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밥 잘 짓는 목사가 되고 싶습니다.

서상진 | 2019.04.07 09:38

나영석 피디의 연봉이 공개가 되었습니다. 나영석 피디의 연봉이 방송국 사장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게 된 이유에 대해서 설명을 한 기사를 보았습니다. 나영석 피디의 프로그램을 보면 대단한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잔잔한 감동이 있습니다. 그 감동을 맛보게 되면, 끊을 수 없는,  중독성이 깊은 맛을 느끼게 됩니다. 연로한 어르신들과의 여행을 통해서, 여배우와의 여행, 젊은이들과의 여행, 깊은 산골에 들어가서 직접 키운 농산물을 가지고 하루 밥 세끼를 먹고, 해외에 휴양지에서 식당을 차리는 등, 별로 소재가 될 것 같지 않은 내용을 가지고 감동을 주는 프로그램을 만듭니다. 몇 주 전부터 시작된 스페인 하숙이란 프로그램은 더 풍성한 감동이 밀려옵니다.

스페인의 순례자의 길을 걸어가는 순례자들에게 따뜻한 밥 한끼와 하룻밤의 추억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특히 하룻밤 묵어가는 외국인을 비롯한 한국인들에게는 더 큰 감동이 밀려오는 것 같습니다. 그제 보았던 저녁 식사..불고기 덮밥에 시원한 김칫국과 깍두기. 간단해 보이는 저녁 식사 한 끼를 대하는 순례자는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하는 고백을 합니다. 젓가락질을 오랜만에 해 본다고 하는 그들, 너무 라면이 먹고 싶어서 라면을 먹으면서 행복해 하는 그들. 그리고 아침 식사로 북어국과 이국에서 맛보는 명절 음식인 동그랑 땡과 따듯한 커피 한잔, 그리고 그들이 떠날 때 주는 간단한 선물. 이것이 멀리 이국 땅에서 한걸음 한걸음을 걸어가며 순례자의 길을 걷는 그들에게 너무나도 귀한 고향의 맛을 느끼게 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저희 교회 생일입니다. 11년 전 교회가 처음 시작되었지만, 너무나 많은 우여곡절 속에서 5년을 지났고, 6년째 되는 해에 이 교회에 와서 남아 있는 6명의 성도들과 다시 한번 개척의 마음을 가지고 시작한 지가 벌써 6년이 지났습니다. 우연하게도 제가 이 교회에 와서 개척의 마음으로 처음 설교를 한 주일이 교회 설립 기념주일 바로 오늘이었습니다. 만 6년이란 시간 동안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습니다. 절망도 해 보았고, 낙심도 해 보았고, 하나님께 투정도 부려 보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 보았지만, 함께 시작한 성도들의 마음도 얻지 못해 실망하고 후회한 적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그런 절망과 낙심 속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게기는 바로 성경이었습니다.

누가 성경대로 하는 것을 모를까요? 누가 하나님의 뜻대로 해야 하는지 모르는 목회자가 어디 있을까요? 저도 알고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것을 알면서도 이상하게 그렇게 하지 않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고, 내 마음대로, 내 자신감만 가지고 해도 안되니, 그제서야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다시 시작한 것이 다 알고 있는 성경대로 해 보자는 것입니다. 성경을 붙들고 읽고 또 읽어보고, 책꽂이에 꼽혀 있는 책들을 다시 꺼내어 읽어보고, 교회에 대한 정리를 다시 해 보면서 변화되는 것은 결국 설교였습니다. 설교 중 다른 말은 조금씩 사라지고, 성경에 대한 배경과 문화, 그리고 예수님의 의도를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하면서 나 자신도 놀라고, 성도님들도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부터 사람들이 조금씩 교회로 오기 시작하더군요. . 화원이라는 곳이고, 대구에 서쪽 끄트머리에 있는 곳이고, 대구 사람들도 잘 모르는 이 곳에 대구에 흩어져 있는 분들이 한 명씩, 한 명씩 오기 시작했습니다. 칠곡에서, 지묘동에서, 대현동에서, 성서에서, 신월성에서, 그리고 교회가 있는 화원에서~그렇게 한 명씩 오신 분들이 이제 50여 명이 되었습니다. 그들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요? 스페인 하숙을 보면서, 느낀 것이 있었습니다. 차승원이라는 사람이 정성을 다해서 밥 한그릇 대접한 것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듯이, 정성껏 준비한 설교 한편을 이곳에 찾아오신 분들에게 잘 전달함으로 하나님의 마음을 그들에게 알게 하는 것. 그래서 그들이 감동을 얻고, 삶의 회복을 받으며, 내 힘으로는 이 험한 세상 이길 수 없음을 깨닫고 주님을 드러내는 온전한 사람으로 변화 시켜 갈 수 있도록 통로의 역할을 해 주는 삶...그것이 내가 해야 할 사명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또 하나 맛있는 밥을 잘 지어서 성도들에게 줄 수 있는 목회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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