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목마름

강도헌 | 2016.09.05 12:50

2 목마름

천로역정 함께 읽기 2



순례자의 간절함


순례자는 등 뒤의 짐이 너무 무거워 점점 더 두려움과 고통이 커져만 간다. 이 사실에 대해 식구들에게 말해보지만 식구들은 순례자가 이상해 졌다고만 생각하고, 해가 지면 잠자리에 몰아넣기 바빴다. 여느 때처럼 어찌할 바를 몰라 고통 가운데 들판을 멍하니 걷고 있을 때 전도자가 나타나 저 멀리 좁은 문과 그 틈사이로 나오는 빛을 향해 가라고 안내한다. 순례자의 간절함이 전도자를 만나게 했을까? 전도자의 말을 들은 순례자는 무거운 죄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쁨에 좁은 문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한다.


옹고집과 유순함의 추격


저 멀리 순례자가 달려가는 모습을 본 가족들과 마을 사람들은 순례자에게 돌아오라고 소리친다. 그러나 순례자는 뒤돌아보지 않고 계속 달리자 옹고집과 유순함이 추격을 한다. 결국 순례자는 등 뒤의 무거운 짐 때문에 옹고집과 유순함에 따라잡히고, 순례자와 옹고집은 한바탕 언쟁을 벌인다. 옹고집은 순례자를 돌이킬 수 없음을 알고 돌아가고, 유순함은 순례자의 말에 호기심을 가지고 동행한다.


귀를 막고 달리는 순례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극단적인 말씀을 가끔 하셨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주님을 따르기 위해서는 자식과 아내도 버려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순례자가 좁은문을 향해 달릴 때 귀를 막고 달리는 모습은 물론 이야기의 등장인물이지만, 왠지 존 번연의 자기 이야기인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 이야기를 존 번연의 실제 상황으로 가정해서 상상해 보면, 가까운 그 누구도 자신의 마음과 말을 알아주지 않는 외로움이 고스란히 상상되어 느껴지고, 자신의 죄뿐만이 아니라 그 시대 가운데 벌어지고 있는 영국이라는 국가와 사회 그리고 당시 영국 국교의 타락으로 인해 만연해진 죄에 대한 무감각한 구원의 확신을 그냥 두고만 보아서는 안 된다는 거역할 수 없는 선지자적 사명감의 무게가 얼마나 컸을까? 더욱이 이 사명을 향해 달려갈 때 남겨두어야 할 아내와 자식들 … 분명 순례자는 자기 혼자 구원받고 살자고 가족을 내 팽개치고 달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죄와 불의에 저항하지 않는 기독교


요즘 성도들을 만나보면, 심지어 신학자들의 글에서 조차 인간 안에 있는 죄에 대해 다루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만을 강조하며, 그 대속을 믿을 때 용서받고 구원 받을 수 있다고만 말한다. 그리고 인간은 연약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죄에 넘어 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우리의 삶에 죄가 일어나는 것에 대해 인간의 연약함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러움으로 여기는 것 같다.


그래서 목회자들 중에는 성도들이 세상 가운데 살면 죄를 지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교회 안에 머물러 있는 것이 그나마 안전하므로 여러 가지 프로그램과 사역과 봉사활동으로 성도들을 교회 안에 붙잡아 놓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도 있다. 또한 이것을 그대로 받아 들여 교회 밖에 나가기를 두려워하거나, 교회 안에서 주님의 일을 하고 살다가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종종 만나게 된다.


과연 그리스도인은 교회 안에 있어야 하는 존재인가? 너희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은 우리에게 어떤 말씀으로 해석되어져야 하는가? 어떤 목사님은 교회를 그 지역의 구제와 장학, 여러 가지 사회사업을 통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충분히 받아들이고 동의하는 바이지만, 구제와 장학 등의 사회사업을 통해 이 세상이 죄에서 벗어나고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좇아 살아가는 진정한 복음화가 이루어질까? 분명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는 것은 교회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지만, 교회가 해야 할 최고의 우선순위는 개인의 죄와 사회의 불의에 대해 저항하고, 그 죄에서 벗어나고, 주님의 가르침을 믿고 따르며 행하는 것이 아닐까?


이원론과 절충주의


성도들을 만나보면 이원론적 사고가 팽배해 있다. 교회는 선한 곳이고 세상은 악한 곳, 기도, 성경읽기, 전도 등은 영적인 것이고, 생업과 사회에서 하는 활동은 영적인 것보다 하등한 세속적인 것들 등의 사고 구조이다. 그러나 성경의 실상은 그러하지 않다. 예루살렘 성전 또한 개혁의 대상이었고, 세상은 복음이 있어야 할 곳이다. 그래서 복음은 교회 안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하고 세상 속에서 복음의 빛이 비춰지고 확장되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성도들의 생업과 삶의 현장이 바로 선교의 현장이며, 그 곳이 바로 하나님의 말씀이 행하여져야 하는 곳이다. 또한 우리는 죄와 불의에 대해 타협하거나 절충해서는 안 된다. 인간의 연약함을 우리는 살펴야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죄에 대한 변명이나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목마름


순례자는 전도자의 말에 귀를 열고 기울였다. 하지만, 가족들과 옹고집의 말에는 귀를 닫았다. 누구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누구의 말에 귀를 닫아야 할까? 우리는 어느 곳을 향해 달려야 할까?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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