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동네서점에 가다

문양호 | 2016.09.05 21:46

기대하던 신간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며칠 전부터 사역하는 곳의 근처 대형서점에 책이 입고되기를 바랐는데 입고되지 않는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에서 책은 미입고 되어 있었다.

 

책은 좋아 보이지만 가격이 워낙 비싸 고민되긴 했지만 꼭 두고 봐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무리해서라도 한권쯤 구비하려고 하는데...

 

그런데 이 책을 사려는데 자꾸 이전에 자주 가던 동네 기독서점을 가보고 싶은 마음이 자꾸 든다. 마일리지도 일부 있는 것 같아 책을 저렴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벌써 십여 년 전부터 이용했던 곳이다. 심지어 서점 사장님이 바뀌었는데도 이용했던 곳이다. 나름 책도 잘 구비해 놓으시기도 했고 친절하셔서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러다가 몇 년 전에 집을 이사한 후로는 거리가 멀어 일부러 가지 않는 한 그곳에 가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대형서점이 집근처와 사역하는 곳 근처에 각각 있어 더더욱... 그런데 며칠 전부터 가보고 싶었다. 아니, 가야 한다는 생각이, 가라는 무언가의 압력이 더 나를 사로잡았다.

 

그래서 그곳에 갔다. 갔더니 원하는 책이 평대에 놓여 있었다. 그래 그럴 줄 알았다. 그리고 간 김에 내가 잘 사용하는 자석 북마크도 하나 구매하기로 했다. 계산을 하며 서점 사장님께 요새 서점경기가 어떠냐고 물었다. 물으면서도 아차 싶긴 했다. 힘들 때 힘드냐고 묻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

 

그런데 돌려 말씀하시지도 않는다. 무척 어렵다고 하신다. 부드럽게 이야기를 하시지만 분명하게 말씀하신다. 몇 년 동안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긴 했었지만 이렇게 단정적으로 말씀하시지는 않았는데...

 

나름 지역서점의 한계를 벗어나려고 이미 몇 년 전부터 인터넷몰을 운영하셔서 대비도 했고 그 인터넷 몰을 이전 고객들이 계속 이용해주는 편이라 좀 버틸 만하다고 하시긴 하지만, 사장님 얼굴이 무척 힘들어 보이신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내 자신이 죄책감이 든다. 조금 싸다는 이름으로 대형서점만 갔던 것이 나다. 안 그래도 불황인데, 책을 좋아하고 서점을 사랑한다는 나 자신도 더더욱 서점 죽이기에 한몫 한 것은 아닐까! 책을 읽는 것만이 아니라 구매하고 이용하는 전반적인 것에도 책을 사랑하는 방법이 깃들어야 할 듯싶다.

 

최근에 작은 서점, 특성화된 서점이 생겨난다는 기사를 보곤 한다. 물론 그런 일은 극히 일부다. 굳이 서점으로 밥벌이를 하지 않아도 먹고 살 기본 바탕이 되어 있을 때에 가능한 일이다.

 

너무 편한 것, 당장의 이득만 따져 내 자신도 서점 죽이기에 편승한 듯싶다. 반성하며 오늘 산 책과 북마크를 만지작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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