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중독으로만 지금의 시대를 분석할 수 있을까
지금은 중독의 시대라는 말이 맞는 듯하다. 사제지간인 이 책의 두 저자는 쉽게 우리가 거론하곤 하는 알코올 중독을 넘어서 우리 사회가 일중독을 중심으로 중독의 시대를 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중독이라는 현상이 각 개인이나 일부 사람들에게 국한되지 않고 우리 사회 전체를 지배하고 있으며, 그것은 한국 현대사에서부터 구조적으로 깊이 뿌리내려져 있음을 주장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중독이라는 키워드로 한국 현대사를 훑어 내리고 우리 사회의 구조를 과거의 사구체 논쟁으로 다루고 있는 듯싶기도 하다. 결국 모든 흐름 속에 중독이라는 깊은 어두움이 자리하고 있음을 저자는 보여준다.
저자들의 그러한 노력은 우리들의 통념을 넘어 인사이트를 주는 면은 있지만 어느 정도 무리가 있어 보이고 실제로 그러하다. 모든 것을 중독이라는 프레임에 넣으려다 보니 현상과 팩트를 넘어 주장과 논리가 앞서는 듯한 모습이 보인다. 아무리 그들의 논리가 타당성이 있더라도 목소리가 높고 주장이 앞서면 그 논리는 설득력을 잃게 된다. 이 책은 그런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저자가 우리 사회의 여러 구성요소들에 집달리가 딱지 붙이듯 중독이란 딱지를 붙이고 그 색안경으로 바라보는 듯한 집착을 보여주려는 면이 있긴 하지만, 중독이 우리 삶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거나 문제의 근원은 아닐지라도, 그것은 분명 치료해야할 치명적 문제임은 자명한 듯싶다. 저자처럼 모든 것을 중독의 눈으로 보진 않더라도 단어와 표현만 다를 뿐이지 우리들이 풀어내야할 화두인 것만큼은 사실이다.
특히나 저자들은 촛불혁명 이후 적폐청산과 경제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전개되는 소득주도 성장론이 우리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치유 비법이 아니며, 우리자신과 우리 사회를 중독이라는 암 덩어리에 접근하여, 보다 근원적인 우리 삶과 인생에 대한 인식 전환에 힘써야만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한국사회가 보통 말하곤 하는 잘 먹고 잘살기 위해 무조건 돈 버는 데에 집착하는 성장이론을 벗어날 것을 말하고 있다-이러한 성장에 대한 시각은 과거 부패정권이나 지금 문재인 정권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같은 선상에 있다. 또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적폐가 아니라 시스템의 변화를 행해가야 할 것을 주장한다. 따라서 그들의 문제제기가 중독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긴 하지만 본질적이며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인지 책 대부분에서 중독이 우리 시대에 갖는 심각성을 지적하면서도 정작 그 대안은 아주 작은 분량에 머물고 있고, 방법론도 추상적일뿐더러 원론적이다. 즉 실현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인다. 촛불혁명을 이뤄낸 국민들마저 경제위기와 불안 때문에 대통령 지지를 떨어내거나 다시 자유한국당 지지로 일부 돌아서는 상황에서 그 일을 이룰 주체세력이 있기나 한 건지 의문이 간다. 저자의 고민과 탐구는 이해가 가지만 결국 그 대안을 이룰 실질적인 방법과 제안은 없는 듯싶다.
어쨌든 이 책은 이런 한계들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회를 읽어나가는 데에 필요한 통찰력을 제공해주는 것만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