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영화 <택시 운전사>

이성호 | 2017.08.31 19:56

영화 <택시 운전사>

 

수십만의 촛불로 추악한 정권에 대항하던 거리에서도, 역사에 남을 평화적 탄핵을 이뤄낼 때에도, 적폐를 청산하는 선거 때에도, 그리고 정의와 평화의 세상을 꿈꾸는 오늘의 현장에서도 정작 개신교회의 모습을 만나기 어려운 이유, 영화 <택시 운전사>에서 찾습니다.

 

지난 15, 줄을 서면서까지 구해 온 아내의 손에 쥐어진 입장권을 따라 청춘의 그날로 되돌아갑니다. 19805월 행당동 한양대 정문에 붙여진 외신기사에서 보았던 광주사태’, 그 광주로 들어가는 택시와 의문의 외국인...고맙지만 지독하게 창피스런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아버지의 지난 목소리가 쟁쟁했습니다. “한겨레 신문을 정기구독하다니! 빨갱이 같은 놈그게 벌써 30년도 넘은 일입니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지금도 종북타령으로 막무가내입니다. 가족과 생계와 돈이 전부였던 택시 운전사, 그는 자신이 속한 현실의 민낯을 처음으로 목격합니다. 그의 눈물은 그렇게 살아 온 자신과 무지의 굴레를 씻어내는 눈물입니다. 더 달라고 더 안전하게 해달라는 조잡한 부르짖음의 감정이 아닌, 다시는 그리 살지 않겠다는 부끄러움의 눈물입니다.

 

오늘의 개신교에는 이런 울음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광주로 되돌아가는 일도 없겠습니다. 아직도 정의와 공평을 공산당과 구분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왜 우리 민족은 지금까지도 남에게 의존하며 살까요? 왜 우리 민족은 자기 손으로 미래를 열지 못할까요? 힘과 이념으로 서로를 밀어재끼는 갈등과 대립은 어디까지 갈까요?

 

교회마다 통일, 통일하지만 반공프레임은 여전합니다. 자신이 짊어질 역할은 감당하진 않고 왜 주여만 읊조릴까요? 우리가 진정으로 간구하고 정말로 원하는 것은 뭘까요? 영화를 보는 내내 예나 지금이나 수동적이며 지배당하기를 자발적으로 합리화하는 그런 무지하고 무력하고, 줏대 없는 민족 같다는 생각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무심했고 분별력은 어찌 그리 빈약했는지, 하나님 앞에서 민족 앞에서 광주 앞에서 눈물로 고백하는 영화, <택시 운전사>는 우리가 뒤로 감춘 숨은 자화상입니다. 진실을 알리는 기자를 향해 미쳤다고 소리치던 사람들, 불순분자들이 장악한 도시라 믿었던 사람들, 때리고 찌르고 죽여도 무방하다 여긴 사람들이 혹시 우리는 아니었을까요? 사죄하는 심정입니다.

 

그나마 감사한 것은 이곳 경북하고도 포항에서 <택시 운전사> 상영관이 가득 가득 채워지는 일입니다. 진실을 찾아 들어가는 택시운전사보다 못한 나의 신앙이 무속과 얼마나 다른지, 어떻게 다른지 생각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눈물의 세월이 씻겨지는 세상이 다시는 다시는 지나치지 말자고 다짐하는 가을로 성큼 다가옵니다.

 

가을이여 어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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