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낡은 찬송의 추억

서상진 | 2019.07.26 16:53
날이 더워질 때면 30년 전의 일들이 생각이 납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부모님들은 서울에 나만 남겨 놓고, 동생과 함께 의성군 안계면이라는 처음 들었던 낯선 곳으로 목회를 하기 위해서 떠났습니다. 그 때부터 저는 혼자였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 저는 처음으로 그곳에 가보았습니다. 처음 가본 그 집의 모습은 서울에 있을 때의 모습과 너무 상반된 모습이었습니다. 낡은 초가집과 너무 오래되었을 것 같은 낡은 벽지, 그리고 초가집의 현관을 열면 왼쪽에는 부엌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안방이 있고, 가운데는 80순이 넘으신 할머니의 방, 그리고 오른쪽에는 낡고 좁은 동생이 거하는 방이 있었습니다. 도시에서 살아온 저에게 이런 환경은 너무나 받아드리기 어려운 환경이었습니다.



대학교 시절 어느 여름방학 때였습니다. 의성의 무더운 뜨겁고 습한 바람이 종이 문틈을 비집고 들어올 때면, 사택과 바로 붙어 있었던 교회에서 들려오는 아련한 소리가 있었습니다. 여름성경학교를 준비함에 분주한 소리들, 여름수련회를 앞두고, 찬양하고 기도하는 소리들이 어김없이 내 귀가에 들려왔습니다. 그런 곳에서 어머니는 땀을 흘리시면서 우리를 위해서 식사 준비를 하며 흥얼거리는 찬송의 소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천국에 계신 할머니의 곡조 없는 세로 글씨의 옛날 찬송가는 늘 할머니 머리 가에 성경과 함께 놓여 있었습니다. 농촌 교회에서 유일하게 찬양팀이 있어서, 방 안에서 홀로 누워있으면 들려오는 어설픈 드럼과 신디사이저의 곡조, 스피커의 찢어질 듯한 소리로 들려오는 찬양 소리는 방에 있는 나로 하여금 함께 흥얼거리며 찬양을 하게하는 놀라운 힘이 있었습니다.



이제 생각해 보면, 그 옛날 불렀던 CCM의 찬양이나, 경배와 찬양에서 땀을 흘리며 불렀던 그 찬양의 열정도 이제는 흐릿해 져서 언제 불렀는지 모르는 머리 속에 찬양으로만 남아 있습니다. 이제 내 나이도 40을 훌쩍 넘어 5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의성에 처음 내려갔을 때의 부모님의 나이가 지금의 내 나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늘 '주 예수보다도 귀한 것은 없네' 란 찬송을 입에 달고 사셨고, 어머니는 외할머니가 좋아하시던 '복의 근원 강림하사 찬송하게 하소서' 란 찬송을 참 많이 불렀습니다. 이제 나도 왠일인지 그 옛날의 찬송이 참 좋습니다. '내 영혼이 은총입어 중한 죄짐 벗고 보니 슬픔 많은 이 세상도 천국으로 화하도다' 시골에서 방학 때마다 잠깐 보냈던 청소년기와 20대 초반의 삶의 기억은 오늘의 나를 있게 하는 소중한 기억이 되었습니다.



왜 나만 놓아두고 의성으로 내려갔냐고 부모님을 향해 투덜되었고, 처음으로 부모님의 품 안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반항으로 살아왔던 10대의 시절은 그 동안 10대를 위한 사역을 하면서 그들을 이해하는 데 너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전임사역을 하면서 너무 힘이 들어 파김치가 되어 집에 돌아와 눈물을 훔치던 그 때의 일은 지금 개척을 하면서 나에게는 자양분과 같은 밑거름이 되었음을 이제야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길에 의미가 없는 일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하나님의 시각에서 보면 다 의미가 있고, 이유가 있겠죠. 그러나 좁은 나의 시각은 단순히 지금의 현실만 바라보며 짜증을 내고, 불평하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하나님은 한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는 분이라는 굳건한 믿음으로 오늘을 살아간다면, 훗날 불평과 짜증을 내었던 그 일조차도 나에게는 유익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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