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내로남로

신성욱 | 2023.01.09 23:54

한 사립대 교수의 황당한 이야기가 어제 매스컴에 핫 이슈로 장식되었다. 모학교의 한 교수가 조부상을 당한 학생의 수업 출석은 인정해 주지 않은 반면, 자신이 키우던 반려견의 임종을 지킨다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휴강을 통보했다고 한다.

12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조부상 출결 불인정 교수의 대반전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학칙으로는 조부상과 관련해서 교수의 재량에 따라 출석으로 인정할 수 있었다.

 

교수가 자신이 키우던 반려견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서 휴강한 것에 대해서 비난하거나 따지고 싶은 마음은 없다. 자식 같이 키워온 반려견과의 마지막 이별의 날이었기에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다. 그렇다면 그 교수는 조부상을 당해서 결석한 학생의 경우도 충분히 고려해서 출석으로 인정해 주었어야 한다. 적어도 그래야 공평하지 않겠는가? 한쪽은 가족이요, 다른 한쪽은 가족 같은 동물로서 둘 다 슬픈 일에 해당하는 케이스이다.

 

그렇기에 그 교수가 반려견과 이별을 위해서 휴강한 자신의 행동은 타당하게 생각하면서, 조부 장례식에 참가한 학생은 결석처리한 것은 옳지 않아 보인다.

조부상을 당해서 결석한 학생은 등록금을 내고 수업에 참석하지 못함으로써 개인적으로 손해를 보았을 뿐, 교수나 나머지 학생들에게 해를 끼치진 않았다. 하지만 수업을 해야 할 교수가 휴강을 했다면 학생 전체에게 손해를 끼친 것이다.

 

물론 나중에 보강을 했다 하더라도 그 보강시간에 모든 학생들이 다 참석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적어도 두세 명은 선약이 있었기에 보강수업에 결석함으로써 손해 볼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교수가 휴강한 일이 학생이 결석한 행위보다 더 낫거나 옳지 않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런 교수의 모습은 그가 사람보다 개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한 단초를 제공하기도 한다.

 

요즘 아이는 낳지 않고 반려견을 자신의 아이처럼 애지중지 키우는 젊은 부부들의 모습을 자주 본다. 아무리 가족 같은 존재라 하더라도 동물과 사람은 다르다. 사람보다 동물이 더 중요시 되는 것은 옳지 않다.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데 돈이 꽤 들어간다고 한다. 개 백내장 수술경비가 사람 백내장 수술경비보다 더 들어간다고 한다. 심지어 목회자에게 개 장례예배와 추모예배 드려달라는 부탁도 있다고 한다. 이건 정말 너무하다. 완전 개판이다.

 

사실 개보다 못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정치판에 그런 이들 꽤 많이 보인다. 교계나 교회 안에도 그런 이들이 있다. 그들은 정말 개보다 못한 이들이 틀림없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개는 개고 사람은 사람이다.

요즘 젊은이들 가운데 아이를 넣고 다녀야 할 카트에 개를 넣은 채 장을 보거나 백화점에서 물건 쇼핑하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아이를 많이 낳지 않아서 인구절벽시대라는 위기에 봉착해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모교수가 보인 부적절한 행동은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했다고 본다.

조부상을 당해서 장례식에 참석하느라 수업에 결석한 학생의 사정을 고려해서 출석으로 인정해준 뒤에 자기 반려견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 휴강을 했다면 누구도 비난하거나 비판하지 않았을 것이다. 과거 후배 목사의 부친 목사님의 케이스를 떠올리게 하는 해프닝이다.

 

경북 시골에서 목회하는 후배 목사의 부친이 불신 사위를 맞는 교회 장로의 딸 결혼식 주례를 거부해서 시험이 든 장로가 딴 교회로 가버린 얘기를 들은 바 있다. 아무리 불신 결혼이라 하더라도 한 번쯤은 전도라도 해보고 나서 주례 여부를 결정해도 됐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데 몇 년 후 아주 난처한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이 부친 목사님의 딸이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 트럭 운전사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후배 목사의 여동생 말이다. 집에서는 목사가 불신 사위를 볼 수 없다며 극심하게 반대를 했다. 게다가 장로가 불신 사위 본다고 주례를 거부해서 그 장로 가정이 시험 들어 딴 교회로 가버리는 바람에 교회 안에 시비거리를 생기게 한 일도 생각났기에 더욱 반대를 했다. 하지만 요즘 자식 이기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그 남자와 아니면 죽어버리겠다고 버티니 어쩔 수 없이 불신 결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누가 그 결혼식 주례를 맡았을까? 당연히 부친 목사님이 주례자였다. 교인들과 주변 사람들이 뭐라고 말했을까? 모두가 생각하는 대로다.

오늘 모 교수의 사건과 함께 우리를 매우 슬프게 하고 씁쓸하게 하는 에피소드이다.

얼마 전, ‘내로남불이란 용어가 미국 타임지에까지 게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참 부끄러운 일이다. 정치권에서 활동하는 정치가들 정말 정신 차려야 한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용어다. 새해엔 내로남불대신 내로남로라는 용어가 유행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해도 로맨스란 뜻이다. 서로 -’(win-win)하는 게임 말이다. 2:3-4절은 이렇게 말씀한다.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각각 자기 일을 돌볼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하게 하라.”

 

2023년 새해엔 이 말씀처럼 자기 일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면서 항상 남의 입장에 서서 남을 나보다 더 낫게 여기는 그리스도의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면 좋겠다.

오늘 나부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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