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로그인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서 로그인하시면 별도의 로그인 절차없이 회원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북뉴스

설교론이 아니라 설교목회론을 배우다

크리스찬북뉴스 | 2017.10.22 23:45

설교자의 일주일/김영봉/복있는사람/서중한 편집위원


책을 여러 번 되작거리며 읽었다. 설교에 관한 목사님의 생각을 공감하기도 해서지만 개인적으로 설교 강단을 떠날 때 쯤 이런 책 한권 써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어서였다. 김영봉 목사님을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것은 김동호 목사님의 깨끗한 부자에 맞서 바늘귀를 통과한 부자란 책을 발간했던 2003년 즈음이었다. 흔히 말하는 청부론청빈론의 논쟁이었다. 그 이후 사귐의 기도를 통해 다시 기도의 본질에 대한 목사님의 생각을 접했다. 그 어간에 기독교사상에서 다시 기도를 생각한다는 특집이 꾸려졌는데 거기에 김영봉 목사님의 글과 손끝 무딘 본인의 글도 함께 실렸다. 목사님은 글을 통해 사귐의 기도를 한 번 더 강조하셨고, 본인은 통성과 침묵이라는 제목으로 한국교회의 기도형식을 살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목사님의 글을 읽다보면 늘 생각의 결이 비슷해서 외론 길을 걷다 좋은 길동무를 만난 것처럼 기쁘다.

 

설교자의 일주일은 학자가 쓴 설교론과 목회자가 쓴 설교론이 어떤 차이인지를 잘 보여준다. 그것도 십년 동안 학교 강단을 경험했던 목회자가 쓴 설교론이어서 비록 목사님이 설교학 교수는 아니었다 하여도 학자적 기풍과 목회 현장이 만나 책의 깊이를 더했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설교와 관련된 책은 수없이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책을 열어보면 눈이 쉽게 가지도 않고 솔직히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다. 외국에서 유행하는 설교스타일을 그대로 진열해 놓기도 하고, 여러 학자들의 주장을 짜깁기 해놓기도 해서 그래서 어떻다는 거야라고 중얼거리기 일쑤이다. 설교에 대한 통찰과 한국적 상황에서 갖는 목회적 고민을 적확하게 밝히는 책을 찾기 어렵다는 말이다. 설교자의 일주일은 설교의 현장과 설교자의 삶 그리고 설교 본문이라는 세 기둥을 세워 튼실한 설교론을 구축하고 있다. 기둥과 기둥 사이에는 목사님이 평소에 품고 있던 벽돌 같은 설교철학들이 빼곡히 들어차있다. 이것들 하나하나는 설교를 고민하는 이 시대의 목회자들에게 마음에 새겨야할 꿀팁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설교자의 일주일은 단순한 설교론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설교목회론이라 이름붙이고 싶다.

 

책에서도 소개하고 있는 황홀한 글 감옥에서 조정래는 좋은 글쓰기를 위해서는 삼다(三多)’를 해야 하는데 이는 많이 읽고(多讀), 많이 생각하고(多商量), 많이 쓰라(多作)’고 권한다. 많이 읽고, 많이 읽은 만큼 생각하고, 비로소 글을 쓰는 것 말고 좋은 글을 쓸 재간이 없다는 충고이다. 설교자의 일주일을 그렇게 읽고, 읽은 만큼 생각의 시간을 채우면 읽는 이들의 설교가 더 단단히 여물어 깊이를 더하지 않을까싶다. 또한 군데군데에서 목사님으로부터 필독서를 소개받는 것은 책의 내용과 함께 또 하나의 감사거리이다.

 

설교자의 일주일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을 따라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되어 있다. 첫째, ‘설교자와 말씀 사이라고 제목붙인 에토스인데 설교자의 윤리성품에 관한 것이고, 둘째는 설교자와 회중이라는 파토스이다. 설교자의 정서감정을 가리킨다. 셋째는 설교와 본문 사이라는 로고스인데 설교의 논리이론을 뜻한다. 글의 진행방식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을 따르지만 그 안에는 설교자가 갖추어야할 품성과 정서와 논리가 잘 정리되어 있다. 설교와 연설이 같을 수는 없지만 말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면에서 적잖은 연결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 점을 책은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이 세 가지를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에토스, 설교자와 말씀사이

 

말하는 사람의 품성이 믿음을 주는 데 있어 최고의 힘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은 설교에 있어서도 다르지 않다. 성품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지속적인 영적 훈련을 통해 삶이 설교의 주석이 되고, 에토스로부터 로고스가 흘러나오도록 해야 한다(78). 책은 진실한 설교자가 되기 위해 탐욕에서 벗어난 바른 사귐의 기도가 무엇이며, 피상성과 분주함을 벗어나 마음을 다하는 관조적 삶이 어떤 것인지, 한 편의 설교를 준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샘을 파듯 파고드는 성경묵상’(115)이 무엇인지를 간곡한 마음으로 전해준다. 샘을 파는 성경묵상은 발효과정혹은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는 행위’(305)로 표현된다. 가르치지만 가르침을 받지 않는 설교자들을 향한 일갈이다(2:21). 거룩한 에토스의 적들을 리처드 포스트의 책 제목과 같이 돈 섹스 권력으로 꼽았는데 이것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설교자 내면이 거룩한 사랑으로 채워져야 한다. 하나님과의 참된 사랑만이 우리를 헛된 거짓 사랑으로부터 구해낼 수 있다.

 

파토스, 설교자와 회중 사이

 

말은 사람의 마음과 정서에 영향을 주게 되는데 이것이 아리스토텔레스가 수사학에서 말하는 파토스의 문제이다. 듣는 사람의 감정이 어떤가에 따라 말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다르게 나타난다는데 착안한 것이다. 설교에 있어서도 무엇보다 설교자의 마음이 건강하고, 상처가 있다면 바르게 치유되어야 건강한 복음적 파토스를 간직할 수 있다. 그래야 말씀에 대한 열정이 살아나고 설교자를 위협하는 당연시’(매널리즘)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199). 설교자의 정서와 감정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어떻게 회중의 정서를 배려하며 공감해야 하는지를 체감된 목회 현장의 이야기와 함께 들려준다.

 

로고스, 설교와 본문 사이

 

로고스는 논리’, ‘이론’, ‘학문을 뜻하는 말인데 말의 어휘, 표현방식, 논리 등에 관한 것이다. 에토스와 파토스가 로고스보다 그 중요도에 있어 앞서더라도 좋은 에토스와 파토스에 정연한 로고스가 더해지면 말의 힘은 한층 강력해 진다(259). 로고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설교자가 설교 본문과 얼마나 성실히 씨름하는가이다. 본문을 성실하게 연구하고 애타게 묵상한다면 설교의 형식과 외피는 어떠하든지 말씀의 수맥이 터지게 될 것이다. 책은 여러 유형의 설교가 갖는 장단점을 비교하여 언급하지만 본문을 대하는 설교자의 태도를 가장 강조한다. 그렇다고 설교의 형식을 소홀이 취급하는 것은 아니다. 예화나 유머를 사용하는 것과 설교문을 작성하는 법, 소수자에 대한 배려, 설교의 피드백과 특별히 말을 표현하는 딕션(diction)까지 설교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요소들을 가볍지 않게 다룬다.

 

김영봉 목사님은 책을 통해 목회 현장에서 일어나는 꺼림칙한 일들을 슬그머니 감추지 않을 뿐 아니라, 설교자들의 아픈 약점을 작심한 듯 발라내서 독청독성(獨淸獨醒)하게 보일 수도 있다. ‘회개가 추억이 된 설교’(97)설교 재활용’(62)의 문제(이것을 책 말미에는 자가 표절이라했다)가 그렇다. 또한 사례비에 대해서 교회에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는 것과 심방 혹은 목회 활동의 대가로 주는 사례비를 사양한다는 것, 부흥회나 강연회에서 받은 사례비조차 교회 헌금으로 드리는 것(152) 등이 그렇다. 또한 감정을 조작하는 설교에 대한 경고(174), 자신의 설교에 대해 지적하는 것을 불쾌히 여기는 것은 목회자 자신의 열등감 때문이라는 것(397), “목사도 사람인데라는 말로 자신을 적당히 합리화하지 말라(125)가 그렇다. 어떤 이들은 작고 힘든 교회가 대부분인 한국교회의 현실을 잘 알지 못하는 미국 담임목회자의 젠체하는 이야기라고 이죽거릴 수 있다. 당연히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지만 누군가는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바른 원칙과 원리를 말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순 없다하더라도 맥없이 관성으로 굴러가는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는 되지 않을까. 그만치에 김영봉 목사님의 생각과 글이 놓여있다. “상황을 핑계 삼지 말고 부단히 길을 찾으라”(404). 가슴 깊이 쏘는 말이다.


저자 김영봉


충남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감리교 신학대학교 대학원(M. Div.), 미국 퍼킨스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캐나다 맥매스터 대학교(Ph. D.) 대학원 종교학부에서 신약성서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2년부터 10년 동안 협성대학교에서 신약신학을 가르치며 목회 활동과 선교 활동에 참여했다. 교단에서는 교회에서도 통하는 교수, 학교에서는 설교처럼 강의하는 교수로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교수가 되기 위해 신학을 공부한 것이 아니라 좋은 목사가 되는 것이 소망이었기에 목회 현장의 부르심에 응답했다. 현재 미국 버지니아의 와싱톤한인교회를 섬기면서 목회멘토링사역원을 창립하여 미국과 한국의 교회 갱신을 위해 힘쓰고 있다. 저서로사귐의 기도,바늘귀를 통과한 부자,숨어 계신 하나님,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나 아프다(이상 IVP), 대야와 수건(복있는사람) 등 다수가 있으며 메시지한국어판 완역본을 책임 감수(공동)했다.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394개(6/20페이지)
북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요즘 세대 웨슬리 사용설명서 사진 첨부파일 크리스찬북뉴스 2024.03.25 18:45
공지 내가 회복해야 할 복음은 예수의 주되심이다 사진 첨부파일 크리스찬북뉴스 2024.03.25 18:42
공지 하나님, 좋으십니까? 후련하십니까! 사진 첨부파일 크리스찬북뉴스 2024.03.08 12:00
291 개혁교회의 교리를 변호하는 최고의 해설서 사진 첨부파일 크리스찬북뉴스 2020.06.04 21:13
290 김양재 목사의 마태복음 큐티 노트 사진 첨부파일 크리스찬북뉴스 2020.05.28 11:27
289 문용길 시인의 열세 번째 작품 '축복의 노래' 사진 첨부파일 크리스찬북뉴스 2020.05.14 11:29
288 주문이 아닙니다 사진 첨부파일 크리스찬북뉴스 2020.05.05 20:08
287 존 레녹스, 긴급히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입을 열다! 사진 첨부파일 크리스찬북뉴스 2020.04.26 22:12
286 '16세기 종교개혁 이전 참 교회의 역사'의 저자 권현익 선교사 사진 첨부파일 고경태 2020.04.08 21:49
285 크리스천이여, 적극적으로 문화에 참여하라 사진 첨부파일 조정의 2020.03.30 15:04
284 이용도 목사의 문학작품집 사진 첨부파일 크리스찬북뉴스 2020.03.16 15:00
283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삶으로의 초대 사진 첨부파일 크리스찬북뉴스 2020.02.27 13:25
282 진짜는 두렵다 사진 첨부파일 크리스찬북뉴스 2020.02.03 22:16
281 성경을 사랑한 링컨의 보석처럼 빛나는 365 말씀과 묵상 사진 첨부파일 크리스찬북뉴스 2020.01.17 13:17
280 삶을 그리는 빈센트 반 고흐 사진 첨부파일 크리스찬북뉴스 2020.01.06 11:13
279 목회철학 or 하나님의 말씀 사진 첨부파일 크리스찬북뉴스 2019.12.30 11:30
278 예수님은 어떻게 소크라테스에게 복음을 전하셨을까? 사진 첨부파일 조정의 2019.12.04 11:07
277 ‘기독 출판 현실과, 독서 운동 미래’ 모색 나서 사진 첨부파일 크리스찬북뉴스 2019.11.26 14:55
276 2019 크리스찬북뉴스 포럼 개최 사진 첨부파일 크리스찬북뉴스 2019.10.14 13:39
275 일상에서 발견한 감사의 법칙들 사진 첨부파일 크리스찬북뉴스 2019.10.11 13:40
274 중세를 뒤흔든 '오직 성경으로’ 사진 첨부파일 크리스찬북뉴스 2019.10.07 08:19
273 강해는 하나님의 영광에 희열하는 것 사진 첨부파일 크리스찬북뉴스 2019.09.26 09:23
272 세상을 변화 시키는 나그네 신학 사진 첨부파일 크리스찬북뉴스 2019.09.16 16:23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