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열에 하나

문양호 | 2017.06.23 11:57

열에 하나

 

술취한 걸까?”

나의 반쪽이 한두 달 직장을 쉬게 된 시점에 마침 공부하고 있는 학교의 학기말 밀린 과제들이 많아 공부하고 논문을 써야 할 장소가 필요했다. 그래서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는 집근처 도서관 알려주러 같이 집을 나와 걷고 있었다. 오르막길만 이십분 정도 가야 하는 곳이라 짐도 들어줄겸 같이 걷는데 집근처 먹자골목 한 가게 앞에 한 남자가 퍼질러 있다. 말이 먹자골목이지 술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곳이라 새벽녘까지 술취한 이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술취한 사람이 비틀거리거나 한사람쯤 술에 취해 잠들어 있는 것을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아홉시가 다되어 가는데 남의 가게 문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는 것은 좀 이상해보였다.

술취한 것이 아니면 어딘가 문제가 있어 쓰러진 걸까? 아마도 열에 아홉은 술취해 잠든 것이겠지만 열에 하나, 어딘가 아픈 사람에 해당되는 경우라면...

부끄럽지만 나 혼자라면 그냥 지나쳤을 가능성이 역시 열에 아홉.

하지만 나의 반쪽은 이런데 민감하다. 조그만 어린 아이주변에 어른만 보이지 않아도 바로 아이 부모를 찾아주려 하곤 한다. 대부분 부모가 그 곁에 조금 멀찍이 있을 뿐이지만...

짐을 위험하게 실은 트럭이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것을 발견해도 연락할 때가 있었다.

남자에게 다가가 어깨를 흔들어 본다. 움직이지 않는다. 삼십대 중후반은 되어보이는데...

다시 몇 번 흔들어 보니 눈을 잠깐 뜨다 다시 감는다. 잠깐 뜬 눈은 깊게 충혈되었고 눈가도 짙게 거무튀튀한 것 같기도 하고 좀 이상하다. 몇 번 흔들어도 눈만 떴다가 다시 감는다. 술에 취해 잠든 건가 술냄새는 나지 않는 것 같은데...

아내는 벌써 경찰에 연락한다. 먹자골목에 도로변인데도 경찰이 위치를 잘 못 잡는다. 한참 설명을 해주고 곧 출동하겠다고 해서 찜찜하지만 우리는 그 남자를 놔두고 가던 길을 떠난다. 곧 온다고 해서 떠나긴 하지만 불안하다. 일이분후 바로 연락이 와서 남자를 찾았단다. 다행이다,

가끔씩 이런 고민이 있다. 열에 아홉은 술취한 사람이 분명한 듯 싶은데 열에 하나인 그런 경우가 아닐까?

길거리에서 어느 사람이 지방에서 올라왔는데 지갑을 잃어버려서 약간의 차비를 달라고 할 때 역시 열에 아홉은...-오래전 충무로역에서 돈을 빌려달라던 한 아주머니는 몇 달후 양재역에서 내게 똑같은 도움을 요청했었던 경험이 있다.-

아내가 잘 아는 이중에 몸이 아파서 쓰러져 있었는데 주변에서 연락을 해줘서 위험을 넘긴 적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아내는 이런 이들을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

그런 것 같다. 열에 아홉의 확률이란 판단으로 한 사람의 생명을 놓칠 수 있다.

목회도 마찬가지이다. 목회는 확률이나 배당률의 게임이 아니다. 약간의 위기징조를 보고도 다가가 돕는 것이 영적 리더의 역할이다. 일반적으로 이렇다라는 것이 목회의 판단 기준이 될 때 우리는 기계적으로 사람을 상담하고 가르치는 일종의 직장인이 될수 있다,

어느 잘아는 공동체의 지체가 어려운 지경에 처해 몇 개월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찾아가서 만나주고 기도해 주어야 할 당연한 일이었다.그런데 담당 사역자나 교회리더들이 한번도 그분에게 찾아가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픔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나름 건강한 공동체이고 부흥의 물결을 타고 있다고 들은 공동체였기에 더더욱 답답했다.

사람을 놓치는 공동체는 이미 실패한 공동체이다. 조직을 잘 만들고 모임과 행사가 많아도 이미 죽은 공동체 일수 있다. 공동체도 불완전한 사람들이 이루는 곳이기에, 목회자도 결점이나 실수가 있을 수 있기에 한 가지 실수나 잘못으로 그 공동체를 평가하는 것은 문제지만 그것이 반복되는 공동체라면 이미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목회자나 영적 리더도 마찬가지이다. 그가 아무리 설교를 잘하고 듣기 좋은 소리를 해도 힘들어 아파하는 이를 지나치거나 포기한다면 이미 그는 낙제점을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목회나 교회공동체는 세련되어 보일수록 망하는 길로 들어선 것일수 있다. 옷을 명품으로 치감고 좋은 음식을 먹고 있지만 칼에 여러 번 찔려 피를 흘리고 총알이 몇 개씩 박힌 이들뿐이라면 이제 그곳은 그것을 벗어던지고 붕대와 메스, 항생제를 갖고 오는 것이 일순위가 되어야 한다. 만일 그것을 외면한다면 어느정도 버티다가 그 사람들은 결국 하나하나 죽음을 맞이하고 말 것이다.

문제 있는 이에게 한 번의 심방과 권면 그리고 수첩에서 지우는 목회가 세련됨이라고 현대교회는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오지랖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도 손댈 것은 손대야 한다. 수술복을 더럽히지 않고 수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술중 환자가 고통으로 의사를 욕한다 해도 할 것은 해야 한다. 목회자도 그래야 한다. 그것외에는 사람을 살릴 길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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