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추천도서
복음의 본질 회복을 위한 신학적 대안
십자가가 사라진 현대교회/조록형/크리스찬북뉴스/채천석 발행인조록형 박사의『십자가가 사라진 현대교회―칼뱅의 삼중직을 중심으로 본 교회론적 십자가 신학』은 오늘날 한국 교회가 직면한 신학적 위기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급격한 세속화와 교회 내부의 혼란 속에서 지난 수십 년간 한국 교회를 지배해 온 번영신학은 복음을 성공과 성장 중심의 내러티브로 바꾸어 놓았다. 그 결과 십자가의 본질적 의미가 약화되고 교회의 정체성은 심각하게 왜곡되었다. 이 책은 그러한 현실을 넘어 교회가 다시금 복음의 본질을 회복하도록 십자가 신학을 교회론적으로 재구성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저자는 칼뱅의 삼중직을 중심으로 논지를 전개하면서, 먼저 십자가 신학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해석되고 적용되어 왔는지를 살펴본다. 복음은 모든 인류를 향한 보편적 진리이면서도 언제나 특정한 시대와 문화 속에서 해석되어왔다. 이러한 긴장 속에서 십자가 신학은 시대마다 새로운 형태로 전개되었다.
바울은 갈라디아 교회에서는 율법주의적 왜곡에 맞서 은혜 중심의 구원론을, 고린도 교회에서는 헬레니즘적 지혜와 영지주의적 환원론에 맞서 ‘십자가의 도’를 하나님의 능력으로 선포하였다. 그의 신학은 개인적 차원에 머물지 않고 공동체적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공적 신학이었다.
루터는 중세 가톨릭교회의 공로주의와 제도적 권위주의에 대항하여 ‘영광의 신학’과 대비되는 ‘십자가 신학’을 제시하며, 하나님의 영광이 오히려 인간의 약함 속에서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몰트만은 전쟁과 홀로코스트의 상처 속에서 하나님이 인간의 고통에 참여하시는 분임을 강조하며, 십자가를 인류 전체의 고통에 연대하는 사건으로 이해했다. 더글라스 존 홀은 북미 교회의 번영과 승리주의를 비판하며, 교회의 본질은 ‘낮아짐과 고난의 연대’ 속에서 드러난다고 역설했다.
이렇듯 제시된 논의들은 십자가 신학이 단순한 교리의 반복이 아니라, 보편성과 상황성 사이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해석되어야 하는 살아 있는 신학임을 보여준다.
오늘날 교회가 직면한 위기의 근원으로 저자가 지목하는 것은 번영신학이다. 번영신학은 단순한 한 흐름이 아니라, 복음의 본질을 구조적으로 전복한 왜곡된 신학이다. 표면적으로는 성경적 언어를 사용하지만 실제로는 십자가의 본래 의미인 고난과 자기부정을 제거하고, 신앙을 물질적 축복과 성공의 보증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 뿌리는 E. W. 케년과 케네스 해긴으로 대표되는 ‘말씀-신앙 운동’에 있으며, 믿음을 영적 법칙으로 간주하여 긍정적 언어와 고백이 현실을 창조한다고 주장한다. 이로 인해 십자가는 더 이상 구속적 사건이 아니라 ‘믿음으로 열어야 할 축복 패키지의 열쇠’로 축소된다. 그 결과 교회의 설교와 목회는 고난의 신학이 아니라 성공의 기술을 전수하는 메시지로 변질되었고, 신자들은 제자도의 삶을 잃고 자기 욕망의 실현과 물질적 축적에 몰두하게 되었다. 이는 교회를 세상적 성공 논리와 다르지 않은 집단으로 만들었으며, 공적 신뢰의 상실과 영적 위기를 낳았다.
저자는 번영신학을 단순히 잘못된 교리가 아니라 복음의 본질을 해체한 ‘신학적 패착’으로 규정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십자가 신학의 총체적 회복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바로 칼뱅의 삼중직이다. 저자는 선지자·제사장·왕직이라는 삼중직을 단순한 교리적 도식이 아니라 교회의 정체성과 사명을 규정하는 총체적 틀로 제시한다.
선지자직의 차원에서 교회는 십자가의 말씀을 선포하며 시대의 가치관과 권력 담론에 맞서 복음의 진리를 증언해야 한다. 제사장직의 차원에서 교회는 예배와 성례 속에서 그리스도의 희생을 기념하고, 공동체적 돌봄과 중보기도를 통해 화해의 직분을 감당한다. 왕직의 차원에서 교회는 권력과 성공의 논리를 거부하고 정의와 섬김의 윤리를 실천해야 한다.
이 삼중직의 구조 속에서 십자가 신학은 교리, 예배, 윤리, 선교를 아우르는 총체적 틀을 이루며, 교회가 번영신학과 세속적 성공주의를 넘어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도록 이끈다.
이 책의 학문적 의의는 십자가 신학을 보편성과 상황성의 긴장 속에서 재구성하려 한 데 있다. 단순한 교리 반복이 아니라 시대적 도전에 응답하는 신학적 성찰을 제시하며, 현대 교회가 망각한 자기비판을 촉구한다. 교회론적 의의는 칼뱅의 삼중직을 목회와 공동체의 삶에 적용한 데 있다. 이는 목회자와 교회 지도자들에게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다만, 교회론적 적용이 서구 신학 담론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한국 사회와 문화의 구체적 맥락에 대한 분석은 좀 더 확장될 필요가 있다. 또한 번영신학 비판은 설득력이 있으나,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구체적 실천 전략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십자가가 사라진 현대교회』는 오늘날 교회의 위기를 진단하고, 복음의 본질 회복을 위한 신학적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칼뱅의 삼중직을 토대로 십자가 신학을 총체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교회가 ‘십자가 없는 성공주의’에서 벗어나 참된 정체성을 회복하도록 도전하는 이 책은 신학자와 목회자, 평신도 지도자들에게 모두 귀중한 신학적 자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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