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22명의 사회복지사들이 솔직하게 털어놓은 사회복지사의 세계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사회복지사가 말하는 사회복지사』가 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서 매우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다른 사회복지사가 일하는 것을 듣고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부키출판사가 발간하는 전문직 리포트는 매우 뜻 깊은 출판이라 할 것이다.
본서는 〈부키 전문직 리포트〉 시리즈의 열일곱 번째 책으로, 복지가 화두인 우리 시대에 가장 주목받는 직업으로 꼽히는 사회복지사의 실상에 대해 22명의 사회복지사들이 속내를 솔직하게 털어놓은 책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장애인복지관에서 좌충우돌하는 ‘초보’에서부터 주민센터, 종합사회복지관, 장애인ㆍ노인ㆍ아동센터, 정신보건 및 의료 기관을 비롯해 국회, 협동조합, 기업 재단은 물론 카페, 영상 제작, 국제 구호 단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회복지사들이 직업의 애환과 보람을 가감 없이 들려준다.
올들어 사회복지공무원이 잇따라 자살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벌써 4명의 사회복지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진 사회복지업무 전담공무원으로, 죽기 전 모두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복지가 시대의 화두로 자리 잡으면서 정부의 복지 사업은 급증했지만 이를 실행할 인력은 충원되지 않아 일선 사회복지 공무원들의 업무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늘었기 때문이란다. 반면 복지국가라는 시대 흐름과 맞물려, 언젠가부터 사회복지사는 ‘유망 직종’으로 떠올랐다. 사회복지학과가 없는 대학이 없을 정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라는 광고가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사회복지사의 미래는 정말로 이렇게 ‘장밋빛’일까? 아니면 죽을 만큼 괴로운 일일까? 여기 사회복지사들의 실상을 솔직하게 보여 주는 책 『사회복지사가 말하는 사회복지사』가 발간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밑줄 그은 몇 단락을 적는다.
사회복지사는 발로 일하는 사람이다. 어려운 이웃을 만나러 그가 살아가는 삶터에 부지런히 다니고, 그 이웃을 만나러 또 다닌다. 나눔을 주고받을 이웃을 찾아 열심히 다니고, 좋은 관계를 주선하기 위해 또 이곳저곳 두루 다녀야 한다. 지렁이가 단단한 땅 속을 부지런히 다니며 숨을 틔우고 맑은 공기를 흐르게 하여 땅을 살리듯, 우리 사회 두루 다니며 좋은 관계를 만들고 인정이 흐르게 하여 ‘약자가 살 만한 사회’, ‘약자와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드는 사람이다. 그래서 사회복지사는 ‘social worker'이면서 ’social walker'이다.(14쪽)
언젠가 회의 때 관장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우리가 절대 슈퍼맨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라.” 몇십 년에 걸쳐 형성된 한 사람의 인생과 가정을 어찌 짧은 순간에 바꿀 수 있겠는가. 아동과 가족에게 나타난 문제(욕구)를 다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니, 그걸 인정하라는 말이었다. 또 문제(욕구)를 해결해 준다고 하더라도 그게 아동과 가족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 문제(욕구)를 이겨 낼 힘을 떨어뜨릴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해결할 수 없는 목표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묻고 함께 의논하며 아이와 그 가정이 그동안 잘해 왔던 강점을 찾고, 이웃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 나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는 그렇게 도움을 주는 이웃이 아직 많다.(21쪽)
사회복지에서 돈이 얼마나 큰 존재인지를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고, 그와 함께 무너져 버린 나의 정체성 역시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자연주의 사회복지’를 실천하고 있는 김세진, 박시현 선생님의 강의를 통해 돈이 아니라 ‘사람다움’과 ‘사회다움’을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 진짜 사회복지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서비스 이용자가 삶의 주인이 되도록 돕는 ‘사람다움’, 그리고 우리 사회가 약자가 살만한 세상이 되도록 돕는 ‘사회다움’, 잃어버린 돈과 함께 완전히 비어버린 나의 빈 잔을 그 두 가치로 채웠다.(42쪽)
사회복지사의 매력이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나는 종종 이렇게 대답한다. 끊임없이 배우고 발전하는 것이라고.
사회복지사는 늘 ‘사람’을 상대로 일하기 때문에 세상의 변화에 맞추어 항상 공부하고 고민해야 한다. 세상과 사람은 빠르게 변하는데 사회복지사만 제자리에 있다면 결국은 뒤처지게 마련이다.(58쪽)
그동안은 내가, 우리 센터가 쪽방 주민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 주려고 했다면, 이제는 주민들 스스로 자신의 삶을 위해 지역사회에서 무엇인가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for) 사회복지는 가난한 사람들에 의한(by) 사회복지로 바뀌어 갔다.(65쪽)
자기가 돕는 어려운 사람들로 인해 눈물 한번 흘려 보지 않은 사회복지사가 어찌 사회복지사라고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97쪽)
자원봉사 담당자에게 더욱 중요한 바탕이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아닐까 생각했다. 사소한 말 한마디 때문에 자원봉사자가 ‘지시받았다’고 느낄 수 있으니, 일을 부탁한 이후에는 감사의 인사를 잊지 말아야 하고, 자원봉사자의 여러 활동에 세심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걸 다시 확인했다.(151쪽)
사회복지사는 착해서 누구든 만나면 배려하고 양보해야 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물론 사람을 대할 때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겠지만, 성직자라도 되는 듯 너무 엄격한 잣대에 맞추지 않아도 된다. 자신의 양심을 생각하며 성실하게 일하고 나름의 철학과 그에 따른 방법으로 일하면 분명 보람을 느낄 것이다. 그렇게 신나게 일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회복지사가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155쪽)
현장에서는 의도하지 않게 도움을 받는 이와 도움을 주는 이로 구분되는 환경과 상황을 자주 접했다. 그 속에서 사회복지사는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ㅇ, 마음씨 고운 천사. 무엇이든 해결해 주는 슈퍼맨처럼 그려지는 것이 늘 불편했다. 지역 주민들이 서로 돕고 나누는 마을 공동체를 잘 이룬다면 사회복지 서비스라는 특별한 활동이 없어도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사회복지사도 편한 이웃으로 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복지’가 특별한 서비스나 시혜적 차원을 넘어 평범한 살림살이가 되는 것, 우리가 함께 누리는 행복한 삶(보편적 복지)과 서로가 함께 살아가는 삶(공동체)이 하나가 되기를 바랐다.(19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