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유대교는 기독교의 토양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유대인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아 죽인 주범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기독교는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 이후 그를 스승으로 여기고 따랐던 자들에 의해 생겨난 종교로 이해한다. 예수는 선생님이고 선지자며 배우고 따를 수 있는 성인으로 여기는 것이다. 더 좋게 평가하면 신이 될 수 있는 가능성 있는 인간으로 보는 것이다. 이렇듯 기독교는 유대교와는 전적으로 분리되고 교제할 수 없는 원수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성경을 보아도 유대교는 예수를 이단자와 신성모독자로 고발한다. 유대교에 충실했던 바울은 예수를 믿는 그리스도인을 연행하기 위해 목숨 걸고 추적하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종교를 훼방하고 신성을 모독하는 예수를 결코 가만히 둘 수 없었고 자신의 전 생애를 걸고 기독교를 막아야만 했던 자이다. 구원에 있어서도 예수가 말하는 구원과 유대교가 말하는 구원은 방법과 목적과 대상과 범위가 대조된다. 이 책은 우리의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고 유대교와 기독교의 유사성과 통일성을 찾아낸다. 기독교가 예수의 십자가 사건 이후에 생성된 새로운 종교가 아니라 십자가 이전부터 유대교 내에 존재했던 한 분파인 것을 증명한다. 우리는 유대교가 다윗왕과 같은 정치적이고 군사적인 메시야를 기다렸다는 것만 알고 있는데 유대교에서도 제2성전기 문헌과 초대교회 자료 등을 통해 신이요 인간인 메시야를 대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예수는 유대교에서도 간절히 기다렸던 메시야였던 것이다. 물론 이 예수를 모든 유대인이 다 믿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나사렛에서 선한 것이 나올 수 없다며 예수를 부정하고 죽이기 원했던 자들도 있다. 그러나 그런 유대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수를 구약 전체와 제2성전기 문헌 등을 통해 인류가 그토록 고대한 하나님이 보내신 사람의 아들도 믿었던 자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수님 자신도 유대인이고 유대문화와 배경에 속해 있음을 잘 아시고 율법을 부정하고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율법을 지켜가고 이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예수님은 율법을 성취하시고 그 이상으로 이곳에 온 목적을 달성하시고 인간에게 자유와 믿음을 주신다. 예수님이 기독교의 신이니 유대교 전통에 속한 율법을 무시하고 단번에 없애지 않으셨다. 오히려 종교지도자들과 장로들이 율법을 확대 해석하여 적용해 놓은 유전들을 비판하고 정죄하셨다. 책에서 예수님은 사람의 아들로 계속 묘사된다. 다니엘서와 이사야서와 제2성전기 문헌 등을 통해 사람의 아들은 인성이 아니라 신성을 지닌 인물임이 증명된다. 우리는 사람의 아들이라고 하면 인성을 지닌 인간으로 생각하는데 유대교에서 이 문구는 신성을 나타내는 언어이다. 실제 예수님은 자신이 인자로서 보좌에 계신 분과 동등한 본질을 지니고 세계를 통치할 권세를 부여받아 이 땅을 구원하고 다스릴 왕이심을 아셨다. 또한 예수님은 자신이 고난받는 메시야로서 제사장과 군인들에게 넘겨져 고난을 받아 죽어야 함을 알고 계셨다. 유대교에서도 메시야의 개념은 군사적이고 정치적인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사야 53장처럼 이 땅에 오실 메시야는 고난받아 우리 죄를 위해 죽으실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유대인은 이 죽어야만 하는 메시야를 전부 부정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동일한 메시야관을 따르고 있던 유대인이 있었다는 글에서 기독교와의 연속성과 통일성을 엿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유대교에 대한 역사와 이해를 새롭게 해준다. 삼위일체 개념도 예수의 죽음 이후에 그리스도인의 예배를 통해 생성된 개념이라 알고 있었는데 이미 이전부터 유대교 내에서 하나님과 예수님에 대한 이위일체론과 삼위일체론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기독교의 원수이고 예수를 죽이는 주동자로서의 유대교가 아니라 동일한 메시야를 기다렸던 유대교가 새롭게 보인다. 이와 같은 뿌리를 지닌 유대교 내에서 기독교가 존재하고 자라고 있었다는 것이 정직한 역사가 아닐까 싶다. 기독교는 유대 토양에서 자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