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로그인
서평
성숙한 리더가 되려면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레어 리더십: 성숙한 리더가 되기 위한 비범한 습관/마커스 워너, 짐 와일더/권명지/넥서스BOOKS/조정의 편집위원
RARE(레어): “드문”, “진귀한”. 마커스 워너와 짐 와일더가 쓴 책 <레어 리더십>은 원어의 뜻처럼 정말 드문 책임에 틀림이 없다. 기독교 서적 중에 뇌과학과 리더십을 연결하여 설명하는 책은 정말 흔하지 않다. 두 명의 저자 모두 신학 교육을 받았다. 워너는 트리니티 복음주의신학교에서, 와일드는 풀러 신학교에서. 둘 다 리더를 양육하고 세우고 가르치는 일에 헌신해왔다. 워너는 디퍼 워크 인터내셔널이란 기관을 통해, 와일더는 신학과 뇌과학을 접목하는 분야에서. 마커스 워너의 책은 두란노에서 2020년 <하루 15분, 부부의 시간>을 통해 처음 소개되었고, 와일더는 목사로서 <나르시시즘, 그 판도라 상자를 열다> <달라스 윌라드와의 마지막 영성 수업> 등 워너보다 더 많은 책이 국내 소개되었다.
<레어 리더십>의 부제가 말하는 것처럼 “성숙한 리더가 되기 위한 비범한 습관”은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관계성을 유지하라, 2) 자신답게 행동하라, 3) 기쁨을 회복하라, 4) 고난을 잘 견뎌라. 얼핏 보기엔 그리 대단해 보이거나 획기적인 습관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것이다. 기독교를 떠나 세상이 말하는 ‘성공하는 사람들’ 역시 이와 유사한 습관들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평범해 보이는 이 습관들이 삶으로 맺는 열매는 그렇지 않은 사람과 확실한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저자는 확신한다. 또한 여느 자기계발서와 차별이 되는 건 그 확신이 성경과 뇌과학의 접목에서 온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자기계발서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그런 장르의 책을 통해 유익을 얻은 경험이 극히 드문 독자에게 이 책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엄밀히 말해서 이 책은 복음의 깊은 정수를 예리한 성경 연구와 오랜 묵상에서 길어낸 책이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리더십을 분석하고 어떻게 그분의 발자취를 따를 것인지 권면하는 책도 아니다. 성경이 리더십에 관하여 무엇을 말하고 있고 그것을 어떻게 하나님의 은혜 아래 성령의 능력과 철저한 순종으로 발휘할 것인지 설명하는 책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리더십에 관하여 매우 중요한 패러다임 전환을 제시한다. 그래서 정말 레어(‘드문)하다.
워너와 와일더는 네 가지 비범한 습관을 설명할 때 하나님과 아무런 상관 없이 뇌과학이나 행동 변화만을 늘어놓지 않는다. 문제보다 관계를 크게 보는 습관, 그래서 관계성을 유지하기 위해 상대방에 관한 궁금증을 갖고 감사하며 친절하게 대하고 관계에 집중한 대화(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봉투 대화’)를 하는 이유는 하나님께서 그분과의 관계를 우리가 당면한 문제보다 크게 보시기 때문이다.
자신답게 행동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사람들을 괴롭히는 포식자형 리더나 양을 버리고 달아나는 주머니쥐형 리더가 아니라 보호자같이 품고 사랑할 수 있는 리더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자기 정체성을 분명하게 붙들고 있는 사람이다. 자기 정체성을 끊임없이 기억하고 되새기는 방법은 하나님께 구하고 그분이 정의하신 자신의 정체성을 보는 것이다.
리더는 어떻게 무겁고 외롭고 힘든 자리에서 책임지고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가? 어떻게 속에서 솟아나는 기쁨으로 항상 충만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깊은 상처를 용서함으로, 또한 강한 요새를 허물고, 생각을 결박하고, 세대 간 내려오는 죄를 끊어냄으로”라고 말한다(261p). 그리고 그런 자유는 그리스도 안에서 발견된다.
고난을 잘 견딘 모델이 있다면 바로 그리스도이실 것이다. 고통스러운 환경에 반응하는 수준에 따라 유아기, 아동기, 성인기, 부모기, 노년기로 나눌 수 있는데, 성숙할수록 고난을 잘 견뎌 오히려 크게 기뻐할 수 있다. 비결은 하나님의 관점으로 환경을 바라보고 그분 안에 있는 말할 수 없는 영광스러운 즐거운 일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레어 리더십>은 앞서 말한 네 가지 비범한 습관을 뇌과학과 연결시켜 설명한다. 인간의 뇌는 패스트 트랙과 슬로우 트랙이 있으며, 전자는 주로 우뇌, 후자는 좌뇌가 담당한다. 패스트는 리더십에 영향을 미치고, 슬로우는 주로 관리에 치중된다. 좋은 리더는 둘 다 잘 형성되는 습관을 키워야 하는데, 이 책에서 주로 집중하는 것은 패스트 트랙이다. 논리와 계획, 운영과 관리보다는 감정적, 관계적 능력 곧 정체성에 관한 능력을 말한다. 패스트 트랙은 의식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좋은 습관을 통해 충분히 계발할 수 있다.
워너와 와일더는 수십 년의 리더십 강연에서 얻은 반응과 결과를 사례와 간증을 통해 독자에게 들려주어 자신들이 주장하는 성숙한 리더의 습관이 실제로 리더십을 비범하게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하게 한다. 조직을 잘 관리하고 회원을 체계적인 시스템 안에 통제하고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어떤 방식으로든 효과적, 생산적으로 창출하는 리더를 최고로 우대하는 세상에서 이 책은 일보다는 사람을, 평판보다는 자신다움을, 스트레스와 목표지향적인 삶보다는 기쁨으로 충만한 삶을, 고난을 어쩔 수 없이 감수하기보다 고난을 뛰어넘는 인내를 중요하게 생각하라고 권면한다.
독자에게 가장 큰 과제가 있다면 이 책을 통해 확실히 얻고자 하는 바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성경 주해서가 아니다. 교리서도 아니다. 강해서도 아니고 어떤 주제에 관한 성경의 가르침을 설명하는 책도 아니다. 그런 것을 기대한다면 혹 실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독자 중에는 ‘드물게’ 이 책을 통해 두 저자가 말하는 오늘날 리더십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매우 ‘드문’ 자질들을 발견하는 이들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특별히 리더십을 발휘할 때 현장에서 세속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접목하고픈 유혹이 아주 큰 것이 사실인데, 그런 실질적인 면에서도 한 번쯤 <레어 리더십>이 말하는 것과 같은 조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는 이 책이 ‘패스트 트랙’을 활용하여 관리와 관계를 모두 힘쓸 수 있는 성숙한 리더가 되는 발돋움 판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2,664개(21/134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