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문용길 시인의 축복의 노래』를 발행하고

채천석 | 2020.05.28 21:20

기쁘게도 이번에 크리스찬북뉴스에서 문용길 시인의 축복의 노래를 발간하게 되었다. 문용길 시인은 사당동에 위치한 한마음교회의 원로목사로서, 정식으로 문단에 등단해서 시인으로 활동하고 계신 분이다. 문목사님은 문예춘추에서 신인상을 받고 등단하게 되신 후 수많은 시집과 칼럼들을 발표하였다. 문목사님은 기독교계에서도 그 문학적 재능을 인정받음으로써, 여러 교회 행사에 초청되어 축시를 발표하였을 뿐만 아니라 지인들을 축복하는 시를 지어 헌정하곤 하였는데, 그것들을 모아 이번에 책으로 편찬하였다

 

필자는 총신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밟을 때 협동목사로서 한마음교회의 청년들을 지도한 적이 있는데, 이 책의 저자인 문목사님과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오랜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그때도 목사님이 설교시간에 간간히 읽어주시는 시들이 심금을 울리곤 하였지만, 당시에는 목사님이 시를 전문적으로 쓰시지는 않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관심을 갖거나 제대로 감상을 할 만한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필자가 필리핀으로 선교사로 떠난 후 언젠가 국내를 방문했는데, 그때 책으로 출판된 문목사님의 시집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아마도 문목사님은 그때 이후로 기독교 출판사와 연계해 여러 시집들을 편찬해 오신 모양이다. 목회 활동뿐 아니라 왕성한 문학 활동을 겸하셨던 목사님으로서는, 그동안 작성해 놓은 시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발표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활발하게 시작 활동을 해 오신 것 같다.

 

당시 나는 그 시집들을 선물로 받아 읽고 문목사님의 문학적 소양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고, 한편으론 큰 충격을 받았다. 우리 목사들은 설교 작성은 늘 하는 일이라 그것들을 모아 설교집을 낼 수는 있어도, 시를 짓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게만 느껴지는 영역이다. 필자도 제법 많은 책들을 편찬해 왔지만, 시는 아직까지 한 편도 써보지 못했다. 새삼 글을 쓰는 것과 시를 짓는 것은 너무도 다른 소양을 필요로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글을 쓰는 능력은 후천적인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시를 쓰는 능력은 상당히 선천적인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문목사님은 선천적인 문학적 재능을 타고나신 것 같다.

 

문목사님의 시에는 깊은 영성과 헌신이 깔려 있다. 그의 말에 의하면, 거의 대부분의 시를 새벽 미명하에 작성했다고 한다. 문목사님은 평소에 일찍 주무시는 대신, 새벽기도회를 시작하기 몇 시간 전에 깨어서 말씀을 묵상하는 습관을 갖고 계신다고 한다. 그런 목사님의 습관 때문에 시를 쓰는 일이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분이 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문목사님이 지금까지 발표한 시들의 양도 놀랍지만, 대부분의 시들이 성경을 깊이 묵상하고 한평생을 살면서 깨달은 삶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기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문용길 시인의 축복의 노래는 사람들을 축복하는 시들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를 십자가라는 주제 하에 다섯 분야로 나누고, 60편의 시를 담았다. 다섯 분야 중 제1부는 십자가로 세워지는 사람’, 2부는 십자가로 세워지는 교회’, 3부는 십자가로 세워지는 교회 일꾼’, 4부는 아름다운 십자가 사역자’, 5부는 십자가로 승리한 이들이다.

 

책의 전반을 십자가로 엮고 부제를 축복을 전하는 십자가로 정했지만, 그렇다고 시의 전반적인 내용이 십자가와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책의 편집을 맡으신 송원근 목사님이 하나의 통일된 주제를 갖고 편집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십자가라는 표제 하에 시들을 구분하여 배열한 것 같으나, 전체적인 내용은 올바른 신앙인의 삶을 다루고 있고 교회와 사람을 축복하는 시들로 구성되어 있다.

 

문용길 시인의 축복의 노래라는 시집 안에는 기쁜 일을 축하하는 시들도 있지만, 슬픈 일을 위로하는 시들도 있다. 필자에게는 기쁨을 노래하는 축시들도 좋았지만, 장례식 등에서 울려 퍼진 조시들이 더욱 더 감동이 되었다. 시를 읽다가 나 자신이 그 시의 화자나 청자와 혼연일체가 되어 눈물을 흘릴 때도 많았다. 나의 삶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고, 나도 언젠가 흙으로 돌아가게 될 것인데 그것이 끝이 아니라 주님의 품에 안기는 기쁨의 날이 될 것임을 생각하니 큰 위로가 되었다.

 

문목사님은 수년 전에 한마음교회를 은퇴하시고 지금은 마지막 노년의 시기를 보내고 계신다. 이제는 건강이 약화되셔서 예전처럼 활발한 활동을 하시지는 못하지만, 문목사님은 하나님이 부르시는 그날까지 기도와 묵상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시들을 짓겠노라고 하신다. 인생의 후반기에 쏟아낸 문목사님의 이 주옥같은 시들이 독자들의 삶에도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를 바란다.

 

필자는 기독교 서평 사이트인 크리스찬북뉴스의 대표로서 문목사님의 축시집을 우리 크리스찬북뉴스에서 발행하게 된 것을 참으로 영광으로 생각한다. 보잘것없는 매체임에도 시집 출간을 의뢰해 주신 문목사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모쪼록 이 시집을 통해 기쁨과 위로를 얻는 분들이 많이 생겨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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