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마음의 신학, 마음의 신앙

김상일 | 2017.10.20 21:22
마음의 신학, 마음의 신앙 (1) 

히브리어로 마음은 레브(leb)라는 단어이며, 헬라어로는 카디아(kardia)라는 단어입니다. 이 두 단어는 모두 사람의 행동과 말의 근본 동기가 자리 잡고 있는 심리적, 행동적 중추를 가리킵니다. 하지만 마음은 생각보다 정확히 규정짓고 제한짓기가 쉽지 않습니다. 거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만, 무엇보다도 일단 마음이라는 말이 가리키는 곳이 어딘지가 사실 명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음은 단순히 이성(reason)도 아니며, 그렇다고 감정(emotion)도 아닙니다. 마음은 우리의 몸(soma)을 포괄적으로 지칭하지만, 그렇다고 육체적인 면에만 머무르지 않으며, 오히려 우리의 삶과 행동 전체가 지향하는 바를 모두 포함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성경은 계속적으로 반복해서 마음에 대해서 언급합니다. 말하자면, 마음은 우리의 이성을 관장하며, 감정에도 깊은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우리의 몸과 관계, 행동 전반을 모두 다스립니다. 대표적인 예를 몇가지만 들어보겠습니다. 

(롬 10:10) "사람이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르고, 입으로 시인하여 구원에 이르느니라"
(잠 17:3) "도가니는 은을, 풀무는 금을 연단하거니와 여호와는 마음을 연단하시느니라"
(잠 4:23)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신 29:4) "그러나 깨닫는 마음과 보는 눈과 듣는 귀는 오늘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주지 아니하셨느니라" 

성경은 끊임 없이 모든 회심과 믿음이 일어나는 곳을 마음이라고 명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마음의 변화에 관심이 있으시며, 단순히 우리가 오늘날 지칭하는 (쉽게 입으로 고백하면 신자로 인정 받는) 믿음에만 관심이 있지는 않으십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믿음은 "마음으로 믿음"입니다. 그리고 사람이 마음으로 믿을 때에만 구원에 이릅니다. 그 말이 바로 성경의 증언입니다. 그냥 입으로 믿는다고 고백하는 것과 마음으로 믿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그래서 성경에서 말하는 회심은 사실 굉장히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마음으로 믿는다는 말은 내가 이제껏 행동과 관계의 중심 동기로 삼고 있던 것의 변화를 가리키기 때문입니다. 이명박같은 인물이 아무리 장로라고 하더라도 구원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큰 것은, 그의 마음이 여전히 돈과 명예에 가 있기 때문입니다. 100% 확실하게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그의 마음은 변화를 받은 마음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말하자면 이런게 성경이 말하는 마음으로 믿음입니다. 나를 지탱하는 내 근본적인 동기가 뒤집어져서 바뀐 상태. 그게 바로 마음으로 믿는 것이며, 그런 까닭에 하나님께서는 마음을 연단하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지켜야 하며, 하나님께서는 마음의 변화를 통해서만 사람을 인도하시는 것입니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존의 구원론에서 믿음과 행함이라는 쉬운 이분법을 가지고 사람들을 혼동시키면서 끊임없이 믿음과 행함이라는 카테고리 속에서 맴도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믿는다는 말이 무엇인지 더 깊이 궁구해봐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 시간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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