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과학자의 시선으로 본 기독교 역사 이야기
과학과 신앙은 역사적으로 항상 다툼이 존재해왔다. 과학은 객관적인 사실을 근거로 해서, 논리적으로 결론을 추론한다. 그러나 신앙은 믿음으로 결론을 추론한다. 그런 의미에서 과학이 보는 신앙은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고, 신앙이 보는 과학은 논리적인 기준으로 하나님의 초월적인 사건을 바라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과학과 신앙 사이에는 건너지 못할 큰 간격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과학자의 종교 노트”라는 책 제목처럼 이 책의 저자인 곽영직 교수는 물리학자이다. 그는 프롤로그에서 이 책을 저술하게 된 동기를 기독교 관련 다큐멘터리 영상물을 보고 난 뒤 중요한 몇몇 사건들만 가지고 기독교의 역사를 자세하게 알 수 없어서 역사적으로, 주제별로 정리를 하면서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신에 대한 갈망함과 도시에 수 없이 늘어선 십자가를 바라보면서 수많은 박해와 역경을 이겨낸 유대인들의 민족종교가 어떻게 세계적인 종교로 발전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어서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사도행전을 통해 기독교의 역사를 시작하면서, 로마시대, 예수에 대한 다양한 논쟁들, 로마 제국 내의 황제와 교황 간의 갈등, 기독교와 이슬람 세계의 대립과 16세기에 일어난 종교 개혁, 또한 영국국교회와 재세례파, 기독교 내의 전쟁과 교리 논쟁, 기독교의 신학에 영향을 준 철학과 문화, 17세기 이후에 나타난 새로운 교단과 교회 일치 운동까지 장구한 2,000여 년의 역사를 쉽고, 간단한 문체로 정리를 해 놓았다.
기독교 세계관의 입장으로 바라본 과학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생명과학을 통해서 하나님이 창조하신 인간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고, 자연과학을 통해서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이 세상을 알 수 있다. 자연과학은 객관적인 사실을 도출하기 위해서 관찰과 실험이라고 하는 도구를 사용하여 객관적인 사실을 도출한다. 우리 일상 생활 속에서 과학이라고 하는 개념은 알게 모르게 많은 영향을 주었고, 그런 영향이 우리의 삶 속에 녹아져 있기 때문에 우리의 사고 속에서도 늘 과학적인 객관화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런 것에 반해 종교적인 경험이라고 하는 것은 객관성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하나님을 만나고 알아가는 과정도 모든 사람이 일률적이지 않다. 같은 장소에서 종교적인 생활을 한다고 하더라도, 각각의 사람들에게 느껴지고, 믿어지는 정도는 다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종교적인 경험들을 과학적으로 도출해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기독교회사를 통해서 알 수 있는 사실은 과학의 발달을 통해서 교회와 과학이 가져야 할 길이 무엇인지 구분하는 데는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태양중심설을 지지하는 주장을 했는데, 그 주장으로 인해서 종교 재판을 받았고, 가택연금도 당했다. 그러나 우주과학이 발전함을 통해서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주장하는 태양중심설이 과학적인 사실로 인식하게 되었고, 더 이상 교회에서 태양중심설을 부인할 수 없는 한계가 온 것이다. 그래서 과학과 교회가 걸어가야 할 길을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가 된 것은 과학의 발전을 통해서라고 할 수 있다.
아직도 종교와 과학은 끊임없이 대립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창조에 대한 이론일 것이다. 여전히 보수적인 신앙에서는 젊은지구론을 주장하고 있고, 과학과 신앙의 교집합을 찾는 이들에게서는 늙은지구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쌍방의 주장도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사례들처럼 어느 시점에서 합의를 할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과학자의 종교 노트”라는 책에서 오해한 것은 과학과 종교사이의 다양한 논쟁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책에서는 그런 논쟁보다는 보편적인 교회 역사를 일률적으로 정리해 놓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저자도 과학과 종교의 논쟁에 대한 부분을 기회가 된다면 다시 정리하고 싶다는 것을 기술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장점은 그리 많지 않는 분량으로 기독교의 역사와 분쟁, 그리고 철학, 문화, 현대 교회의 다양한 종파와 일치 운동까지 어렵지 않는 문체와 논지로 잘 정리해 놓았다고 하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반 기독교적인 내용이 실린 것도 없다. 기독교의 역사와 기독교가 걸어온 장단점을 비롯한 다양한 영향력에 대해서 알고 싶고, 역사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는 아주 유익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