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돈 사용법
아마도 이런 생각은 그리스도인이라면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 한두 번, 어쩌면 잠재의식적으로 하는 생각 중 하나일 것이다. 다른 방식의 삶. 그것을 구별된 삶이라고 달리 표현해도 좋겠다.
그런데 이 세상에 살면서 세상과 다른 방식으로 산다는 건 뭘 의미할까? 어떻게 사는 게 달리 사는 걸까? 특히 경제행위에 관한 한 그런 생각은 보다 복잡한 양상을 띤다. 주식투자는 해야 되는 걸까? 또 보험은 어떤가? 들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어디 그 뿐이랴! 아마도 잡다한 일상생활 전부가 복잡다단하게 머릿속을 파고 들 것이다. 이쯤 되면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이 책, 〈그리스도인의 재정원칙〉은 부와 돈에 숨은 영적 원리를 드러내고 그 의미를 성경적 원리에 입각해 하나둘씩 벗겨냄으로써 부와 돈에 매몰되어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영적감각을 새롭게 깨우는 데 일조하고 있다. 저자들은 이 분야에 관한한 오랜 강의와 경험을 자랑한다. 공저자 중 하나인 크래드 힐은 ‘Family Foundations International'의 대표이며, 얼 피츠는 예수전도단 안에서도 재정에 대한 성경적 원칙, 성경적 기업활동 등 돈과 경제에 관한 강의에 뛰어난 강사로 손꼽힌다.
저자들은 “보물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다”는 성경 말씀을 기본원리로 삼아 보물, 곧 돈에 내재된 세력을 묘파하는 데 많은 장을 할애하고 있다. 돈에 세력이 있고 그 돈을 자기 권력의 확장책으로 운용하려는 악한 영에 대응하는 방식, 그것이 바로 저자들이 말하는 부와 돈에 관한 정리된 관점이다. 모든 일은 기초를 다지는 작업을 선행요건으로 한다. 현상을 정리하는 문제라고 다를 이유가 없다. 그런 점에서 저자들이 성경으로 돌아가 부와 돈에 숨은 원리를 캐내려고 한 점은 적절하다.
하나님의 경제와 사탄의 경제는 엄연히 그 기초를 달리하고 있다. 저자들은 그 차이를 ’나누기‘와 ’사고팔기‘로 구분한다.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는 나눔과 사고팖으로써 부를 늘리는 개인적 부요는 엄연히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그리스도인이 모든 걸 다 나눠주고 가난하게 되라는 건 아니다. 우린 아브라함과 욥의 부를 어렵지 않게 기억해낼 수 있다. 하나님은 우리 또한 경제적인 풍요 안에 거하길 바라신다. 그럼에도 대다수 그리스도인들이 어렵게 사는 이유는 생각 외로 간단하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무엇이든지 구하는 대로 줄 것이라고 약속하셨다. 돈에 깃든 맘몬의 영향 아래 사는 우린 자주 돈에 관해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인다. 돈을 벌고 싶어 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론 돈을 터부시하는 이중적인 태도가 고착화돼 있다. 돈이 벌리지 않으면 돈에 초연한 듯 행동하고, 돈이 좀 생기면 그 돈을 규모 있게 쓰지 못하는 것은 그런 태도가 드러내는 행동의 일부분이다.
이제 성경적 관점에서 부와 돈의 성격에 관해 분명히 배우고 돈의 성경적 쓰임을 차근차근 공부해보는 일부터 시작해보자. 돈이 다스릴 존재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창세기의 선언이 아담의 죄로 사단에게 양도된 후 그 결정적인 내용을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 위에서 되찾아 오셨다. 세상은 여전히 돈에 종속돼 있더라도 그리스도인은 그 돈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성경 원리다. 그렇게 함으로써 세상에 돈에 예속되지 않으면서 그 돈을 잘 사용하는 모범을 세워가야 한다. 그 책임은 오롯이 그리스도인에게 달렸다.
돈에 관한 한 우린 모두 초보다. 초보자는 스펀지처럼 빨아들일 일만 남았다. 2004년에 이 책의 번역판이 나온 후로 이만한 책이 나오지 않은 것이 아쉽다. 실생활에 밀접하게 관련된 문제를 성경적으로 풀어내는 책의 출간은 시급하고도 요긴한 일이다. 세상과 다른 관점에서 사는 그리스도인들이 속출하는 데 이와 같은 책들이 기여할 공간은 많다. 보다 많은 출판사들이 거대담론에 휘둘리지 않고 실제적이며 실천가능한 작은 문제에 보다 집중해주길 바란다. 그것이 이 땅에 하나님의 아름다운 덕을 선전하고 곳곳에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