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브랜드가 주는 힘

서상진 | 2020.05.31 10:14

스타벅스 굿즈 마케팅이 꽤 유행인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여의도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에서 어떤 손님이 여름 한정판 사은품을 받아가기 위해서 300잔이 넘는 커피를 주문한 뒤 매장에 그대로 버려둔 채 사라졌습니다. 여름 한정판 사은품은 커피 17잔을 먹으면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은품을 여러 개 받기 위해서 300잔을 주문한 것입니다. 스타벅스의 굿즈 마케팅은 이번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해마다 연말이면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애를 쓴 것도 보았고, 작년 여름에는 비치 타올 마케팅도 꽤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커피 브랜드도 이런 마케팅을 하는데 유독 스타벅스만 이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을까요?

결국 브랜드 이미지 때문일 것입니다. 일본 동경에 가본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스타벅스 매장을 꽤 여러 곳을 다녀보았지만, 단 한 곳에서도 앉아서 먹지를 못했습니다. 동경의 넓은 매장의 곳곳마다 사람들로 인산인해였기 때문에 테이크 아웃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스타벅스가 우리나라 이대점에 처음으로 오픈을 했을 때, 스타벅스가 주는 라이프 스타일은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그곳에 들어가서 커피를 먹는 순간 나도 뉴욕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도시적이고, 세련된 이미지가 한 순간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 당시 와이파이가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가능했습니다. 그랬기에 스타벅스 노트북과 핸드폰을 들고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일하는 느낌은 그 어떤 라이프 스타일보다도 높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어느 브랜드의 로고가 박힌 것을 내가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꽤 자신의 이미지를 높이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어느 브랜드를 내가 가지고 있다는 것은 내가 그 정도의 사람이라고 하는 것을 어느 정도 암시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 샤넬 매장에서 일어난 초유의 사태도 다 그런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품질이 좋던 나쁘던 일단 그것에 상관하지 않고, 내가 그것을 먹어보아야 하고, 가보아야 하고, 소유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의 집단성은 오늘날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문화(?)라고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SNS에 인기 있는 브랜드를, 인기 있는 장소를, 인기 있는 포즈를 올림으로 누리게 되는 나 자신의 만족감이 크다는 것입니다.

이런 것이 교회 내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요즘 교회도 브랜드화가 되었습니다. 몇몇 대형 교회들은 각 도시마다, 지역마다 또 하나의 교회를 브랜드화 해서 세우고 있습니다. 목회자는 그렇지 않습니까? 예전에는 교회에서 대형 버스를 운행했지만, 이제는 유튜브에서의 조회수가 목사의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목사들이 설교한 설교를 가지고 책을 만들고, 출판사들은 목회자가 가지고 있는 교회와 이름의 영향력을 가지고 목사를 연예인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닌 듯 합니다.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은 큽니다. 기업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가지고 기업의 영역과 수입을 더 극대화 시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교회에서까지 교회의 브랜드를 가지고 양적인 성장과 세력을 늘리기 위한 도구로 사용한다면 스타벅스와 교회가 다른 것은 과연 무엇일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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