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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뉴스

‘멀찍이’ 서있는 목사의 부끄러움

크리스찬북뉴스 | 2016.04.19 23:22

 광장의 교회/양민철*김성률/새물결플러스

 

문양호 편집위원의 서평

 

노무현대통령이 서거한 뒤 며칠이 지났을 때였다. 사역자들과 같이 점심을 먹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혹시나 저장해놓지 않은 성도의 전화번호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받았는데 문양호 목사님 전화 맞 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했더니 매일성경으로 큐티하는데 성서유니온 홈페이지에 큐티묵상 올리시는 것 자주 본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감사하다고 했더니 그분 하시는 말씀이 대뜸 글 제목에 왜 근조표시를 했냐는 것이다. 청소년들도 이곳 홈피에 들어와 이용을 하는데 자살한 대통령에게 근조표시를 달아놓는 것은 자살을 긍정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근조표시를 지워달라는 것이다. 당시 근조표시를 달았던 이유는 그때 상황이 부당한 정치적 압력이 노전대통령에게 상당했다고 생각했었고 꼭 그것을 떠나서라도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의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다면 슬픔의 표시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럴 여유가 그분에게는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올린 글에는 내 연락처가 없었기에 어떻게 내 번호를 아셨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분은 글 마지막에 링크되어있는 교회 홈피로 찾아들어가 그곳에 있는 교회사무실로 전화해서 내 연락처를 물어 전화하신 것이라고 했다. 그때 그분의 열정과 노력, 집요함에 상당히 놀랐었다.
  

굳이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적지 않은 믿는 이들의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이 이렇게 표피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이 전화하신 순수한 열정과 신앙에 대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돌아가신 이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와 아픔은 없는 차가운 마음으로 정죄하는 모습이 내겐 무척 안타까웠다.

 

세월호 2주기를 며칠 전 보내며 요 며칠 세월호 관련 책이나 기사들을 보고, 팽목항이나 안산까지는 못가더라도 광화문에 갔던 연유는 그 유족들의 마음을 어떤 형태로든 간에 공유하고 싶었고 아직도 해결 안된 세월호 문제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 때문이었다. 다행히 최근 총선의 결과가 문제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 섞인 기대를 가져본다.

 

하지만 세월호 2주기 전날 그곳을 지나며 그 앞에서 엄마부대 및 여러 보수 단체들이 벌이는 행패를 보면서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 안에 내재되어 있는 갈등요소를 본다. 그러한 행태는 보수단체만이 아니다. 광화문 광장 세월호 유족들의 천막 지근에는 종종 일부 기독교인들이 와서 전도나 선포라는 이름으로 행패-필자는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다-를 부리고 가는 것을 가끔씩 보기도 했고 듣기도 했다. 지금은 뜸해졌지만 SNS로 하나님의 메시지라는 이름으로 퍼날라 달라던 일부 세월호에 대한 내용은 같은 기독인이라는 사실이 내 얼굴을 부끄럽게 했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고 천주교나 불교계에 비해 개신교의 활동은 상당히 늦었고 미약한 듯 비쳐졌다. 물론 신부나 수녀, 또는 스님들과 달리 목회자는 표가 나는 복장이 아니기에 그럴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유가족, 또는 생존 학생들의 행진 때도 개신교의 동참은 미약해보였다. 동참 농성도 그렇게 보였다.

      

그런데 이번에 새물결플러스에서 세월호 2주기에 맞춰 나온 광장의 교회는 소리 없이 유족들 곁을 지켰던 천막카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 번도 그곳에서 커피나 음료를 마셔보지는 않았고 그곳이 개신교 성도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했었기에 이 책은 내게 상당히 인상적일 수밖에 없었다. 조용히 빛을 밝히며 제대로 세상이 알아주지도 못하는데 그 일을 행하는 분들을 책에서 접할 수 있었다.

 

사실 어떤 형태로든 간에 세월호 유족들의 마음을 나누고 싶었고, 세월로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리본을 달고 스티커를 붙이고 안산 분향소에 두 번쯤 가보고 행진에도 두어 번 동참하고, 점심때 산책길도 의도적으로 광화문 세월호 광장을 지나쳐가려고 힘쓰긴 했지만 나의 동참은 베드로가 잡히신 예수님을 멀찍이좇았던 것처럼 거리가 있었고 한계가 있었다.

 

그러한 동참은 존재감이 없기 마련이고 아무 힘도 없다. 또 그분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도 없다. 상당수 기독인들의 모습도 그런 것 같다. 그들에게 험한 말을 하고 무력행사까지 했던 일부 기독인은 아니며, 난 그래도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란 리본 달았다고 변명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유족들의 추위를 막던 초기의 천막의 비닐 역할도 안 될 것이다. 진정 그들을 위로하고 그 추위를 막아주기 위해서는 다가가 안아줄 때 얼은 몸을 조금이나 녹여줄 수 있고 지치고 쉼이 필요한 그분들에게 어깨라도 빌려줄 수 있을 것이다.

 

천막카페를 하고 있는 이들은 그 아픔의 현장에 뛰어 들어간 이들이고, 그 곁에 머물러 있는 이들이다. 사건 초기에는 많은 이들이 유족들 곁에 있었을지 모르지만 욥의 세 친구들이 딱 일주일 욥과 같이 하고 돌변했던 것처럼 같이 하는 시간과 그 간격이 벌어질수록 그 마음도 멀어지고 그 기억도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천막 카페에 동참한 이들은 그들 곁에 머물러서 어떤 특별한 활동 없이도 그들의 쉼터가 되어주고, 한탄과 넋두리, 어떤 때는 분노까지도 지금까지 받아주고 있다. 모든 것을 도와줄 것 같았던 정부마저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훼방꾼으로 자리하고 있는 속에서 치열하게 항의하고 싸우는 유족들에게 잠깐 숨을 돌리고 위로받는 공간이 필요했고 천막카페는 그런 일을 해왔다.

 

저자들은 세월호 유족들 중 교회를 떠난 이들도 꽤 된다고 말한다. 유족들이 다니던 일부교회조차 가족들의 마음에 대못을 박는 경우들도 많고 잠시 눈물을 같이 하다가 곧 잊어버리는 모습을 보며 상처 받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 오히려 신앙을 되찾는 이들도 있었고, 교회에서 상처를 받으면서도 그 신앙의 끈을 놓지 않는 이들도 꽤 있었다. 드러내놓거나 목적성을 가지고 카페를 운영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진정한 도움을 그 카페는 주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이들은 말할지 모른다. 기독교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을 정치적이라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지적하듯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그 균형을 위해서 반대쪽에 서주는 것이 균형 감각이다. 특히나 지금 우리 사회 속에서 불평등과 사회적 정의의 왜곡 현상이 있는 속에서 힘 있는 이들의 편에 서는 것은 그것 자체가 하나님의 정의를 부정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천막카페는 그 고민 속에서 시작되었고 의도적이진 않지만 사람들의 필요를 보고 열려졌던 일이다. 진정한 필요는 다가가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들어갈 때 알게 된다.

 

이 책은 이러한 고민을 담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뭔가 정리정돈이 되지 않은 듯한 느낌도 들고, 날 것의 느낌도 든다. 그것은 이 일이 아직은 진행형이고 이분들도 이 일을 통해 배워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배움과 나눔은 멀찍이에선 나올 수 없다. 그 고민이 지금 내게도 있다.


출판사의 책소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 곁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그들의 슬픔과 고통에 동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천막카페'라는 이름으로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커피 봉사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희생자 가족과의 대화, 그리고 천막카페에 대한 목회자들의 대담 및 천막카페 자원봉사자들과의 대화 등을 기록함으로써 2014416일 이후를 살아간, 우리 사회의 모순의 십자가를 짊어진 희생자들과 그들 곁에 있었던 그리스도인의 삶을 증언한다.

 

한국교회는 이 사회에 만연한 불의를 바로잡고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로 진정한 치유를 도와야 한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이야기를 좀 더 가까이에서 듣고 싶은 독자들과 고난당하는 이웃 곁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바를 알지 못해 답답해했던 그리스도인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것이다. 또한 광화문 천막카페에서 묵묵히 봉사한 그리스도인들과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에게 위로를 주기 소망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우리가 여전히 이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는 작은 움직임이 될 것이다.

 

 

저자 양민철

침례신학대학교 목회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현재는 구리 희망찬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천막카페와 BCNtv 대표, 교회2.0목회자운동 실행위원을 겸하고 있다.

 

저자 김성률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현재는 인천 함께하는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 좋은나무학원 원장, 교회2.0목회자운동 실행위원이기도 하다.

 

목차

  

발행인의 글   

1

고난당하는 이웃의 친구, 천막카페 이야기

 

천막카페 히스토리

동네 커피 봉사

노란 리본 달기 행사

티베트 불교 지도자의 방문

찬송가밴드와 함께하는 예배

아이들의 책가방 행사

상처 입은 가해자

안식월과 천막카페

위드콘서트

1주기 천막카페 봉사

아빠들의 풍찬노숙과 식사 봉사

목요문화제

이제 교회가 나설 차례다!

4.16 이후, 희망찬교회

직능별 목장

영석이 아빠와의 대화

 

2

희생자 가족과의 대화

 

단원고 2학년 4반 고() 김동혁 군의 어머니 이야기

희생자 가족들과의 집담회

 

3

세월호 광장 천막카페에 대한 목회자 대담

 

미셔널: 천막카페를 통한 미셔널 신학의 가능성

성서: 천막카페의 성서적 근거

공동체: 천막카페가 교회에 주는 메시지

화해: 천막카페를 통해서 본 화해와 공존

저항: 온유하고 부드러운 저항이 가능한가?

 

4

천막카페 자원봉사자 및 지역활동가와의 대화


광장의 하나님에 대한 아줌마들의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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