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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또 한 번의 기회
하나님의 유턴/토미 테니/마영례/말씀사/[북뉴스]]
‘결정적인 실패’가 있다.
그것은 회복할 수 없는 실패이자 다른 것과 상쇄할 수 없는 실패다. 그래서 그 앞에 선 사람이라면 누구나 또 다른 선택을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신앙에 있어서도 그런 실패가 있다. 너무나 결정적이어서 돌이킬 수 있는 여지가 하나도 없는 실패. 우린 그 전형을 게하시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게하시는 엘리야와의 관계에서 엘리사가 그랬던 것처럼 별 문제없이 엘리사의 뒤를 이어 선지자로 이름을 드높일 수 있었던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그야말로 ‘앗!’하는 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 나아만의 문둥병이 그에게 옮겨왔고 그 가족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급전직하. 하루아침에 그의 신분이 바뀌었다. 다시는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없는 몰골로 그는 한평생을 살아야했다. 더군다나 자신의 실수로 가족마저 사람들과 등져야하는 상황을 죽을 때까지 고통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그에게 소망이라곤 없어 보였다.
이후 그의 이름조차 성경에서 사라졌다. 그것은 너무도 당연해 보였다. 선지자의 사환으로서 불순종은 자기 위치를 망각한 것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기회는 있었다. 나아만을 속여 빼앗은 옷가지들과 돈을 숨기긴 했어도 “어디 갔다 오느냐?”는 엘리사의 물음에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고백할 수도 있었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에덴의 아담을 다시 마주한다. 게하시 역시 그 날의 아담과 같았다. 그리고 그 끝도 같았다. 끝없는 나락으로의 추락. 아무도 그를 기억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런 그의 이름이 열왕기하 8장에 홀연히 나타난다. 그것도 왕의 조력자로서 눈부시게 복귀한 채로. 어떤 일이 일어났던 걸까? 열왕기하 5장의 문둥병자 게하시와 열왕기하 8장의 왕의 조력자 게하시는 다른 인물일까?
『다윗의 장막』과 『간절한 매달림』 등의 저작을 통해 하나님의 역사 방법과 하나님의 성품에 관해 놀라울 정도로 눈부신 통찰력을 보여준 저자의 눈에 게하시의 사례가 스쳐지나갈 리 없었다. 성경에 기록되어 있지 않은 그 5장과 8장 사이의 행간을 저자는 예의 그 예리한 통찰력으로 하나씩 열어 그 속에 숨은 진리를 실타래 풀어가듯 풀어간다.
저자는 게하시에게 내린 심판 이후에 4명의 문둥병자가 등장하는 열왕기하 7장을 주목한다. 그리고 그것을 5장의 게하시와 8장의 게하시를 이어주는 통로로 삼는다. 5장 이후 갑자기 사라진 게하시를 복원하는 가교 역할을 수리아의 진영에 찾아든 4명의 문둥병자 중 하나에게서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단정적인 어조로 답한다. 그들 중 하나가 게하시라고. 과거에도 수많은 랍비들이 7장의 문둥병자들을 게하시와 그의 세 아들로 보았다는 사실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의 첫 장에서부터 시작된 궁금증, 곧 저자가 5장과 8장의 게하시를 동일인물로 추론하는 데 있어서 단서가 될만한 실마리를 어디서, 어떻게 찾아낼 것이냐 하는 궁금증에 빠져든 독자를 이해시키기에는 저자의 주장만으로도 충분하다. 수리아 진영에 다다른 문둥병자들이 허겁지겁 음식을 먹은 후 서둘러 옷가지와 금은 보화를 감추는 동작을 멈추고 그런 자신들의 행위가 옳지 않음을 깨닫는 장면은 예사롭지 않다.
문둥병을 고치지 않는 한 사마리아 성 사람들과 구별된 생을 살아야 하는 처지에 수리아 군대가 음식과 온갖 보화를 진영에 버려 두고 도망친 사실을 성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굳이 그들이 그렇게 하고자 결심한 데는 피치 못할 곡절이 있을 게 분명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리고 그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로 저자는 수리아 장군인 나아만과 과거 엘리사 몰래 게하시가 숨긴 옷과 돈을 제시한다.
다른 장소이긴 하지만 문둥병이 발병한 7년 후 수리아 진영에서 옷과 돈을 약탈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게하시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아무 것도 잃을 게 없는 게하시가 굳이 사마리아 성으로 돌아가려는 태도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설사 돌아가 본 사실을 그대로 알린다고 해도 문둥병자의 말을 들어 줄 사람들이 있을까 조차 의문인 상황에서 대담하게도 그런 태도를 보일 수 있던 것은 그가 게하시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건 아닐까? 열왕기하 7장의 주인공이 게하시가 아니고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그리고 그 생각은 결정적으로 8장에서 밝혀진다. 7년 만에 돌아온 수넴 여인을 게하시가 정확히 알아 본 것이다. 수넴 여인의 아들이 살아나는 전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본 인물이 바로 게하시였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추론한다. 사마리아 성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그들의 문둥병이 나았고, 전쟁 상황이 종결된 후 공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게하시의 역할이 밝혀졌을 것이며, 그 후 공석으로 남아있던 왕실 관리 자리를 그가 차지하게 되었다고.
중요한 것은 그가 왕의 조력자가 되었다는 사실이 아니다. 그는 이미 자신의 죄로 죄의 댓가를 받는 것이 마땅했다. 그리고 그렇게 벌을 받았고 성경에서 그의 이름이 사라졌다. 여기까지 아무 문제가 없다. 자기가 지은 죄로 처벌받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문제는 하나님이 자기 백성을 너무도 사랑하신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이 실패에 안주하거나 그 실패를 통해 아무 것도 배우지 않기를 바라지 않는다. 아무리 결정적인 실수를 했을지라도 자기 백성을 사랑하는 하나님은 그가 일견 다르지만 질적으로 같은 테스트를 거쳐 정말 하나님이 바라는 사람으로 변모되기를 바란다.
실패한 사건을 넘지 않으려면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랬듯이 40년을 우회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잘 안다. 건너야 할 강은 우회할 수 있다해도 건너는 것이 좋다. 그래야 또 다른 세계로 성큼 들어설 수 있다.
게하시에게 닥친,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상황은 그에게 기회였다. 그리고 그 기회를 게하시는 멋지게 살렸다. 생각처럼 그 기회가 손쉬운 건 아니다. 그것은 문둥이 몸으로 성을 향해 돌아가야 하며 흉물 대하듯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감수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결단이 동반되는 기회다. 하지만 그 기회엔 놀라운 능력이 준비되어 있다. 해가 지평선에 떠오르는 아침, 절뚝거리며 걷는 야곱의 발걸음이 그것과 다르지 않다. 예수님의 말을 믿고 제사장에게 몸을 보이려 가던 도중 병이 나은 문둥병자의 그것과도 다르지 않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고 세 번 부르시는 예수님 앞에 베드로의 대답이 그것과 다르지 않다.
오늘 우리에게도 기회가 온다. 우리를 너무도 사랑하시는 하나님이 주시는 기회다. 과거의 ‘결정적 실패’에 연연하지 말고, 그것에 메여있지 말고 믿음으로 한 발을 내딛으라고 권면하시는 하나님의 기회. 그 기회는 게하시에게만 오지 않는다. 우리에게 주시는 또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말자.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건 한 번으로 족하다.
글 김정완 명예편집위원
저자 토미 테니
3대에 걸친 목회자 집안의 영적 유산을 이어받아 말씀 사역과 크리스천 리더십 분야에서 뛰어난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God Chasers 시리즈의 저자이다.
지은책으로 <하나님께 굶주린 예배자> 비롯해, <다윗의 장막>, <하나님의 관점>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가 있다.
‘결정적인 실패’가 있다.
그것은 회복할 수 없는 실패이자 다른 것과 상쇄할 수 없는 실패다. 그래서 그 앞에 선 사람이라면 누구나 또 다른 선택을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신앙에 있어서도 그런 실패가 있다. 너무나 결정적이어서 돌이킬 수 있는 여지가 하나도 없는 실패. 우린 그 전형을 게하시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게하시는 엘리야와의 관계에서 엘리사가 그랬던 것처럼 별 문제없이 엘리사의 뒤를 이어 선지자로 이름을 드높일 수 있었던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그야말로 ‘앗!’하는 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 나아만의 문둥병이 그에게 옮겨왔고 그 가족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급전직하. 하루아침에 그의 신분이 바뀌었다. 다시는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없는 몰골로 그는 한평생을 살아야했다. 더군다나 자신의 실수로 가족마저 사람들과 등져야하는 상황을 죽을 때까지 고통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그에게 소망이라곤 없어 보였다.
이후 그의 이름조차 성경에서 사라졌다. 그것은 너무도 당연해 보였다. 선지자의 사환으로서 불순종은 자기 위치를 망각한 것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기회는 있었다. 나아만을 속여 빼앗은 옷가지들과 돈을 숨기긴 했어도 “어디 갔다 오느냐?”는 엘리사의 물음에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고백할 수도 있었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에덴의 아담을 다시 마주한다. 게하시 역시 그 날의 아담과 같았다. 그리고 그 끝도 같았다. 끝없는 나락으로의 추락. 아무도 그를 기억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런 그의 이름이 열왕기하 8장에 홀연히 나타난다. 그것도 왕의 조력자로서 눈부시게 복귀한 채로. 어떤 일이 일어났던 걸까? 열왕기하 5장의 문둥병자 게하시와 열왕기하 8장의 왕의 조력자 게하시는 다른 인물일까?
『다윗의 장막』과 『간절한 매달림』 등의 저작을 통해 하나님의 역사 방법과 하나님의 성품에 관해 놀라울 정도로 눈부신 통찰력을 보여준 저자의 눈에 게하시의 사례가 스쳐지나갈 리 없었다. 성경에 기록되어 있지 않은 그 5장과 8장 사이의 행간을 저자는 예의 그 예리한 통찰력으로 하나씩 열어 그 속에 숨은 진리를 실타래 풀어가듯 풀어간다.
저자는 게하시에게 내린 심판 이후에 4명의 문둥병자가 등장하는 열왕기하 7장을 주목한다. 그리고 그것을 5장의 게하시와 8장의 게하시를 이어주는 통로로 삼는다. 5장 이후 갑자기 사라진 게하시를 복원하는 가교 역할을 수리아의 진영에 찾아든 4명의 문둥병자 중 하나에게서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단정적인 어조로 답한다. 그들 중 하나가 게하시라고. 과거에도 수많은 랍비들이 7장의 문둥병자들을 게하시와 그의 세 아들로 보았다는 사실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의 첫 장에서부터 시작된 궁금증, 곧 저자가 5장과 8장의 게하시를 동일인물로 추론하는 데 있어서 단서가 될만한 실마리를 어디서, 어떻게 찾아낼 것이냐 하는 궁금증에 빠져든 독자를 이해시키기에는 저자의 주장만으로도 충분하다. 수리아 진영에 다다른 문둥병자들이 허겁지겁 음식을 먹은 후 서둘러 옷가지와 금은 보화를 감추는 동작을 멈추고 그런 자신들의 행위가 옳지 않음을 깨닫는 장면은 예사롭지 않다.
문둥병을 고치지 않는 한 사마리아 성 사람들과 구별된 생을 살아야 하는 처지에 수리아 군대가 음식과 온갖 보화를 진영에 버려 두고 도망친 사실을 성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굳이 그들이 그렇게 하고자 결심한 데는 피치 못할 곡절이 있을 게 분명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리고 그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로 저자는 수리아 장군인 나아만과 과거 엘리사 몰래 게하시가 숨긴 옷과 돈을 제시한다.
다른 장소이긴 하지만 문둥병이 발병한 7년 후 수리아 진영에서 옷과 돈을 약탈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게하시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아무 것도 잃을 게 없는 게하시가 굳이 사마리아 성으로 돌아가려는 태도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설사 돌아가 본 사실을 그대로 알린다고 해도 문둥병자의 말을 들어 줄 사람들이 있을까 조차 의문인 상황에서 대담하게도 그런 태도를 보일 수 있던 것은 그가 게하시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건 아닐까? 열왕기하 7장의 주인공이 게하시가 아니고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그리고 그 생각은 결정적으로 8장에서 밝혀진다. 7년 만에 돌아온 수넴 여인을 게하시가 정확히 알아 본 것이다. 수넴 여인의 아들이 살아나는 전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본 인물이 바로 게하시였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추론한다. 사마리아 성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그들의 문둥병이 나았고, 전쟁 상황이 종결된 후 공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게하시의 역할이 밝혀졌을 것이며, 그 후 공석으로 남아있던 왕실 관리 자리를 그가 차지하게 되었다고.
중요한 것은 그가 왕의 조력자가 되었다는 사실이 아니다. 그는 이미 자신의 죄로 죄의 댓가를 받는 것이 마땅했다. 그리고 그렇게 벌을 받았고 성경에서 그의 이름이 사라졌다. 여기까지 아무 문제가 없다. 자기가 지은 죄로 처벌받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문제는 하나님이 자기 백성을 너무도 사랑하신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이 실패에 안주하거나 그 실패를 통해 아무 것도 배우지 않기를 바라지 않는다. 아무리 결정적인 실수를 했을지라도 자기 백성을 사랑하는 하나님은 그가 일견 다르지만 질적으로 같은 테스트를 거쳐 정말 하나님이 바라는 사람으로 변모되기를 바란다.
실패한 사건을 넘지 않으려면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랬듯이 40년을 우회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잘 안다. 건너야 할 강은 우회할 수 있다해도 건너는 것이 좋다. 그래야 또 다른 세계로 성큼 들어설 수 있다.
게하시에게 닥친,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상황은 그에게 기회였다. 그리고 그 기회를 게하시는 멋지게 살렸다. 생각처럼 그 기회가 손쉬운 건 아니다. 그것은 문둥이 몸으로 성을 향해 돌아가야 하며 흉물 대하듯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감수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결단이 동반되는 기회다. 하지만 그 기회엔 놀라운 능력이 준비되어 있다. 해가 지평선에 떠오르는 아침, 절뚝거리며 걷는 야곱의 발걸음이 그것과 다르지 않다. 예수님의 말을 믿고 제사장에게 몸을 보이려 가던 도중 병이 나은 문둥병자의 그것과도 다르지 않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고 세 번 부르시는 예수님 앞에 베드로의 대답이 그것과 다르지 않다.
오늘 우리에게도 기회가 온다. 우리를 너무도 사랑하시는 하나님이 주시는 기회다. 과거의 ‘결정적 실패’에 연연하지 말고, 그것에 메여있지 말고 믿음으로 한 발을 내딛으라고 권면하시는 하나님의 기회. 그 기회는 게하시에게만 오지 않는다. 우리에게 주시는 또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말자.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건 한 번으로 족하다.
글 김정완 명예편집위원
저자 토미 테니
3대에 걸친 목회자 집안의 영적 유산을 이어받아 말씀 사역과 크리스천 리더십 분야에서 뛰어난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God Chasers 시리즈의 저자이다.
지은책으로 <하나님께 굶주린 예배자> 비롯해, <다윗의 장막>, <하나님의 관점>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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