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제발 덮어놓고 전도하지 맙시다!

신동수 | 2016.11.07 11:09

올 해 초, 차편과 통역 도움이 필요하신 한 80대 한국 노인을 병원으로 모시고 갈 일이 있었습니다.

이분은 명문 학교로 유학 온 큰 딸의 뒷바라지를 위해 미국에 왔다가 30년 이상 거주하시게 된 분이었습니다. 딸이 시카고 지역에 제법 알려진 음대 교수이시고 대형교회 반주자이십니다.

 

제가 목사로서 비영리 복지단체에서 일한다고 소개해 드렸더니, 이 어머님은 딸과는 달리 지조있게(?) 부처님을 의지하시며 해 마다 서너 번씩 시카고 시내의 절에 찾아다니시는 불자라고 소개하셨습니다. 저와 말씀을 나눌 때면 당신이 아는 목사들의 족보(?)를 꺼내시며 과시도 하시고, 자신의 딸을 통해 들은 교회 속사정 이야기들까지 하시는데, 사실, 정작 어머님은 딸을 따라 교회를 나가지 않고 계시는 것이 사뭇 궁금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동행길에 어머니의 "지조있는"(?) 불심의 한 이유가 밝혀졌습니다. 목사인 제가 몇 번을 만났는데도 "예수 믿으라", "교회가자"는 이야기를 안 하는 것이 이상하셨던지, 대뜸 먼저, "목사님, 제가 왜 교회 안 나가는 줄 아세요?" 하시는 겁니다. 왜 그러시냐고 물었더니, 다 이유가 있다는 겁니다. 딸도 교회 반주자로 이름이 나던 때, 한 목사님이 자기를 전도하려고 찍었답니다. 한두 번 집에 심방을 오셔서는 책자도 주고 복음도 전하고 그랬답니다. 그러다가 세 번째 심방을 와서는 "이제 교회 나오셔야죠!" 하길래, "제가 이제까지 부처님을 의지하면서 살아왔는데 한두 번 전도 받았다고 변절할 수 있나요? 일단 계속 절에 다닐 겁니다" 하셨답니다. 그랬더니, 그 목사님이 화난 목소리로 일갈하시더랍니다.

 

"예수 안 믿으면 삼 대가 저주 받습니다!!!"

 

이 어머님이 그 말을 듣고, "아이고, 무서워라! 예수 안 믿었다가는 삼 대가 망하겠네, 얼른 믿고 교회 가야지!" 할 줄 알았을까요? 그 목사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주어 담지 못할 저주의 말을 했을까요? 복음전도의 당위야 충분히 가르쳐지고 행해져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저주선포가 어떻게 복음과 관련이 되겠습니까? 만약, 삼대가 망할까봐 혹은 지옥에 가는 것이 두려워서 교회에 나왔다면 그것이 어찌 전도이겠습니까? 구주 예수의 좋은 소식을 듣고 그 마음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 옛 삶을 청산하고 주를 따라 살겠다는 결단에 이르게 함이 성경이 가르치는 복음전도 아닙니까?

 

이 어머님은 이제 교회에서 전하는 복음이라면 학을 떼시며 귀를 막으십니다. 누구든 교인들이 와서 뭔가 얘기를 할려고 하면 반발심부터 생기신답니다. 잘 가지 않던 절도 이제는 "지조있게" 다니시려고 노력하신답니다. "삼대 저주" 복음(?) 전파의 결과입니다. 전도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고들 합니다: '강단전도,' '노방전도,' '총력전도,' '폭팔전도,' '고구마전도,' '오이코스 전도'.... 다 좋습니다! 그런데, 전도한답시고, 전도의 길을 막지는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성경에서는 이미 전도 할 때 어떤 자세로 해야 하는지 말씀하고 있습니다.

 

"너희 마음에 그리스도를 주로 삼아 거룩하게 하고 너희 속에 있는 소망에 관한 이유를 묻는 자에게는 대답할 것을 항상 예비하되 온유와 두려움으로 하고"(벧전 3:15)

 

함부로 냅다 아무 말이나 - 저주든 욕이든 - 지르고서 전도했다고 하지 마세요! 전도란, 먼저, 1) 우리 마음에 그리스도를 주로 삼고, 2) 거룩한 삶을 나타내고, 3) 우리 안에 있는 소망과 믿음에 관해 그 이유를 묻는 자가 있을 때, 4) 준비된 복음의 소식을 온유함과 두려움으로 전하는 겁니다. 교인 머릿수나 마음에 그리며, 거룩함이란 눈꼽만큼도 찾기 힘든 사람들이, 무턱대고 함부로 다가가서, 복음 아닌 저주의 말을 깡패처럼 막무가내로 전하는 것은 결코 전도가 아닙니다!!!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1,020개(8/51페이지)
편집자 칼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880 모바일 [김성욱 칼럼] 기독교 신앙에 있어 묵상의 중요성 김성욱 2021.08.08 22:59
879 모바일 [김성욱 칼럼] 기록된 말씀 밖을 넘어가지 말라 김성욱 2021.08.04 15:51
878 모바일 [김성욱 칼럼] 기준을 확고히 하라 김성욱 2021.07.29 08:15
877 [배영진 칼럼] 사람다움이란 뭘까 배영진 2021.07.23 10:52
876 모바일 [김성욱 칼럼] 톨레레게! 김성욱 2021.07.18 18:40
875 [이성호 칼럼] 견득사의(見得思義) 이성호 2021.07.08 23:23
874 [송광택 칼럼] 예수님의 제자는 어떠해야 하는가? 송광택 2021.07.08 08:30
873 [송광택 칼럼] 고전에서 교회갱신의 길을 찾다 송광택 2021.07.08 08:29
872 [송광택 칼럼] 가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요? 송광택 2021.07.08 08:27
871 [신성욱 칼럼] 갈등~칡나무와 등나무가 주는 교훈 신성욱 2021.07.02 07:52
870 [신성욱 칼럼] 신창원 신드롬, 그 이후 신성욱 2021.07.02 07:48
869 [신성욱 칼럼] 내 비문엔 어떤 내용의 글이? 신성욱 2021.07.02 07:47
868 [배영진 칼럼] 아픔과 상실을 겪을 때 배영진 2021.06.23 15:25
867 [배영진 칼럼] 나와 너를 배워야 합니다. 배영진 2021.06.16 10:22
866 [이종수 칼럼] 나의 의를 내려놓고 하나님의 의로 옷입으라 이종수 2021.06.15 20:05
865 [조정의 칼럼] 그리스도인이 정치를 논할 때(5): 정치를 논할 때 이렇게는 하지 말자 조정의 2021.06.14 10:39
864 [배영진 칼럼] 진짜신앙만 살아남는 시대의 도래 배영진 2021.06.11 17:15
863 [조정의 칼럼] 그리스도인이 정치를 논할 때(4) 정치를 논할 때 하나님 인정하기 조정의 2021.06.07 11:33
862 [신성욱 칼럼] 세상은 마음먹기 나름 신성욱 2021.06.06 01:36
861 [신성욱 칼럼] 선생님은 성공하셨습니까? 신성욱 2021.06.06 01:34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