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몸 살

문양호 | 2017.03.22 13:37

몸이 아프다. 등이 쑤시고 몸은 몸살 같다. 몸이 안 좋아서가 아니다. 남들보다 잠은 좀 적게 자는 편이고 꽤 일찍 일어나기도 하지만 몸이 안 좋아서는 아니다. 이 증상은 새벽에 말씀묵상을 하는 중이나 이후에 있곤 하다.

 

새벽에 일어나 성서유니온의 매일성경을 통해 한두 시간정도 말씀묵상을 하다보면 육체적 피곤도 오긴 하지만 말씀분석과 의미에 대한 고찰에서 오는 피곤을 넘어 묵상을 통해 내게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과 이 세상과 교회에 대한 하나님의 메시지가 강렬함에서 오는 무게와 중압감이 상당하다. 어떤 때는 그로 인한 피곤으로 인해 잠시 일이 분이라도 드러누워 기운을 차리고 할 때가 있다.

 

생각해보니 이십년이 넘는 시간을 말씀묵상을 해오지만 그 말씀이 매번 새로움을 느끼고 그날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이 가장 적절하게 내 자신과 교회, 사회를 위한 말씀을 주신다. 그 말씀은 기쁨과 위로도 있지만 내가 넘어지고 실패했을 때 나의 상처에 메스를 갖다 대는 말씀이기도 하고, 이 사회와 한국교회의 위기와 환부를 적시하시고 치유하시는 말씀을 주시기도 한다.

 

어떤 때는 그 말씀에 순종함으로써 오는 치유를 겪기도 하지만 내 욕심과 하나님의 뜻과의 사이에서 몸부림에서 오는 탈진과 이 땅에 대한 경고이지만 이 땅에 대해 외침보다는 중보의 기도와 기다림 밖에 없는 예컨대 길르앗의 유향이 있음에도 치료받기를 거부하는 이스라엘에 대한 예레미야의 한탄을 경험할 때도 많다.

 

그러다보면 지치고 몸살을 경험한다. 물론 상당수의 시간은 잠잠함 속에서 주의 말씀을 듣기도 하지만, 그때도 하나님의 거룩함 속에서 나의 미약함을 깨닫고 그 무게를 느끼는 것은 항상 동일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그 시간의 몸살이 있기에 기도 속에서도 그런 무게와 몸살을 앓아야 할 내가 말씀에 비해 기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상당한 불균형을 가지고 있음에도 주님 안에서 이 세상을 살아 갈 수 있는 힘의 근거가 된다. 목회자도 사역자만이 아니라 생활인이기도 하기에 삶속에서 있는 많은 어려움과 힘듬을 경험하지만 그럼에도 그 날을 살아갈 수 있는 힘과 넘어짐 속에서도 뻔뻔하게 일어날 수 있는 철면피로서의 당당함을 갖는다.

 

이제 상대적으로 약한 기도 속에서도 그 몸살을 앓으려 계속적으로 오래전부터 노력하는 중이다. 내가 비록 나 혼자 지탱할 수 있는 은과 금도 없고 내 약함을 치유할 수 있는 의술도 없고 이 비뚤어진 세상을 통치할 권력도 없지만 내게 기도의 힘이 있기에 지금 열심히 살아간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의 주머니와 술담배 안했음에도 질병으로 고통 받는 이의 고통과 이 땅의 연약한 자의 한탄과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푸른 집을 위해 오늘도 나는 그들의 모든 고통과 몸살을 내 것으로 체화하며 동화하며 기도의 싸움을 해나가고자 한다. 결국 그 싸움 외에는 내게 도울 길이 없고 그 신열만이 응답받는 길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몸이 아프다. 오늘은 몸살이 오래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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