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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아픔의 신학
2017년 9월 30일 토요일
토요일, 9월의 마지막 날이다. 이번 추석처럼 아프고 쓰린 날이 또 있을까? 최근에야 없는 자들의 추석이 갖는 의미를 희미하게 알 것 같다. 어느 누구에게도 축하의 메시지 하나 없고, 안부 문자도 없다. 목사도 교회 안의 목사지 교회 밖 목사는 그저 먼 타인일 뿐이다. 왜 샤르트르가 타인은 지옥이라고 말했는지 알 것 같다. 타인이란 단어 속에는 불합리와 모순이 있다. 또한 무지와 왜곡도 상존한다. 그래서 타인은 지옥이 되고 만다.
심리학적으로 무지는 두려움의 대상이며, 박멸의 대상이다. 나를 넘어 가족, 가족을 넘어 이웃, 이웃을 넘어 공동체, 공동체를 넘어 타인이 될 때 두려움의 범위와 강도는 높아진다. 제노사이드는 단지 미움이 아닌 두려움을 기저에 깔고 있다. 그러니 타인이 지옥임이 분명하지 않는가. 이제 가족도 아니고, 이웃도 아닌 타인이 되어 홀로 추석을 맞이한다. 추석의 쓸쓸함을 무엇으로 말할까.
기타모리 가조의 <하나님의 아픔의 신학>을 2/3쯤 읽었다. '~의' 표현은 일본식이다. 차라리 <하나님, 아픔의 신학>으로 번역하면 더 좋았을 뻔했다. 하나님의 진노를 통해 아픔을 읽고, 십자가의 저주를 통해 사랑을 읽는다. 십자가는 하나님의 사랑이자 진노이다. 그래서 아픔이다. 사랑하지 말아야 할 죄인을 사랑하는 하나님의 모순, 그것이 아픔이 되어 자신의 아들을 십자가에 죽인다. 그래서 아픔은 배가 되고, 슬픔은 고통이 된다.
"복음에서 궁극적인 말은 하나님의 아픔이다"(90).
성도는 누구인가? 그리스도인은 누구인가? 그들은 하나님의 아픔을 아는 자들이고, 그 아픔으로 하나님을 섬기는 자들이다. 그래서 복음은 놀라운 것이고, 비약되어야만 한다. 역설을 비합리로 치부하지 않고, 슬픔으로 안고 가기 때문이다. 아프지 않은 사람은 하나님의 아픔을 모른다. 인간의 지식은 경험을 통해 생겨난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의 아픔이 어떠한 것인지 직접 알 수가 없다. 다만 우리는 우리 자신의 아픔을 통해서만 하나님의 아픔을 알 수 있을 뿐이다"(116).
누구를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나님을 안다고 말하는 것, 그것은 자가당착이다. 우리는 희미하게 짐작할 뿐이다. 추운 추석이다. 그동안 추석은 풍성했고,, 분주했다. 그러나 지금은 조용하고 한가할 뿐 아니라 고요하기까지 하다. 거리에서 들려오는 흥겨운 사람들의 소리와 긴장된 즐거움들이 어색하다. 아내가 말했다. 추석이 힘든 사람이 의외로 많다고. 오늘에야 그 말의 뜻을 알 것 같다.
그러나 감사한다. 아픔을 경험하기에, 소외와 슬픔을 직접 체험했기에. '우리의 상처는 주님의 상처에 의해 치유'(159)된다. 또한 우리의 섬김은 우리의 아픔으로 가능하다. 이웃 섬김은 '하나님의 아픔에 의해서만 실현이 가능하다'(171)는 저자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아들을 죽일 만큼 죄인들을 사랑한 하나님 아버지의 아픔, 그 아픔으로 이웃을 바라볼 때 진정한 섬김이 가능하다. 그 이웃은 아버지께서 자신의 독생자를 죽이기까지 사랑한 죄인이다. 우리가 사랑할 만한 사람만 사랑하는 것은 죄다. '우리는 사랑할 수 없는 자를 사랑하여 원수를 사랑하고 미워하는 자를 선대하고 저주하는 자를 축복하고 욕하는 자를 위해 기도하라는 것을 실천해야만 한다'(184).
그럼으로 복음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아니 복음은 실패해야 한다. 배신과 모욕, 모멸과 멸시가 뒤따른다. 하나님의 아픔을 아는 사람은 주께서 십자가를 지고 자신을 따르라는 말씀을 잊지 않는다. 사랑은 언제나 약자로 만든다. 하나님은 죄인들을 이기지 못한다. 자신의 아들을 죽였고, 아들은 사랑 때문에 자신의 전부를 허비했다. 복음은 실패의 신학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음으로 승리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패함으로 승리하고, 죽음으로 살린다. 하나님의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생이다.
추석이다. 사람들이 아프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다. 그들을 향한 하나님의 아픔을 간직하기 때문에.
정현욱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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