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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종교학자의 눈으로 본 기독교 교리
그리스도교와 만나다/키스 워드/차건/비아/정현욱 편집인
바다를 제대로 알려면 바다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렇다고 바다 밖에만 있다면 바다를 경험할 수 없음으로 바다를 안다 할 수 없다. 그러니 바다를 제대로 알려면 바닷속에 있어야 하고, 바다 밖에도 있어야 한다. 한국 교회의 대부분의 신학이 얼마나 보수적이며 화석화되어있는가는 한국 중심의 개신교회에서 한 발자국만 나가면 알 수 있다. 이 책은 성공회와 종교철학자의 관점에서 기독교의 교리를 설명한다. 보수적 관점을 소유한 한국 장로교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낯선 내용인 듯하지만 성경을 좀 더 객관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시대적 요청에 걸맞은 기독교적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서두에서 이 책의 의도를 이렇게 밝힌다.
“나는 그리스도교 신앙과 실천의 몇 가지 주요 요소를 선별하고, 각각에 대하여 주요 그리스도교 공동체들이 광범위하게 지지하는 핵심 해석들을 세 가지 유형으로 개괄하기로 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독자는 그리스도교 세계가 얼마나 다양한지를 알게 될 뿐 아니라 이 다양한 관점들을 모두 그리스도교 신앙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연결고리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을 통해 독자들이 오늘날 그리스도교 세계에 퍼져 있는 신념들을 적절하게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9-10쪽)
이 책은 모든 기독교 주제를 다루지 않지만 대부분 다룬다. 과도한 편견이나 치우침 없이 객관성을 견지하면서 중요한 주제를 세 가지 관점에서 다룬다. 지금까지 읽어왔던 어떤 책보다도 포괄적인 동시에 흥미롭다.
저자의 매력적인 관점은 창조에서부터 시작된다. 창조는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어렵다.. 성경을 문자적으로 이해하려는 이들은 단지 6일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과학자는 최소 50억에서 200억 년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간의 개념은 창조 이후 가능하다. 그렇다면 신은 창조 전부터 존재해야 하지 않는가. 키스 워드는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론의 일부를 가져와 시간과 공간의 창조주임을 소개한다. 그렇다면 시간과 공간에 종속된 피조물인 인간과 존재는 시공 ‘너머’(25쪽)에 계신 분에게 의존되어 있게 된다. 결국 하나님은 유한한 존재일 수 없으며 ‘존재의 궁극적인 자족적인 신비이며, 우주가 존재하는 이유는 다만 하나님이 하나의 지적이고 의도적인 활동으로 이를 창조했으며 지탱’(27쪽)하고 계신다.
보이는 하나님이신 예수에 대해 6장에서 다룬다. 과연 무한한 하나님이 유한한 피조물로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 곧바로 6장으로 넘어가 보자. 저자는 앞서서 소개한 것처럼 세 가지 관점에서 기독론을 논한다. 첫 번째는 상징적 기독론이다. 상징을 ‘생생한 체험과 환상’(87쪽)이란 단어로 치환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기는 하지만 포괄적 의미에서 가능하다.
두 번째는 신-인(God-Man) 기독론이다. 이 주제는 보수적 기독교인들에게 익숙하다. 신이면서 동시에 사람이 그리스도이다. 신인 기독론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주제는 성육신이다.
세 번째 관점은 영 기독론으로 하나님의 영을 받아 흠 없는 ‘완벽한 인간’(96쪽)이다. 비록 전지전능하지 않지만 ‘하나님이 예언된 메시아적 왕이 되도록 임명한 자이며, 인간의 형태로 나타난 하나님의 형상이자 활동 그 자체’(97쪽)이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인데도 조직신학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주제들을 거의 다 다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악의 문제를 비롯하여 영혼, 죄와 타락, 성육신과 속죄, 계시, 삼위일체, 교회, 성서, 예수의 가르침, 윤리, 문화, 기도, 그리고 영원한 생명까지. 세 가지 관점에서 모든 주제를 개략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상당히 매력적이다.
읽어가면서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적지 않았지만 다양한 관점에서 기독교 주제들을 살펴본다는 측면에서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성공회 사제이며 종교철학자이기에 의도치 않는 곳에서 진지하거나 냉담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책은 전반적으로 객관성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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