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적 외과의사

스탠리 하우어워스/마크 코피 저/비아출판사/강도헌 편집위원 서평   

깊은 잠

세상에서 바라 볼 때 교회나 기독교는 어떻게 보이고 이해될까? 필자는 교회를 떠나본 적이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기에 여기에 대한 대답을 할 처지가 못된다. 하지만, 주변에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간간히 들어 볼 때, ‘종교 장사’, ‘종교 사업’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매우 주관적인 입장이지만, 그들의 이야기들을 종합적으로 유추해 본다면, 사람들의 불안감, 근심, 어려움, 고통 등에 대해 심리적 보험회사 정도로 생각되어진다.

현재 교회를 출석하는 성도들을 상담해 보아도 대다수는 그들에게 하나님이 필요해서이지, 하나님을 따르기 위해 교회를 출석해야 한다는 것은 잘 모르는 것 같다. 하나님의 도움이 필요한 것과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르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는 것은 본질에서부터 차이가 있다.

사실 스탠리 하우어워스의 글은 아직 접한 적이 없다. 본서를 통해 하우어워스에 대해 소개 받았다. 그리고 본서가 하우어워스에 대해 소개하는 내용들을 읽으며,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 그냥 편안히 읽으려다가 자세를 고치고, 허리를 펴고 집중해서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내 안에 잠자고 있는 무언가를 깨우는 소리였다.

출판사가 나에게 문제를 던졌다

서평할 책이 도착해서 포장을 열어보니 본서와 함께 예정에 없던 ‘라인홀드 니버’, ‘쇠얀 키에르케고어’ 두 권이 같이 들어 있었다. 출판사가 나를 테스트 하는 것이다. 성경적 근본주의자라고 볼 수 있는 하우어워스, 현실적 이상주의자 라인홀드 니버, 회의주의적 실존주의자 쇠얀 키에르케고어, 이 세 책이 만약 아이들 장난감 로봇이라면 합체를 시켜서 천하무적으로 만들어 버릴텐데, 아쉽게도 장난감 로봇이 아니다. 출판사가 준 뜻밖의 선물(도발)에 살짝 오기가 발동되지만, 두 권의 책을 더 선물로 받은 것같이 기분 좋게 받아들인다.

우선 먼저 읽은 스탠리 하우어워스부터 올리고, 한 권 한 권, 개별적으로 서평을 올린 후 세권을 종합해서 글을 올릴 계획이다.

명언의 잔치

 본서는 하우어워스의 사상에 대해 5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이 사상들의 주제는 그리스도인들의 사상과 교회의 가르침 안에 스며들어 있는 자본주의, 민주주의, 개인주의, 실용주의, 자유주의가 왜 위험하며, 이러한 사상들이 현재 그리스도인과 교회에 어떤 위기를 초래하고 있으며, 성경과 복음의 본질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가를 경고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다섯 가지 주제 모두를 61페이지로 압축시켜 놓았다. 즉 군더더기 없는 핵심만을 잘 정리해 놓은 것이다. 그래서 한시도 긴장을 늦추고 볼 수 없는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핵심을 잘 요약하고 압축해서 설명해 줄 수는 없다고 본다.

압축의 묘미는 내용의 의미를 잘 포괄하고 각인 시키는 문장에 달려 있다. 필자는 읽으면서 표시해둔 문장들을 필요할 때마다 교회의 게시판이나 벽에 붙여둘 계획이다.

교회에 대한 연민을 느끼며

 본서는 목회자들의 필독서로 추천한다. 그러나 교회에 대해 맹목적인 비판을 가하는 분들에게는 금서(禁書)목록에 올리고 싶다. 본서가 지적하는 교회와 기독교신학에 대한 비판은 정곡을 찌르기 때문에 너무 아프다. 요즘 교회와 기독교는 동네북이 되어버린 것 같다. 가는 곳마다 비판에 비판이 이어진다. 그래서 ‘교회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연민의 감정이 북받친다.

하지만, 교회는 비판의 소리를 정중하게 받아 들여야 산다. 특히 하우어워스와 같은 진정으로 교회와 기독교를 사랑하는 비판자들을 곁에두고 함께 해야 한다.

내러티브

본서는 하우어워스의 신학을 ‘내러티브 신학’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즉, 지식에서 멈추어선 신학, 지식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신학이 아니라 삶 속에서 실천되어지는 신학을 추구한다. 신학은 삶으로 증명되어지고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말씀을 이 세상에서 행함으로 세상과 구별되어져야 함을 그는 강조한다.

외과의사

수술도 쉬운 수술과 어려운 수술이 있는 걸로 안다. 현재 기독교와 교회의 상황을 몸으로 비유한다면, 암 세포가 여러 곳에 전이되어 퍼져 있고, 중요부위에 자리잡고 있으며, 위험한 부위와 밀착되어 있다. 문제는 환자인 교회가 자신의 몸이 이지경까지 된 줄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하우어워스가 말했듯 성경과 그리스도의 복음에 비추어 자신을 검사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상과 신학에 비추어 검사함으로 문제를 더 키운 것이다.

물론 신학은 우리 신앙에 중요하고도 좋은 거울이 될 수 있고, 또한 되어야 한다. 그러나 하우어워스는 그 신학이 자본주의, 자유주의, 민주주의, 개인주의, 실용주의에 물들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오랜 시간동안 수련되고, 임상경험이 풍부하고 뛰어나며, 매우 진실되고 솔직하며, 그 누구보다도 교회를 사랑하는 신학적 외과의사라는 것이다.

본서의 후반부는 그가 아주 뛰어난 신학자라는 것을 잘 증명해주고 있다.

저자 마크 코피

옥스퍼드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했고B.A., M.A. 리즈 대학에서 스탠리 하우어워스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 학위M.A.를 받았다. 현재 맨체스터 그래머스쿨Manchester Grammar School 교사로 종교와 윤리를, 맨체스터에 있는 나자렛 신학교Nazarene Theological College에서 윤리를 가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