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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지금 막 마지막 숨을 거둬야 한다면
행복하게 내려오기/샤론 다디스, 신디 로저스/토기장이/[북뉴스]
할머니를 저 세상으로 떠나 보내기 전날, 이 책을 들고 버스에 올랐습니다.
저녁 7시 모임 시간에 맞춰 서둘러 집을 나섰음에도 빙 돌아가는 버스 탓에 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을지 장담이 서지 않았습니다. 손에 든 책이 제대로 눈에 들어올 리 없었습니다. 읽은 곳을 다시 읽기를 여러 번, 순간 한 구절에 시선이 꽂혔습니다.
죽음의 순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삶을 진지하게 돌아볼 수 있어서 무척 서글프다는 내용의 구절이었습니다. 그 구절을 통해 우리 인생이 사는 동안 그렇게 진지하게 삶을 반추할 수 있다면 참으로 의미 있는 생을 살 수 있을 텐데, 하는 저자의 한탄 섞인 성찰을 고스란히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독해는 다분히 제가 처한 현실 상황이 한몫하고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할머니가 연상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또 그만큼 고통스러운 것이기도 했습니다. 할머니는 숨을 거두시는 동안 곁에서 제가 무엇을 해드릴 수 있을지 고민스러웠습니다.
이 책에 기록된 인물들의 공통점은 죽음의 순간에 맞닥뜨리게 되는 다양한 경험, 즉 고독, 혼란, 후회, 두려움, 비통함이라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급격히 빠져든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할머니도 그러셨을 것입니다. 10여 년 전부터 몸이 많이 쇠약해서 교회에 나갈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점부터 할머니의 방에서 성경책과 찬송가가 눈에 띠게 자주 보이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할머니가 신앙을 버린 것은 아니었지만 제 짐작으로 할머니는 당신이 교회에 나갈 수 없는 현실이 무척 화가 났을 것 같습니다.
돌아가시기 1주일 전에부터 가위눌리는 일이 잦았습니다. 전 혹여 할머니가 교회에 나가지 못한 부담감으로 죄책감에 시달려서 그런 것은 아니지 염려가 되었습니다. 다행이 목사님이 다녀가시고 찬송가를 들으면서 안정감을 되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힘겹게 첫손자를 알아보시던 할머니는 마지막 순간에 그렇게 사랑하는 손자 손을 잡은 채 돌아가셨습니다.
마지막 순간이 다다를수록 할머니는 많은 상념에 사로잡히셨을 것입니다. 남겨진 자식들과 손자들이 잘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떠지지 않는 눈을 힘겹게 올리며 눈에 밟히는 자식들을 이미 얇은 막으로 어둡게 가려진 눈 안에 그렁그렁 담아내셨습니다.
죽음의 순간 보편적으로 경험하게 될 다양한 감정의 변화는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신체적 경험과 상승 작용을 일으켜 자신과 가족에 대한 부담감을 가중시키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필연코 저와 독자들은 죽음에 순간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이 책의 인물들처럼 서둘러 자신을 돌아보게 될지 모릅니다. 이 책은 그런 곤란을 사전에 방지하는 책으로 읽히는 것이 좋습니다. 저자도 밝힌 바와 같이 우리가 조금 일찍 자신을 깊이 돌아볼 수 있다면 분명히 지금과는 상당부분 다른 삶을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같은 이유에서 전 모든 독자들이 자신이 마지막 순간에 이르렀다고 가정하고 이 책의 행간에 숨은 삶의 의미를 성찰적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의 삶은 보다 고양될 것입니다. 그리고 부랴부랴 삶을 정리하는 일 또한 상당 부분 사라질 것입니다.
할머니를 떠나 보내던 날, 전 많은 상념에 잠겼습니다. 조금 더 잘 해 드릴 순 없었나, 하는 서러움에서부터 마지막 순간 가쁜 숨을 수차 내쉬던 할머니 곁에서 마지막 입맞춤이라도 해드렸어야 했는데, 하는 회한에 이르기까지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앞으로 상당한 시일 동안 전 할머니에 대해 죄스러운 마음을 갖게 될 것입니다. 생 또한 그럴 수 있습니다. 마지막 순간 내 삶이 어떤 형식과 내용으로 나타날지 준비하는 삶을 채근하듯 살아야 후회 없는 마지막이 준비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글 김정완 명예편집위원
저자 샤론 다디스 - 전문적인 호스피스 간호사로 지난 20여년 동안 죽음, 죽어감, 사별 후의 삶 등을 전문으로 다루는 일을 해오고 있다. 그간의 경험과 생각, 느낌들을 폭넓게 나누고 마지막 여행길을 미리 준비하기를 권유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출간하였다. 현재 미네소타 스틸워터에 위치한 성 크르와 병원에서 어린아이들을 위한 사별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으며, 레이크 뷰 병원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 환자들을 위한 예배 프로그래믈 인도하고 있다.
신디 로저스 - 교사이자 작가로 사람들을 감화시키는 따뜻한 글들을 쓰고 있다.
할머니를 저 세상으로 떠나 보내기 전날, 이 책을 들고 버스에 올랐습니다.
저녁 7시 모임 시간에 맞춰 서둘러 집을 나섰음에도 빙 돌아가는 버스 탓에 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을지 장담이 서지 않았습니다. 손에 든 책이 제대로 눈에 들어올 리 없었습니다. 읽은 곳을 다시 읽기를 여러 번, 순간 한 구절에 시선이 꽂혔습니다.
죽음의 순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삶을 진지하게 돌아볼 수 있어서 무척 서글프다는 내용의 구절이었습니다. 그 구절을 통해 우리 인생이 사는 동안 그렇게 진지하게 삶을 반추할 수 있다면 참으로 의미 있는 생을 살 수 있을 텐데, 하는 저자의 한탄 섞인 성찰을 고스란히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독해는 다분히 제가 처한 현실 상황이 한몫하고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할머니가 연상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또 그만큼 고통스러운 것이기도 했습니다. 할머니는 숨을 거두시는 동안 곁에서 제가 무엇을 해드릴 수 있을지 고민스러웠습니다.
이 책에 기록된 인물들의 공통점은 죽음의 순간에 맞닥뜨리게 되는 다양한 경험, 즉 고독, 혼란, 후회, 두려움, 비통함이라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급격히 빠져든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할머니도 그러셨을 것입니다. 10여 년 전부터 몸이 많이 쇠약해서 교회에 나갈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점부터 할머니의 방에서 성경책과 찬송가가 눈에 띠게 자주 보이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할머니가 신앙을 버린 것은 아니었지만 제 짐작으로 할머니는 당신이 교회에 나갈 수 없는 현실이 무척 화가 났을 것 같습니다.
돌아가시기 1주일 전에부터 가위눌리는 일이 잦았습니다. 전 혹여 할머니가 교회에 나가지 못한 부담감으로 죄책감에 시달려서 그런 것은 아니지 염려가 되었습니다. 다행이 목사님이 다녀가시고 찬송가를 들으면서 안정감을 되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힘겹게 첫손자를 알아보시던 할머니는 마지막 순간에 그렇게 사랑하는 손자 손을 잡은 채 돌아가셨습니다.
마지막 순간이 다다를수록 할머니는 많은 상념에 사로잡히셨을 것입니다. 남겨진 자식들과 손자들이 잘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떠지지 않는 눈을 힘겹게 올리며 눈에 밟히는 자식들을 이미 얇은 막으로 어둡게 가려진 눈 안에 그렁그렁 담아내셨습니다.
죽음의 순간 보편적으로 경험하게 될 다양한 감정의 변화는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신체적 경험과 상승 작용을 일으켜 자신과 가족에 대한 부담감을 가중시키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필연코 저와 독자들은 죽음에 순간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이 책의 인물들처럼 서둘러 자신을 돌아보게 될지 모릅니다. 이 책은 그런 곤란을 사전에 방지하는 책으로 읽히는 것이 좋습니다. 저자도 밝힌 바와 같이 우리가 조금 일찍 자신을 깊이 돌아볼 수 있다면 분명히 지금과는 상당부분 다른 삶을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같은 이유에서 전 모든 독자들이 자신이 마지막 순간에 이르렀다고 가정하고 이 책의 행간에 숨은 삶의 의미를 성찰적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의 삶은 보다 고양될 것입니다. 그리고 부랴부랴 삶을 정리하는 일 또한 상당 부분 사라질 것입니다.
할머니를 떠나 보내던 날, 전 많은 상념에 잠겼습니다. 조금 더 잘 해 드릴 순 없었나, 하는 서러움에서부터 마지막 순간 가쁜 숨을 수차 내쉬던 할머니 곁에서 마지막 입맞춤이라도 해드렸어야 했는데, 하는 회한에 이르기까지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앞으로 상당한 시일 동안 전 할머니에 대해 죄스러운 마음을 갖게 될 것입니다. 생 또한 그럴 수 있습니다. 마지막 순간 내 삶이 어떤 형식과 내용으로 나타날지 준비하는 삶을 채근하듯 살아야 후회 없는 마지막이 준비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글 김정완 명예편집위원
저자 샤론 다디스 - 전문적인 호스피스 간호사로 지난 20여년 동안 죽음, 죽어감, 사별 후의 삶 등을 전문으로 다루는 일을 해오고 있다. 그간의 경험과 생각, 느낌들을 폭넓게 나누고 마지막 여행길을 미리 준비하기를 권유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출간하였다. 현재 미네소타 스틸워터에 위치한 성 크르와 병원에서 어린아이들을 위한 사별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으며, 레이크 뷰 병원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 환자들을 위한 예배 프로그래믈 인도하고 있다.
신디 로저스 - 교사이자 작가로 사람들을 감화시키는 따뜻한 글들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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