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신구약 중간기 그리고 기독교 이해를 위한
헤르만 리히텐베르거(Hermann Lichtenberger, 1943-)는 한국 신학계에서 유명한 연구자는 아닌 것 같다. 그런데『초기 유대교와 신약의 교회』를 추천한 오성종 박사(전 칼빈대 신약학)는 마틴 헹엘(Martin Hengel, 1926-2009)의 후임으로 소개하였다. 마틴 행엘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신학자이고, 고대 유대교 연구자이고,『유대교와 헬리니즘』(나남출판사, 박정수 역)이란 대작을 발표하였고, 김세윤 교수도 그에게 영향을 받았다.
고대 유대교 연구는 종교사학파와 새관점학파가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종교사학파와 새관점학파는 동일한 관점에서 연구하는 분야는 아니다. 한국 교회에 있는 신약학 학자들은 종교사학파 계열과 새관점학파 계열로 크게 나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마틴 헹엘의 후임인 헤르만 리히텐베르거는 종교사학파의 계열에서 중간기 역사를 개진하는 연구자이다.
『초기 유대교와 신약의 교회』는 헤르만 리히텐베르거에게 독일에서 수학한 학자들의 공동 작업으로 번역된 의미 있는 작품이다. 배재욱 박사(영남신대 은퇴)가 책임 번역자로 그리고 장승익 박사, 문배수 박사, 박성호 박사가 각각 분할해서 번역을 진행하였다. 협업 번역에서 번역 부분이 잘 드러나지 않지만,『초기 유대교와 신약의 교회』는 부분 번역자를 정확하게 표기하였다.
『초기 유대교와 신약의 교회』는 초기 유대교에서 요한계시록(신약의 교회)까지 내용을 전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관점에 대해서 독자들은 면밀한 관점을 가지고 논리를 파악해야 한다. 기독교 기원에 대한 논의는 200년 전부터 끊임없이 전개되고 있다.
헤르만 리히텐베르거는 세례와 성만찬(1부), 기도와 선교(2부), 음식법(3부), 메시아 기대, 율법 그리고 신비주의(4부), 새창조, 부활과 종말 사상(5부)로 섹션을 나누어서 내용을 구성하였다. 리히텐베르거는 세례 요한, 사도들의 전도 활동, 바울 사상, 신비주의, 그리고 종말 사상의 모든 요소가 초기 유대교와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증거하였다.
리히텐베르거는 세례 요한을 에세네파라고 분류한 것은 재미있는 관점이다. 어떤 연구자는 세례 요한을 에세네파로 분류하는 것을 거부한다(참고 알프레드 에더스하임). 중간기와 신약의 연결점에 세례 요한이 있는데, 그것에 대한 이해를 세워갈 수 있다. 세례 요한은 예수 그리고 사도와 연결되는 순서를 갖는다. 에세네파는 신약성경에 등장하지 않으며, 요세푸스의『유대고대사』에서 등장한다. 에세네파의 정결의식(잠수욕)과 요한의 세례 의식을 비교할 수 있겠다. 리히텐베르거가 제시하는 여러 주제들이 어떻게 연결시키는지 논리적 과정을 살피면서 학문 전개 방법을 엿볼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유럽이 이해하는 기독교와 동등한 수준에 이르기는 쉽지 않다. 유럽은 제국주의 시절에 언어학적 기반을 수립하였고, 고고학적 자료를 확보하며 근본적인 학문 자료를 확보하며 학문을 이루었다. 우리나라에서 신학을 하려면 그 자료를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 신학계에서도 많은 연구자들이 중간기 역사에 대한 결과물들을 출판하고 있다. 유럽과 영미권의 연구자들의 글을 차분히 번역하면서 이해를 확립하며, 독자적인 학문 영역을 구축해야 한다. 새관점학파가 우리의 신학계와 기독 지성인의 진영을 거의 점유한 것 같다.
그러나 독일은 신학과 철학의 아성으로 자기 이해를 끊임없이 정진하고 있다. 신학을 위해서 독일어를 하지 않아야 될 때가 올까? 새관점학파가 영어로 신학을 주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독일이 갖는 사상적 위상은 전환시킬 수는 없을 것 같다. 우리에게 더 많은 독일어 신학 자료 번역이 필요하다. 그래서 균형된 신학 자료를 확보하면서 우리의 신학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리히텐베르거의 『초기 유대교와 신약의 교회』는 독일의 대표적인 튀빙겐 신학 진영의 작품으로 중간기 역사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학도들에게 매우 유익한 서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