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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은 예수를 닮는 것입니다

크리스찬북뉴스 | 2017.10.15 22:39

 그리스도를 본받아/토마스 아 켐피스 /박문재/CH북스/정현욱 편집위원

 

벌써 가을이 왔어요. 우리가 처음 만날 날이 작년 이맘때였는데 벌써 일 년이 지났군요. 첫 만남은 낯설었고, 두 번째는 설렜고, 세 번째는 달콤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가을은 깊어만 갔고, 3인칭의 그대는 2인칭이 되어 가을 보냈습니다. 유난히 추웠던 작년 겨울, 그대는 따스한 마음으로 어눌하고 어색한 저의 가슴을 데워주었습니다. 이젠 문법상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1인칭 용어인 자기를 편하게 부르고 있습니다. 자기, 맞아요. 부부는 무촌이고 남이 아닌 자기라고 하죠. 지금 생각하니 무엇이 부족해 남루한 저의 삶에 들어와 고생을 하는지 마음이 아픕니다. 제가 좀 더 여건이 좋았다면 더 좋은 집에서 다섯의 아이들을 데리고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못하네요. 아침마다 화장실 때문에 전쟁을 치러야 하는 해프닝은 이젠 혼자서 10분 이상 있을 수 없다는 강제화 된 규칙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타인으로 만나 자기가 되어 만나는 두 번째 가을입니다.

 

부부는 닮아 간다고 합니다. 누군가는 처음부터 닮은 사람끼리 만난다고도 하죠. 둘 다 맞는 것 같아요. 우린 만나기 전부터 서로 닮아 있었죠. 책을 좋아하고, 글을 쓰며 행복해하며, 힘에 지나도록 사역에 몰두하는 것들도 닮아 있었죠. 무엇보다 독서를 통해 영혼이 힘을 얻고 마음이 평안을 찾는 것은 이미 닮아 있었습니다. 인생이란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다름과 같음이 공존하는 것 같습니다. 우린 그렇게 존재조차 알지 못한 체 사십년이 넘는 세월을 살았고, 느지막한 시기에 만났습니다. 그런데도 우린 서로를 알아보았고, 영혼의 끌림으로 사랑을 속삭였습니다. 앞으로 우린 서로를 차이를 발견하는 재미로 흥미진진할 것이며, 이미 공유된 공통 본질로 인해 서로를 향유할 것입니다.

 

오늘 당신에게 한 권의 책을 권하고 싶네요. 중세 신비주의를 이끌었던 토마스 아 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입니다. 책을 아무리 좋아하는 저지만 일반 책은 한 번 읽고 맙니다. 그런데 이 책은 적어도 다섯 번은 족히 읽은 것 같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맘에 드는 문장을 노트에 옮겨 아포리즘을 만들어 놓기도 했어요. 두 번 이상 읽은 책이 손이 꼽는데, 이 책은 두 번이 아닌 다섯 번을 읽었으니 얼마나 제가 좋아하는 지 알 겁니다. 제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수십 가지가 있지만 유일한 하나의 이유를 대라면, 영혼이 맑아지게 하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경건 서적들이 영혼에 쉼을 주고, 불필요한 삶의 무게를 덜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이 책은 그 어떤 책들보다 더 깊고 평안한 쉼을 줍니다. 그래서 이 책을 가장 먼저 당신에게 추천하고 싶네요.

 

제가 읽었던 책은 1995년 기독교문서 선교회에서 번역되어 나온 오래된 판입니다. 책이 너무나 맘에 들에 라틴어 원문을 찾아 비교하며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적지 않는 부분이 누락되어 있어서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그냥 읽으면 좋았을 뻔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크리스천다이제스트에서 라틴어 직역으로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표지에도 라틴어 원적 완역판으로 표시가 되어 있어요. 직역된 책들은 대체로 문장이 딱딱하고 읽기가 쉽지 않아 차라리 중역된 판이라도 번역이 잘 된 책을 추천하는 편이지만, 이 책은 직역임에도 잘 번역되어 읽기가 수월합니다. 직역과 잘된 번역이라는 점에서도 역시 좋은 책이라 생각됩니다. 무엇보다도 미국 예수회 신부인 해럴드 C. 가디너의 해제가 서두에 담겨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아요. 그리 어려운 책이 아니라 해제 없이 읽어도 좋지만, 해제를 읽고 책을 읽어가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저자인 토마스 아 켐피스의 삶과 중세의 신비주의가 무엇인지도 알 수 있으니까요. 칠흑같이 어두웠다고 말하는 중세였지만 우리가 알다시피 어둠 속에서 별은 빛나는 법이고, 차가운 현실 속에서 따스하게 내민 손은 더욱 고마운 법이죠. 어쩌면 이 책은 지금 우리의 암울하고 남루한 현실과 어울립니다. 그러니 소외되고, 불안정한 삶의 맥락 속에서 읽는 <그리스도를 본받아>는 참으로 유익하리라 생각됩니다.

 

교황의 명령에 불복종하여 일어난 망명, 그로 인한 정신적 지주였던 형의 죽음, 수도원의 청빈한 삶 등은 토마스 아 켐피스의 삶의 생채기들입니다. 몽환적 신비주의에 함몰되어 쓴 것이 아니라 소외와 망명, 적빈(赤貧)한 삶을 부여잡고 집요하게 성경에 천착했습니다. <그리스도를 본받아>를 읽다보면 성경을 읽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적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의 원하는 생각을 일상의 언어가 아닌 성경의 언어를 차용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만큼 성경을 사랑했고, 능통했음이 분명합니다. 또한 이 책은 저자에 대한 논란이 많은데, 그 이유가 토마스 자신이 이름을 숨기고 오직 그리스도만 나타내기만 원했기 때문입니다. 그가 오래 머물렀던 공동생활 형제단은 강력한 지도자도 없고, 체계적인 조직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원했고, 먼저 헌신했으며, 성경에 기록된 말씀을 있는 그대로 순종하려고 몸부림쳤습니다. 그의 책은 삶이었고, 삶이 글이 되어 책으로 엮어진 것입니다. 그러니 그의 글에서 진한 삶의 향기가 묻어 나오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요?

 

그의 글에 천착하면 할수록 깊은 울림을 갖습니다. 수많은 밑줄 친 문장이 있지만 가장 첫 문장은 저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1. 주님께서는 나를 따르는 자는 어둠에 다니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8:12) 이것은 그리스도의 말씀이고, 우리가 참된 빛을 받아서, 마음의 온갖 눈먼 것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면, 그리스도의 삶과 성품을 본받을 것을 권면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가장 힘써야 할 것은 예수님의 삶을 깊이 묵상하는 것입니다.”

 

1. Qui sequitur me non ambulat in tenebris dicit Dominus. Hæc sunt verba Christi, quibus admonemur quatenus vitam eius et mores imitemur, si volumus veraciter illuminari, et ab omni cæcitate cordis liberari. Summum igitur studium nostrum, sit in vita Jesu meditari.

 

우리가 가장 힘써야할 것, 그것은 예수의 삶을 깊이 묵상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중세 신비주의를 성자 없이 성부와만 영적 연합을 추구하는 것으로 오해합니다. 물론 그런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토마스는 우리가 가장 힘써야할 것은 예수의 삶을 묵상하는 것임을 천명합니다. 2장에서 영혼을 울리는 문장이 나옵니다.

 

당신이 더 많이 알고 더 잘 이해하는데도, 당신의 삶이 그만큼 더 거룩해지지 않는다면, 당신은 더 혹독한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저는 처음 이 글을 읽고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제가 얼마나 교만한지 하나님은 알기 때문이죠. 저는 제가 가진 능력보다 더 큰 능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좋아하고, 조금 아는 것을 많이 아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 합니다. 오호라. 죄인이여. 주님께서 이 죄인을 용서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문장을 몇 개 더 적어 볼게요.

 

안타깝게도, 우리 인간은 연약해서, 다른 사람들에 대하여 좋게 말하고 좋은 쪽으로 믿기보다는 나쁘게 말하고 나쁜 쪽으로 믿는 것이 몸에 배어 있습니다.(4)

 

겸손한 사람들과 소박한 사람들, 경건하고 덕 있는 사람들과 사귀고, 그런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서로의 덕을 세우십시오.(8)

 

영적인 일들에 관한 경건한 대화, 특히 한마음과 한 영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님 안에서 함께 교제하면서 나누는 대화는, 영적인 진보에 큰 도움이 됩니다.(10)

 

이 외에도 금은보화 같은 아름다운 문장들이 많은지 모릅니다. 토마스의 글은 영혼을 맑게 하고 심령을 편안하게 합니다. 요동치는 영혼의 파도가 잠잠해지고, 시기와 분노, 원망과 불평이 말끔히 씻기는 체험을 합니다. 마치 영혼의 노련한 의사처럼 우리의 썩고 문드러진 부분을 도려내고 새살을 돋게 합니다. 잃었던 소망을 잡게 하고, 욕망의 파도를 잠재우고 영혼의 안식을 줍니다.

 

사랑하면 닮는다고 합니다. 사랑하면 함께 있고 싶어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시간은 로켓처럼 빠르게 지나갑니다. 그러나 불편한 사람과 있으면 하루가 천년 같을 것입니다. 닮음은 어쩌면 마음이 통하는 것이고, 셀 수 없는 시간을 지불한 대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권에서는 내면의 삶에 관한 권면을 주는데 유독 예수님과 친밀하라고 합니다. 친밀함은 사랑에서 나오고, 사랑은 거룩한 하나님의 성령을 받을 때 가능해 집니다. 예수를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라며 예수를 닮고 싶어 할 것이 분명합니다. 자신도 예수처럼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아는 것은 위대한 예술이고, 예수님과의 교제를 지속하는 법을 아는 것은 위대한 지혜입니다.”(28, 3)

 

삶이 예술이 되는 법, 그것은 예수님과 함께 동행 할 때 가능합니다. 읽어 가다 마음을 찌르는 문장도 보입니다. 우리 가운데 천국을 사랑하는 사람은 많지만, 예수님의 십자가를 지는 사람은 적, ‘예수님의 주시는 떡을 먹기 위해서 나오는 사람은 많지만, 예수님의 고난의 잔을 마시려고 나아오는 사람은 적다고 하네요. 꼭 저의 모습입니다. 그 다음 문장에서 예수님이 자신을 숨기시고 잠시 그들을 떠나 계시면, 그들은 심한 불평이나 낙심에 빠져든다고 하니 지금의 저의 모습이 아니고 무엇이겠어요?

 

책을 읽고 있으면 부끄러워 어디라도 숨고 싶어집니다. 주님 닮기를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우리 이 책을 서로 읽으며 주님 닮기를 노력합시다. 오늘 하루, 내일 또 하루 그리스도를 본받아 살아가기를 애쓰기를 원해요.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이 얼마인지 알 수 없지만 살아 있는 동안 그리스도를 본받아 살기를 원합니다. 비록 우리의 삶이 빈곤하며 아플지라도 우리를 부요하게 하기 위해 빈자(貧者)의 삶을 사셨던 주님처럼 살기를 원합니다. 사랑하는 여보, 우리가 닮아 가는 것은 어리석음과 악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보이신 사랑과 헌신의 본이기를 소망합니다. 이 책을 읽고 저의 모습을 보니 너무나 부끄럽고 그리스도를 닮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기부정과 애씀이 필요한지요. 우리 안에 그리스도의 형상을 온전히 이룰 때까지 서로 사랑하며 살기를 다시 다짐해 봅니다.

 

사랑합니다. 나의 영혼의 동반자 후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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