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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죽기 좋은 날

문양호 | 2017.04.27 11:53

축복/켄트 하루켄/문학동네/문양호 편집위원 서평


1. 얼마 전 어느 예능에서 오늘은 죽기 좋은 날이란 영화 신세계의 대사를 성대 묘사 및 소재로 재미를 유발해서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그 대사를 생각하면 난 이십여년전 영화에서 죠엘 슈마허의 유혹의 선에서 키퍼 서덜랜드가 영화 도입부에서 오늘은 죽기가 좋은 날이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더 강렬하게 떠오른다.

 

앞서 신세계의 박성웅이 한 말이 타자에 의해 죽음을 앞두고 체념에 의한 것이라면, 유혹의 선에서 키퍼 서덜랜드는 자의에 의한 죽음을 의미한다엄밀하게 말하면 임상체험을 위한 불법실험을 앞둔 상황. 어느 누구든 죽음은 피할 수 없다. 문제는 그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느냐 일 것이다. 그저 죽기에 좋은 날이 아니라 죽음을 맞을 준비와 정리가 되었느냐 하는 것이다.

 

홍상수의 영화가 지식인의 찌질함을 보여준다면, 김기덕 감독의 데뷔작인 악어는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이의 찌질한 악함을 보여준다. 그래도 마지막 장면에서 나름의 선함과 책임의식을 주인공인 조재현이 보여주는 듯 하고(자신이 망가뜨린 여인과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한강물속에서 수갑을 차고 죽음을 기다리는 장면), 한강대교 밑을 설정해 만들어 놓은 수중장면 세트는 영화의 내용과 달리 너무 아름답다. 영화는 그렇게 나름의 아름다운 엔딩을 그리는데, 점점 숨이 막히는 것을 참지 못하고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서라도 탈출하려다 실패하고 결국 죽어가는 남자주인공의 찌질함의 극치와 본성을 감독은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그런데 그만이 죽음 앞에서 찌질하고 두려운 것일까?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진정 죽음을 차분히 맞이할 준비가 내겐 되어 있을까? 그리고 당신은?

 

2.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앞서 말했듯 그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와 정리를 하는 것도 그리 쉽고 간단한 일은 아니다. 특히나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에 자신이 살아왔던 세상에 대한 정리와 관계를 맺어왔던 이들과의 정리가 필요하다. 그 관계의 정리가 한번 만남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나는 정리하려 하지만 내 의지와 관계없이 상대방이 그 준비가 되어 있느냐도 문제일 수 있다.

 

켄트 하루프의 축복은 홀트라는 가상의 마을에서 오랜 세월 철물점을 운영하며 성실하게 살아온 대드라는 노인이 어느 날 폐암말기의 진단을 받고 그 삶을 정리하고 죽음을 맞이해가는 과정을 담담히 그려간다. 그 과정 속에서 평생을 동행했던 아내, 한동안 떨어져 살았던 딸의 귀향과 아들과의 관계를 담아낸다. 그중 아들은 동성애자였다가 아버지의 충돌로 가출을 하고 수십 년 동안 떨어져 지내며 소식마저 끊기고 소설의 말미까지 그 아들을 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또 대드가 죽어가면서 그가 직간접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이웃들과의 관계도 그려진다. 이들의 모습을 보면 평범한 듯한 삶을 살아가지만 누구하나 순탄하지 않고 각각의 문제와 어려움, 쉽게 풀 수 없는 문제들을 안고 살아가는 것을 작가는 보여준다.

 

그 과정 속에서 상처 입고 또 그 상처로 인해 다른 이를 상처 주기도 하고 서로 이해하지 못함으로 인해 또다시 상처받기도 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특히나 사랑이란 이름으로 행하지만 다른 이에게는 그것이 상처가 되기도 하고, 올바름을 행하지만 그것을 감당하지 못해 어떤 이는 죽음이나 떠남을 택하기도 하는 이야기들을 소설 속에서 저자는 전통적인 소설 기법으로 조용하게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엮어내고 있다.

 

그런 것 같다. 삶은 내 원칙이 옳고 그것을 고수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그것이 어떤 때는 상대적이고 그 고수와 원칙이 상대의 기준 속에서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소화할 가능성이 없을 때는 그의 삶의 붕괴나 관계의 단절로 나타나기도 한다.

 

홀트 마을의 목사인 라일은 그의 소신인 반전에 대한 설교로 인해 대다수의 교인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그가 하고 싶은 설교를 하지만 결국 그 파장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도 주저앉아 버리고 그의 가정도 무너져 내린다. 대드도 과거에 돈을 오랜 동안 적지 않은 돈을 횡령하던 직원을 원칙대로 엄격하게 처리하고 관계를 끊지만 그 마을을 평생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직원은 자살하고 그 가족은 마을 떠나 비참한 생활을 하기도 한다.

 

대드의 아들도 동성애로 인해 학교에서 상처를 입고 그의 아버지에게 매맞음으로 인해한번이지만결국 마을을 떠나 수십 년간 돌아오지 않는다. 그 아들을 찾으려 힘쓰지만 결국 소설의 마지막까지 그의 귀향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른 이웃들의 이야기도 여러 가지 상처와 해결 안 된 문제들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이 소설은 제목처럼 비록 축복 같지는 않지만 나름의 치유와 그 상처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보여준다. 여러 사람들의 각각의 문제와 해결을 보여주지만 특히 대드가 죽음을 앞두고 몇 번에 걸쳐 환각속에서 돌아오지 않는 아들아들과의 만남에는 대드의 부모도 등장해 그의 아들에 대한 폭력과 그 아들의 반응이 그의 아버지와도 연결되어 있음을 그린다과 죽음을 택했던 직원의 아내와의 대화와 화해 등은 주목할 만하다.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그 해결의 희망을 소설은 보여주고 있다.

 

나도 언젠가는 죽고, 어느 누구도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그 죽음을 맞이해야 할 때 당장 죽기에는 아직 해결 안 된 문제도 많고 정리 안 된 인간관계도 있을 수 있다. 결국 죽음은 우리가 청산하고 정리해야 할 대차대조표 장부와 같을지 모른다. 그 장부에는 대변도 있을 것이고 차변도 있을 것이다. 그 항목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라 수백 수천의 다양한 사건들과 인간관계의 문제가 남아 있을 것이다. 의도적이건 아니건 그것은 어떤 때는 수익으로 어떤 때는 손실로 기록되어져왔다. 그중 부채는 갚아야 할 것이고 수익은 우리들의 마지막을 좀더 밝게 만들어 줄 것이다. 갚아야 할 부채가 있어도 내가 해결하려 노력해도 풀 수 없는 인간관계도 있을 것이다. 결국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내려놓아야겠지만 나름의 최선을 다할 뿐이다.

 

소설은 마지막까지 해피엔딩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새드엔딩도 아니다. 그저 노력할 뿐이고 죽을 뿐이다. 소설 말미에 결국 대드는 죽는다. 대드 옆에서 남편의 죽음의 준비를 도왔고 그 채비를 했지만 아내 메리는 그의 죽음 앞에서 울부짖는다.

 

난 아직 준비가 안됐어! 준비가 된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아직 준비가 안됐다고!

 

누구에게나 죽음은 두 번 맞는 것은 아니다. 그저 처음 맞기에 서툴 수밖에 없고 미진할 수밖에 없다. 우리들의 인생과 인간관계도 처음이기에 실수할 수밖에 없고 서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정리하고 수습해나가려는 노력이 있느냐 하는 것일 게다. 비록 결론이 안 나더라도 말이다.

 

그렇게 울부짖던 메리는 한참 시간이 지난 후 딸 로레인에게 말한다.

이제 준비가 된 것 같구나. 넌 어떠냐? 저도 준비가 됐어요 엄마.

 

죽음은 다 정리가 돼서 맞이하는 것은 아니다. 한만큼 거기서 마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지금 이 순간에 더 내가 맞이하는 오늘을 열심히 살아감으로써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인생의 장부에 더하는 것이고, 또 갑자기 장부 정리가 되더라도 주 앞에 거기까지 내 장부를 마감할 수밖에 없다.

 

그래 오늘 죽기 좋은 날로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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