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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는 픽션
박사가 사랑한 수식/오가와 요코/김난주/이레/[송광택]
“어떤 소설이든지, 소설을 읽는 동안 우리는 그 전부가 허구라는 것을 알아야 하지만, 그럼에도 책을 읽는 동안만은 그 속의 모든 말을 믿어야만 한다.
그리하여 우리가 그 책을 다 읽었을 때 - 그 책이 훌륭한 작품이라면 - 그 책을 읽기 전에 견주어 자신이 약간 달라졌다는 것을, 이전에 전혀 다녀 본 적이 없는 낯선 거리를 지나가다 문득 새로운 얼굴들을 만난 것처럼 우리 자신이 변한 것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우리가 정확히 뭘 배웠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말하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어슐러 K. 르 귄, 어둠의 왼손, 시공사, 머리말 중에서).
우리는 소설을 ‘픽션’(fiction)이라고 부른다. 픽션은 ‘허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허구(虛構)란 무엇인가? 사전은 두 가지 의미로 풀이한다. 하나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얽어 만듦”(비슷한 말 은 가공)이다. 다른 하나는 “소설이나 희곡 따위에서, 실제로는 없는 이야기를 상상력으로 창작해 냄, 또는 그 이야기”, 즉 픽션이다.
일본 242개 서점 직원들이 선정한 제1회 서점대상, 제55회 요미우리 소설상 등을 수상한 이 작품은 좋은 책임에 틀림없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기억력이 80분간만 지속되는 천재 수학자와 미혼모 파출부인 '나', 그리고 '나'의 아들 루트가 함께 한 1년의 이야기로, '나'와 루트는 천재 수학자로부터 수식의 아름다움을 배워나가면서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려는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체험하고 인생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다.
박사는 '나'의 아들에게 모든 수를 포용할 수 있는 루트 기호와 닮았다고 '루트'라는 별명을 지어준다. 루트에게 박사는 80분의 기억이 허락하는 한도에서 무한한 사랑을 보내주고, 늘 외롭고 혼자였던 루트는 그런 박사에게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할아버지의 따스한 정을 느낀다. 박사는 말한다. 우애수와 완전수, 과잉수와 부족수가 있는 수학은 이 세상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완벽한 것이라고. 그리고 세상은 놀라움과 환희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단 하나의 수식으로 가르쳐준다.
인생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수식의 세계. 나의 삶은 어떤 숫자로, 어떤 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수식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사랑을 깨닫는다는 설정이 독특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필자는 이 책을 통해 토막 지식도 얻었다. 야구장 다이아몬드는 한 변이 27.34미터인 정사각형이다. 그리고 마운드의 높이는 10인치(25.4센티미터). 마운드에서 홈을 향해 6피트 지점까지 1피트 당 1인치씩 낮아진다!(129-130쪽).
또한 ‘오일러의 공식’(178쪽)이라는 것이 나오는 데, 오일러(Leonhard Euler, 1707-1783)는 스위스의 수학자로, 순수수학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이라고 한다(그는 기하학·미적분학·역학, 그리고 정수론 형성에 결정적 기여를 했을 뿐 아니라 관측천문학적인 문제를 푸는 방법을 개발했으며 과학기술 및 공공업무에 수학을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는 자신을 너무 혹사하여 1735년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1741년 프리드리히 대왕의 초청으로 베를린 아카데미 일원이 되어 25년 동안 끊임없이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맹인으로 지내는 동안 이룩한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로 1772년 달운동에 관한 그의 제2이론의 모든 정밀한 계산을 암산으로 했다. 오일러는 일생동안 정수의 성질·관계를 다루는 수론의 문제에 몰두했다고 한다).
독자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는 이 소설은 신비한 수학의 세계, 그 현관 가까이 인도한다. 그리고 그 내실을 가리고 있는 베일을 슬쩍 제끼며 수학의 비밀스럽고 놀라운 광채를 살짝 보여준다. 그러나 이 책이 수학 입문서는 아니다.
기억에 장애가 있는 한 수학자(전직 수학 교수)와 그 수학자를 돌보는 한 파출부 그리고 루트라는 별명을 가진 그녀의 아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들이 이 소설의 줄거리다. 8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만큼 기억을 하는 수학자는 매우 독특한 캐릭터이다. 작가의 상상력은 독특한 캐릭터와 세밀한 묘사력과 함께 소설을 이끌어간다. 아마 이 작품은 많은 독자들에게 기억에 남는 좋은 독서 경험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일독을 권한다.
저자 오가와 요코
1962년 오카야마 시에서 태어나 와세다 대학 제1문학부 문예과를 졸업했고, 많은 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일본의 대표적인 여류 작가로 자리 잡았다.
“어떤 소설이든지, 소설을 읽는 동안 우리는 그 전부가 허구라는 것을 알아야 하지만, 그럼에도 책을 읽는 동안만은 그 속의 모든 말을 믿어야만 한다.
그리하여 우리가 그 책을 다 읽었을 때 - 그 책이 훌륭한 작품이라면 - 그 책을 읽기 전에 견주어 자신이 약간 달라졌다는 것을, 이전에 전혀 다녀 본 적이 없는 낯선 거리를 지나가다 문득 새로운 얼굴들을 만난 것처럼 우리 자신이 변한 것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우리가 정확히 뭘 배웠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말하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어슐러 K. 르 귄, 어둠의 왼손, 시공사, 머리말 중에서).
우리는 소설을 ‘픽션’(fiction)이라고 부른다. 픽션은 ‘허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허구(虛構)란 무엇인가? 사전은 두 가지 의미로 풀이한다. 하나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얽어 만듦”(비슷한 말 은 가공)이다. 다른 하나는 “소설이나 희곡 따위에서, 실제로는 없는 이야기를 상상력으로 창작해 냄, 또는 그 이야기”, 즉 픽션이다.
일본 242개 서점 직원들이 선정한 제1회 서점대상, 제55회 요미우리 소설상 등을 수상한 이 작품은 좋은 책임에 틀림없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기억력이 80분간만 지속되는 천재 수학자와 미혼모 파출부인 '나', 그리고 '나'의 아들 루트가 함께 한 1년의 이야기로, '나'와 루트는 천재 수학자로부터 수식의 아름다움을 배워나가면서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려는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체험하고 인생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다.
박사는 '나'의 아들에게 모든 수를 포용할 수 있는 루트 기호와 닮았다고 '루트'라는 별명을 지어준다. 루트에게 박사는 80분의 기억이 허락하는 한도에서 무한한 사랑을 보내주고, 늘 외롭고 혼자였던 루트는 그런 박사에게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할아버지의 따스한 정을 느낀다. 박사는 말한다. 우애수와 완전수, 과잉수와 부족수가 있는 수학은 이 세상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완벽한 것이라고. 그리고 세상은 놀라움과 환희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단 하나의 수식으로 가르쳐준다.
인생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수식의 세계. 나의 삶은 어떤 숫자로, 어떤 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수식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사랑을 깨닫는다는 설정이 독특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필자는 이 책을 통해 토막 지식도 얻었다. 야구장 다이아몬드는 한 변이 27.34미터인 정사각형이다. 그리고 마운드의 높이는 10인치(25.4센티미터). 마운드에서 홈을 향해 6피트 지점까지 1피트 당 1인치씩 낮아진다!(129-130쪽).
또한 ‘오일러의 공식’(178쪽)이라는 것이 나오는 데, 오일러(Leonhard Euler, 1707-1783)는 스위스의 수학자로, 순수수학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이라고 한다(그는 기하학·미적분학·역학, 그리고 정수론 형성에 결정적 기여를 했을 뿐 아니라 관측천문학적인 문제를 푸는 방법을 개발했으며 과학기술 및 공공업무에 수학을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는 자신을 너무 혹사하여 1735년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1741년 프리드리히 대왕의 초청으로 베를린 아카데미 일원이 되어 25년 동안 끊임없이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맹인으로 지내는 동안 이룩한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로 1772년 달운동에 관한 그의 제2이론의 모든 정밀한 계산을 암산으로 했다. 오일러는 일생동안 정수의 성질·관계를 다루는 수론의 문제에 몰두했다고 한다).
독자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는 이 소설은 신비한 수학의 세계, 그 현관 가까이 인도한다. 그리고 그 내실을 가리고 있는 베일을 슬쩍 제끼며 수학의 비밀스럽고 놀라운 광채를 살짝 보여준다. 그러나 이 책이 수학 입문서는 아니다.
기억에 장애가 있는 한 수학자(전직 수학 교수)와 그 수학자를 돌보는 한 파출부 그리고 루트라는 별명을 가진 그녀의 아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들이 이 소설의 줄거리다. 8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만큼 기억을 하는 수학자는 매우 독특한 캐릭터이다. 작가의 상상력은 독특한 캐릭터와 세밀한 묘사력과 함께 소설을 이끌어간다. 아마 이 작품은 많은 독자들에게 기억에 남는 좋은 독서 경험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일독을 권한다.
저자 오가와 요코
1962년 오카야마 시에서 태어나 와세다 대학 제1문학부 문예과를 졸업했고, 많은 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일본의 대표적인 여류 작가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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