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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놓음’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올림픽 스타

크리스찬북뉴스 | 2019.02.25 23:09

주라, 그리하면 채우리라/양영자 말/전광 글/생명의말씀사/문양호 운영위원 서평


솔직하자. 가끔 간증집이나 교회개척기에 관계된 책들을 보면 마음 한 곳에 한 꺼풀 접고 바라보는 못된 습관이 있다. 이것은 내 속에 있는 도마 같은 의심 많은 기질도 있겠지만 그런 책들이 다분히 갖고 있는 특성들 때문이기도 하다.

 

먼저 교회개척기는 일단 교회건물을 건축하고 성도가 늘어나면 성공한 목회같이 말하고 그런 목사님만이 하나님이 쓰시는 일꾼 같은 이미지를 주는 듯싶기 때문이다. 물론 그 속에 하나님의 행하심이 있고 은혜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부풀리거나 그 속에서 있었던 실수나 문제를 모두 미화시키거나 감추는 것은 좀 다른 이야기다. 책을 주의 깊게 읽다보면 무리하게 건축이나 사역을 추진해서 상처 입은 이들이 떠나가고 숱한 후유증을 겪은 모습들이 얼핏얼핏 드러남을 본다. 또 목회하면서 여러 성도들을 돌본 일화나 사건 속에서의 인물들을 무분별하게 공개함으로써 그분들의 비밀스런 이야기가 여과 없이 공개되거나 중립적이지 않은 관점에서 언급되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가 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간증집 같은 경우도 교회개척기와 어느 정도 맥을 같이하는 문제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보다 문제되는 것은 사회적으로 유명인들의 간증집들이 검증이나 충분한 숙성 과정 없이 나오곤 한다는 것이다-책보다는 간증집회 등이 좀 더 문제가 있을 것이다. 믿은 지 얼마 안 되는 연예인이나 사회적으로 지위가 있거나 유명세에 힘입어 그 사람의 신앙적 성숙도나 안정성을 고려하지 않고 강단에 세우거나 책으로 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 결국 나중에 그들 중에는 신앙적으로 문제 있는 발언을 하거나 나중에 사회적으로나 신앙적으로 사고를 쳐서 덕보다는 부끄러움이 되는 경우들을 심심치 않게 보기 때문이다.

 

이번에 접하게 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던 양영자 선교사의 간증집에 대해 처음엔 그저 그런 간증집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얼핏 책 소개를 보니 15년간의 몽골선교사의 이력이 눈에 뜬다. 게다가 WEC에서 남편분이 성경번역을 해왔었다. 그리고 이 간증을 전광 목사님이 글로 엮어냈다. 간증집이나 자서전 같은 책들 중에는 분명 누군가 손을 본 것이 분명함에도 그것을 밝히지 않는 부정직함을 본다. 그런 점에서 어느 분이 글로 기록했는지 밝히는 것은 특히 기독교서적에서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을 듯싶다. 게다가 전광목사님 같이 미려한 문장으로 이야기를 엮어낼 때 간증은 더욱 빛을 발한다. 미화나 과장 없이 솔직담백한 기록과 프롤로그에서부터 인상 깊게 다가오는 아름다운 문체는 독자를 처음부터 사로잡는다.

 

양영자 선교사님은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미화나 감춤 없이 솔직하게 전광 목사님의 글을 통해 독자에게 내어놓는다. 극적 반전을 위해 자신의 과거를 극적으로 묘사하거나 선교사 사역을 확대해서 내어놓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이 겪었던 일, 사건들을 그대로 옮겨 놓는다. 종종 이런 간증들이 하나님을 증거한다는 이름하에 간증자만 높이고 주목받게 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양선교사님은 그런 유혹을 벗어나 문제 많고 연약함이 있었던 자신을 하나님이 탁구선수 시절 어떻게 만나 어루만져 주셨고, 또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하시기 위해 하나님이 어떻게 인도하셨는지를 보여준다.

 

특히나 선교지에서 겪었던 자신의 연약함과 주위의 도움과 도전 등을 통해 선교사로서의 사역의 어려움과 고충을 드러내 보여준다. 몽골의 열악한 환경추위를 견디기 위해 버려진 아이들이 맨홀 아래서 기거한다는 것은 방송뉴스로도 몇 번 나간 적이 있었다. 문화충격과 그 간극들 속에서 보이는 저자의 연약함과 낙망은 어쩌면 감추어도 괜찮을 듯싶은데 그런 부분까지 숨김없이 드러낸다.

 

저자는 이런 고백들을 통해 이미 우리에게 잘 알려진 몽골선교사였던 이용규 선교사님의 내려놓음에서 말하는 비움과 내려놓음이 무엇인지를 실제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더구나 선교사로 가기 전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산과 연금마저 헌금하는 것은 돌아갈 길을 그저 차단하는 것을 넘어 하나님에 대한 전적인 의뢰를 실천적으로 보여주는 믿음의 행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양영자 선교사님은 그의 간증에서 나타나듯 결점 많고 부족한 면이 많은 사람일지는 모르지만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뢰하고 그 약속을 붙들 때에 어떻게 사람이 달라질 수 있을지를 가시적으로 보여준다.

 

앞서 간증이나 교회개척에 대한 글을 볼 때 개인적으로 편견과 선입관을 가지곤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책들을 나름 골라서 일정부분 꾸준하게 읽는 편이다. 그런 이유는 그 글을 쓰거나 간증한 분들에게서 적지 않은 문제들이 있고 실수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말씀과 약속을 머릿속에만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약속을 붙들고 하나님을 의뢰하고 나아갈 뿐더러 그 과정 속에서 시행착오와 실수, 넘어짐을 경험하면서도 하나님을 믿고 나아가 그 열매를 경험하는 실천적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런 것 같다. 신앙은 이런 것이다. 머릿속에서만이 아니라 아직 잘 알지 못하고 내가 부족해도 믿음으로 도전하고 믿고 따르는 것이다. 이런 프런티어들은 나같이 사과나무 밑에 누워 사과가 자동으로 떨어지기만을 바라는 어리석고 미련한 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비하면 나 같은 이들은 자동으로 떨어진 사과로 인해 이빨이 나가거나 얼굴에 맞아 멍이 들고는, “하나님이 약속을 붙들고 나가는 내게 고난만 허락하신다고 불평과 원망을 하는 어리석은 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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