왕과 로마 총독, 그리고 대제사장 중심으로 운영되는 시기였고, 이러한 상황은 에스라, 스룹바벨, 느헤미야 등의 포로귀환의 이야기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시기를 그동안 신-구약 중간기라고 불러 왔다. 그리고 그동안 한국교회에 알려진 중간기의 자료들은 전문성(정확성과 균형성 그리고 통합성 등)에서 다소 미흡하였다는 것을 본서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600년의 유대교
본서는 1세기 유대교의 배경이 되는 유대교 형성의 600년 역사와 그 사상들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본서의 제목을 “고대 유대교의 터·무늬”라고 지은 이유에 대해 머리말에서 터는 유대교의 역사를 의미하고, 무늬는 유대교의 사상을 표현하는 은유라고 밝히고 있다.
본격적 유대교 형성의 이야기는 2부 페르시아 시대에서 출발한다. 가장 먼저 페르시아 제국의 역사(4장)을 요약해 주는데, 이 부분은 어렵다고 느껴지면 건너뛰어도 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바로 뒤 5장 유다공동체의 건설부터 8장 고대 유대교와 이스라엘의 회복 부분은 기존의 신구약 중간사들이 놓쳤던 부분으로서 초기 유대교가 형성되는 시기의 사회적 갈등과 그 배경이 유대교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알려주는 부분으로서 반드시 읽고 이해해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이렇게 유대교의 배경이 되는 터(역사)를 소개한 후 3부에서는 그 터 위에 새겨진 무늬로서 헬레니즘 사상과 유대교와의 만남을 통해 유대종교와 사회, 그리고 역사에 남겨진 강렬한 무늬인 마카비 혁명과 하스몬 왕조의 몰락, 유대교 종파의 형성과 대제사장, 디아스포라와 예루살렘 유대교와의 상관관계 등이 설명되고 있다. 그리고 4부에서는 이러한 역사와 사상의 역동들에 의해 남겨진 문학(문헌)을 살피면서 주류 유대교 이외의 다양한 사상과 문학들이 소개되는데, 저자는 객관적 설명으로 마무리를 짓고 있지만 내가 볼 때 이 부분이 새 언약(그리스도교)의 씨앗이 발아하는데 결정적인 밑거름이 되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마지막 5부는 맺음말로서 다시 한 번 전체를 정리 요약하면서 초기 그리스도교와 유대교와의 관계와 차이, 그리고 결별에 대해 정리해 주고 있다.
본서는 그리스도교의 배경으로서 유대교와 그 차이를 설명해주는 것을 넘어 신약성경과 그리스도교의 정체성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해주는 책으로서 목회자들과 신학도들은 반드시 읽어야 책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