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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르앗의 유향은 유효한가?-기독교 소설 그 접점을 찾아서

크리스찬북뉴스 | 2016.05.28 14:18

길리아드/매릴린 로빈슨 저/마로니에 북스


 문양호 편집위원의 서평


아직 목회의 길을 들어서기 전 청년 때의 일이었다.

청년부에서 영적회복에 관계된 교재를 담당목사님이 택해 공부하게 되었는데 그 교재의 핵심구절 중 하나가 예레미야 8:2246:11의 길르앗의 유향이었다. 교재의 저자는 당시의 길르앗의 유향은 사람들의 병을 치료하는 약으로 쓰였는데 이스라엘의 영적 타락과 상처를 이야기하며 그들이 길르앗의 유향을 통해 치유 받듯 우리도 그리스도께 나아가서 그리스도를 통해 치유 받아야 한다는 논조였다.

 

그런데 당시 대학부를 돕느라 청년부의 조장모임에만 참관하던 나는 그 교재를 보면서 한 가지 찜찜함이 있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가 치유 받는다는 것은 전적으로 동의하고 예레미야에서 이야기하는 길르앗의 유향이 치료제라는 것도 동의하지만 문제는 예레미야의 논조는 환자가 그의 병을 낫게 할 수 있는 길르앗의 유향이 있음에도 나오지 않고 치료받지 않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것처럼 이스라엘도 심각한 타락과 죄의 상태로 인해 하나님께 나아오지 않음으로 그들은 치료받을 수 없는 절망적 상태를 예레미야가 보여준다는 것이다.

 

즉 소망이 아니라 절망을 나타내기에 교재에서 긍정적 이미지로 본 구절을 해석하고 중심구절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나는 본 것이다. 개인적인 차원이나 소그룹에서는 그러한 교재를 사용해도 별반 문제없지만 몇 백 명 되는 청년부에서 사용하는 것이 타당할까하는 찜찜함이었다. 교재로는 은혜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성경해석상의 문제가 있을 때 과연 그것이 바람직한 적용인가 하는 것이었다. 결국 조장모임 때 조를 인도하는 엘더에게 질문했다가 간접적으로 조장모임과 청년부 설교시간에 목사님이 그 문제를 다루시며 야단치신 아픈 추억이 내겐 있다.

 

매릴린 로빈슨이 쓴 길리아드는 미국의 아이오아 주에 있는 길리아드라는 지방을 이야기하지만 은유적으로 예레미야서의 길르앗을 이야기한다. 어떤 책을 읽다가 이 소설에 대한 짧은 언급을 하는 것을 통해 호기심을 가지고 이 책에 대해 알아보게 되었고, 2013년 박경리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정보를 접하고는 더 책에 대한 관심이 생겨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목사인 주인공은 아내 사후 홀로 오랫동안 지내다가 늙은 나이에 우연히 젊은 여인을 사랑하게 되어 결혼한 후 어린 아들을 얻게 되는데, 소설은 목사가 이 아들에게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글들을 모아놓은 형식을 띄었다. 주인공은 그 소설 속에서 대대로 목회자의 길을 걸었던 그의 가족사를 이야기하면서 목회자로서의 삶을 잔잔히 그려낸다. 책 중반이 넘어서기까지 중심적인 이야기를 그려내지 않는 듯해서 독자를 좀 당황시키는 듯하지만 이후 소설은 그때까지 조금씩 조각조각 던져놓았던 이야기들을 하나씩 꿰어 잇는다. 목사였지만 남북전쟁 때 참전해 부상을 입기도 한 할아버지와 전통적이기에 무신론자가 된 아들을 받아들이기 힘든 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그 배경을 그려 나간다. 특히 친구의 아들은 무신론자는 아니지만 일종의 돌아온 탕자로서 이야기에 등장한다. 그리고 저자는 존이 회개하는 아들로서 왔는지 아니면 그저 자신의 필요에 의해 길리아드로 왔는지를 의문스럽게 이야기를 펼쳐간다.

 

책의 후반으로 달려가면서 그전까지는 그저 주변이야기에 지나지 않던 존의 이야기는 소설의 중심으로 들어온다. 이 존의 이야기는 길르앗의 유향 앞에서 서있는 한 남자의 고민이다. 문제는 그 길르앗의 향유가 존에게 치료제가 되느냐의 문제이다.

 

앞서 청년 때 나의 생각은 지금도 그리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 길르앗의 유향은 병든 자에게는 희망이 됨은 맞았다. 단지 이스라엘은 그 치료제인 유향 앞으로 나아오지 않을 뿐이었다. 그러기에 절망이다. 지금도 이런 모습을 본다,

 

내 주변을 돌아보아도 그렇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소망이고 구원임을 알면서도 그분께 나아오지 않는 이들을 본다. ‘그래, 그래야지하면서도 그들은 주저한다. 그들은 상황 때문에 환경 때문에라고 변명하기도 한다. 어떤 때는 두려움을 가지기도 한다. 마치 환자가 자기 상처에 대한 수치심으로 의사 앞에 나아가지 못하고 의사의 진단으로 불치병이라고 사형선고라도 내려 질 것이 두려워하는 것처럼 말이다.

 

소설 속에는 그 길르앗의 유향 근처에 맴도는 두 명의 사람, 에드워드와 존이 등장한다.

 

한 명은 화자인 목사의 형인 에드워드는 목회자 가정 속에서 자라나 누구보다 성경에 대해 잘 알지만 무신론의 길을 들어선다. 그의 아버지를 만나러 왔을 때 예의상의 식사기도마저도 거부하는 철저한 무신론자로 탈바꿈한다. 그는 길르앗의 유향을 알면서도 오지 않는 이다.

 

반면에 목사의 친구인 보턴의 아들인 존은 다르다. 그의 아버지 보턴이 친구인 목사의 이름을 넣어 짓기까지 한 존이었고 그의 아버지도 목사였지만 어릴 적부터 비열한 행동을 반복했던 그는 결국 안 좋은 환경의 어린 여자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아기는 결국 죽고만다-그의 부모와 누이에게 고통을 주고 만다. 말년에 아버지를 다시 찾아오지만 자신의 사정을 아버지에게는 차마 털어놓지 못하고 아버지의 친구인 목사에게 자신의 사정을 고백한다. 그것은 흑인여자와의 결혼과 자녀였다-당시는 일부 주는 백인과 흑인의 결혼이 금지되었던 시대다. 비록 노예매매법 철폐를 위해 목사의 할아버지가 전쟁에서 부상까지 입었을 정도이지만 문화적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더구나 그의 부양가족을 책임질 수 없어서 아버지를 찾아왔지만 아버지에게 충격을 줄 수 없어 결국 다시 고향을 떠나는 존. 그는 길르앗의 유향이 자신에게 구원임을 알지만 그 구원으로 나아올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꼭 절망만은 아니다. 그의 고백 이전 목사와의 대화는 존의 중심에 있는 영적 갈망을 보여준다. 하지만 목사는 존의 비열했던 과거와 그에 대한 조심성으로 존의 영적 갈망에 거리를 두곤 한다. 비록 존은 떠나가지만 그에겐 길르앗의 유향에 대한 갈망이 있다. 지금은 떠나가지만 다시 돌아오고 싶은 갈망을 보인다.

 

지금 내 주변에도 그런 갈망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목말라 나아오다가도 문을 열어 주면 주저하고 다시 뒷걸음치는 이들이 있다. 그 속에서 나는 그들을 기다린다. 더 늦지 않기를...

 

길르앗의 유향이 그들에게 소망이 될지, 아니면 절망이 될지는 아직은 알 수 없다. 결국 그들의 선택과 결단일 뿐이다.


추신

 

기독교 관련 소설은 우리주변에 꽤 있다. 길르아드를 읽으면서 두서없지만 대충 기독교 관련소설을 간략히 생각나는 대로 훑어보며 분류해보고 싶다. 기독교 소설이라 하지 않고 기독교 관련 소설이라 함은 기독교의 중심에 서있는 소설이 있는가 하면 아주 반기독교적 소설도 있고 그저 소재와 흥미로만 다룬 것도 있기 때문이다.

 

먼저 기독교 관련 소설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문렬의 사람의 아들은 비교종교학을 넘나들며 기독교 역사의 화두 같은 예정과 자유의지, 구원에 대한 문제를 건드린다. 일종의 구도자의 몸부림을 보여주고 초판본에서는 결국 주인공이 다시 기독교로 귀의하긴 하지만 기독교적 관심이 있는 이가 던지는 기독교적 화두를 보여준다. 당시 불교계에서는 성격은 다르지만 김성동이 만다라로 불교의 진리탐구적 면모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조성기의 라하트 하헤렙야훼의 밤연작시리즈처럼 자신의 신앙간증 뿐만이 아니라 기독교의 낮과 밤을 그리는 소설도 있다.

 

김성일의 소설들은 감명을 주는 기독교 소설이지만 한쪽으로 치우친 편향적 교파의 경향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조심히 읽을 필요도 있을 듯싶다.

 

오두막갈림길의 저자인 윌리엄 폴 영처럼 소설의 형식은 갖추었지만 인간의 영혼을 후벼 파며 메스를 들이대는 변증적 소설도 있다. 반드시 읽기를 바라는 강추의 소설이긴 하지만 단단히 붙들고 씨름할 필요가 있는 좋은 소설이다.

 

그에 반해 단순히 기독교를 소재로 사용하여 반 기독교적인 소설을 그려내는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같은 소설도 있다. 그는 철저하게 대중적인 차원으로 접근할 뿐 문학성으로나 기독교적 진지성도 없는-반기독교적 진지성도 없는-싸구려 소설이다.

 

차라리 만화이긴 하지만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노아는 댄 브라운의 소설처럼 비기독교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댄브라운보다 훨씬 진지하고 철학적 화두를 던지는 면이 있다. 물론 이런 책은 조심성을 가지고 보아야 할 책이다. 그에 반해 모세를 다룬 리들리 스코트의 영화-소설은 아니지만-는 아슬아슬하면서도 기독교적 고민과 새로운 이해와 감동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에 반해 기독교면이 상당히 있고 성경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니코츠 카잔자키스의 예수 그리스도의 최후의 유혹, 성 프란시스코이나 파울로 코엘류의 다섯번째 산-다섯번째 산은 파울로 코엘류의 다른 책과는 상당히 다르고 기독교적 색채가 강하고 어떤 면에서 성경에 대한 해석과 상상에 날개를 달아주는 면이 있다. 분류로 니코츠카잔자키스와 같은 계열에 넣었지만 이 책 자체보다는 코엘류의 다른 책들로 인해 이쪽에 편의상 구분한다-은 신앙의 영역을 지나치게 자유롭게 넘나들며 우리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한다.

 

앞서 다루었던 메릴린 로빈슨의 길리아드는 순수문학의 흐름을 지키면서도 기독교 환경과 문화-특히 목회자의 삶에 대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뿐 아니라 기독교의 중요한 주제에 대한 사색을 하게 해준다. 카톨릭 쪽에서는 조르주 베르나노스의 어느 시골신부의 일기도 순수문학 쪽이면서 신부의 고민과 세계를 보여준다.

 

조금 더 기독교 울타리를 벗어나고 대중적이긴 하지만, A.J. 크로닌의 천국의 열쇠성채도 신앙의 중심적 마음을 건드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 매릴린 로빈슨


1947년 미국 아이다호주 샌드포인트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브라운여자대학의 전신인 펨브로크대학과 워싱턴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을 공부했다. 1980년에 발표한 데뷔작 하우스키핑(Housekeeping)으로 퓰리처상 소설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고 펜/헤밍웨이문학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2005년에 도리스 레싱의 황금노트북, 이언 매큐언의 속죄,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등과 나란히 타임 선정 100대 영문 소설로 꼽혔다. 이후 20여 년 만인 2004년에 두 번째 소설 길리아드(Gilead)를 발표해 2004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과 2005년 퓰리처상 수상의 잇단 영예를 안았으며, 2008년에 발표한 세 번째 소설 (Home)으로 제14회 오렌지문학상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거머쥐었다. 데뷔 이래 근 30년간 단 세 편의 소설을 발표한 과작(寡作)의 작가이지만 작품 발표 때마다 독보적인 작가 정신과 기예로 호평과 사랑을 받는 가운데, 인문학 연구를 병행하여 논픽션 저술로 모국(Mother Country)』 『아담의 조국(The Death of Adam)』 『정신의 부재(Absense of Mind)를 발표하기도 했다. 2011년 현재 아이오와작가협회에서 미래의 작가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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