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요한 볼프강 폰 괴테)

송광택 | 2018.12.07 13:33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문학동네

 

베르테르의 섬세한 편지로 절망적 사랑을 그린 자전적 소설

 

전쟁영웅 나폴레옹의 손에서 한시도 떠나지 않았던 책, 단테, 셰익스피어와 함께 세계 3대 시성으로 불리는 독일의 대문호 괴테(1749-1832)의 첫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Johann Wolfgang van Goethe; 25세 때의 작품이다. 대부분 주인공 베르테르가 친구 빌헬름에게 보낸 편지로 이루어진 서간체 소설이다. 1,2부로 나뉘어 총 82편의 편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소설은, 절친한 친구에게 자신의 심경을 고백하는 형식을 통해 독자를 작품 속으로 강하게 몰입시킨다. 편지는 177154일부터 시작되어 이듬해 12월 하순에서 끝난다.

훌쩍 떠나오고 나니 얼마나 마음이 가뿐한지 모르겠어. 친구여, 인간의 마음이란 대체 어떤 것일까. 내가 그렇게도 사랑하고, 헤어지길 섭섭해 했던 자네 곁을 떠나와서 이렇게 기쁨을 느끼고 있다니. 그러나 자네는 이런 내 심정을 이해해주리라고 생각하네. 그 밖의 사람과 나의 교제는 마치 나 같은 인간의 마음을 괴롭히려고 운명이 일부러 정해준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

레오노르와의 관계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그녀에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그건 결코 내 탓만은 아니라네. 내가 그녀의 여동생이 지닌 독특한 매력에 이끌려 흐뭇해하고 즐거워하는 사이에, 딱하게도 레오노르의 가슴속에 나에 대한 사랑이 싹튼 것을 난들 어쩌겠나. 그렇긴 하지만, 나에게 전혀 책임이 없는 걸까? 혹시 내가 그녀의 애정을 부추긴 것은 아니었을까? 전혀 우스꽝스러운 것이 아닌데도, 그녀의 진실한 마음의 표시를 우습게 생각하고 재미있어 하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네.

그러면 나는 아니, 이렇게 나 자신에 대해 푸념을 하다니, 인간이란 참으로 알 수 없는 존재인 것 같군. 나는 자네에게 약속하겠네. 마음을 고쳐먹겠다고 말야. 예전처럼 운명이 마련한 조그마한 불행을 되씹는 짓은 이제 그만두려고 하네. 그리하여 현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과거는 과거대로 흘려보낼 작정이야. 분명히 자네 말이 옳았어!(중략)

친구여! 사소한 일이지만, 나는 이번 일을 통해 오해나 게으름이 간사한 꾀나 악의보다도 이 세상에 더 큰 물의를 일으키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네. 적어도 간사한 꾀나 악의가 다툼의 원인이 되는 경우는 드문 것이 사실이지 않은가. 아무튼 나는 이곳에 와서 잘 있다네. 낙원처럼 아름다운 이 곳에서 고독하다는 것은 오히려 마음의 위안이 되어준다는 느낌이 드네. 그리고 이 싱싱한 청춘의 계절은 자칫하면 전율을 느끼기 쉬운 내 마음을 한껏 따뜻하게 품어주는군. 나무마다 울타리마다 온통 꽃다발이 아닌 것이 없을 정도라네.

나는 한 마리 풍뎅이라도 되어서 이 향기로운 꽃밭 속을 훨훨 날아다니며 모든 영양분을 그 속에서 찾고 싶은 심정이네.”(54일자 편지 중에서)

주인공 베르테르는 대학에서 법률학을 배우고, 법무 관계의 일에 종사하고 있는 미남 청년이다. 유복한 집안의 아들로 날카로운 감수성과 풍부한 재능을 지니고 있으나, 나면서부터 정열적이고 몽상적이며 내성적일 뿐 사무적이거나 실제적이지 않다. 베르테르는 유산 사건으로 어떤 마을로 온 뒤, 1개월 쯤 되어서 무도회 때 로테라는 여성을 알게 된다.

로테는 실로 이지적이면서도 순수하고, 고상하면서도 친절하며, 활동적이면서도 은화한 마음을 잃지 않는 미인이다. 어머니가 죽고 난 뒤부터는 주부 겸 어머니 노릇을 하고 있는데 아버지와 많은 어린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맡고 있다. 베르테르는 이러한 로테를 첫눈에 좋아 하게 되며, 그녀 쪽에서도 베르테르에 대해서 호감을 갖는다. 그래서 베르테르는 날마다 로테를 방문한다.

얼마 후 로테에게 알베르트라고 하는 약혼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베르테르는 로테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억누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욱 더 사모하는 마음이 깊어만 간다, 그러나 알베르트는 자기 일에 충실한 모범적인 관리일 뿐만 아니라 신중하고, 분별력있는 훌륭한 인물이다. 그 때문에 베르테르는 로테에게 사랑을 고백하려고 해도 고백할 수가 없고, 차츰 절망으로 빠지게 된다. 그러다가 마침내 910일 아침 이별의 인사도 나누지 않고 몰래 사라진다. 여기서 제 1부가 끝난다.

2부는 17711024일자 편지부터 시작된다. 베르테르는 어느 공사에게 속하여 일하고 있었다. 공사는 전형적인 관료이고,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은 천박한 출세욕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베르테르는 불만 속에서 그날그날을 지내다가 이따금 공사와 충돌한다.

해가 바뀌어 2월이 되자, 알베르트로부터 로테와 결혼하겠다는 편지가 온다. 그로부터 며칠 뒤에, 베르테르는 백작의 오찬회에서 심한 모욕을 당한다. 모여 있는 귀족돌이 평민인 베르테르의 동석에 대하여 불만의 빛을 뚜렷이 나타냈던 것이다. 모욕을 참지 못한 베르테르는 곧 직업을 버리고서 방랑의 길에 오른다. 그러나 여행을 계속하고 있는 동안에 일단 단념했던 로테에 대한 사랑이 다시 뜨겁게 달아올라서, ‘로테는 자기와 같이 사는 편이 행복해질 수 있다. 자기가 이처럼 사랑하고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다른 남자가 그녀를 사랑할 수 있단 말인가라는 생각에 이른다. 베르테르는 로테 곁으로 되돌아간다. 그러나 금실이 좋은 로테 부부의 가정생활을 보고, 도덕심의 한계를 뛰어 넘을 수는 없었다. 베르테르는 차츰 착란 상태로 빠지고, 자살할 결심을 한다. 그러다가 1221일 저녁, 별다른 생각 없이 마지막 작별을 하려고 로테를 찾아간다. 로테는 그 전날, 자기는 남의 아내이므로 단념해 달라고 분명하게 말했던 것이었으나, 베르테르와 헤어진다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하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던 중이라, 몹시 당황하게 된다. 그래서 그런 마음의 동요를 감추기 위해서 베르테르가 자기를 위하여 번역해준 오시안의 시를 읽어 달라고 한다. 베르테르가 읽어가는 동안에 시의 아름다운 장면에 감동되어 두 사람은 뜻밖의 포옹을 한다. 베르테르는 격렬하게 로테에게 키스한다. 로테는 제 정신이 번쩍 들어서 마음을 잡고, “이것이 마지막이에요. 베르테르! 이젠 만나지 않겠어요.”하고 사라진다. 그 다음 날 밤 12시에, 베르테르는 권총으로 자살을 한다. 장화를 신고, 푸른 연미복에 노란 조끼를 입은 여느 때와 같은 복장으로 죽은 것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품>은 괴테가 1772년 아버지의 희망에 따라서 베츨라의 제국 고등법원에서 법률사무를 견습하고 있을 때에 경험했던, 샤를로테 부프(Charlotte Buff)와의 연애 체험을 주요 소재로 하고 있는 연애 소설이다. 자신의 쓰라린 연애 경험을 바탕으로 불과 14주 만에 완성한 것이다.

이 작품은 발표되자마자 기성사회와 낡은 전통에 대한 반항심으로 가득 찬 전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베르테르의 복장이 유럽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되는가 하면 실연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남자들의 자살사건이 연달아 발생하기도 했다.

출판 당시의 세간의 반응은 굉장하여, 괴테를 일약 유럽적인 작가로 등장시켰을 정도이다. 오늘날에도 괴테의 작품 가운데서 가장 많이 읽히고 있는 작품이고, 세계의 연애 소설 가운데서도 손꼽을만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순한 연애 소설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문학사적으로 보면, 그것은 1770년 경 독일에서 일어난 문학사조 질풍노도시대’(Sturm und Drang, 문예의 혁명 운동)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거기에는 개인의 직관과 감정과의 주장자연과 자유의 존중천재와 독창성의 찬양, 속물과 범용에 대한 증오, 전통적 사회에 대한 적의, 계급적 차별에 대한 경멸 등이 넘쳐흐르고 있다. 한마디로 이 작품은 질풍노도시대의 작가로서의 젊은 괴테가, 당시의 사회 인습에 대해 도전한 소설이다. 괴테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체험하지 않은 것은 한 줄도 쓰지 않았다. 그러나 단 한 줄의 문장도 체험한 것 그대로 쓰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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