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서머힐-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학교

송광택 | 2017.11.25 21:57

서머힐(A. S. 니일 지음, 산수야)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학교

 

A. S. 닐은 서머힐 학교를 시작할 때 아이들을 학교에 맞추는 대신 아이들에게 맞추는 학교, 아이들이 그들 자신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자유를 허용하는 학교를 만들자는 생각을 했다. 이를 위해 어떤 경우에도 도덕교육이나 종교교육을 하지 않는 자유로운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서머힐은 아동심리학자이며 아동교육의 실천가인 A. S. 니일의 대표적인 저서이다. 그는 통제와 억압이 주를 이루는 권위주의적인 교육에 반대하여 철저한 자유교육을 주장하면서, 1921년에는 서머힐이라는 학교를 세워 그의 교육사상을 실천하였다. 이 책은 니일의 사상이 집약된 서머힐 학교의 역사와 생활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 교육 실천서이다.

이러한 시도에 대해 에리히 프롬(Fromm, Erich)은 높이 평가했다. 그는 어린이들을 강요하지 않고 그들의 호기심과 자발적인 욕구 환경에 대한 흥미를 일깨워 나가는 교육환경에 주목했다. 이러한 시도를 진보적 교육의 중요한 시작으로 보았다.

에리히 프롬은 이렇게 말했다. “A, S. 니일의 교육방법은 혁신적이다. 나는 그의 책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교육의 참된 원리를 두려움 없이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머힐에는 권력을 숨어서 조종하는 그런 제도가 없다.”

이어서 그는 니일이 체계를 세운 원칙들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였다.

(1) 니일은 어린이는 선하다고 확신하고 있다. (2) 니일에게 있어서 교육의 목표, 더 징확히 말해 삶의 목표는 기쁘게 일하고 행복해지는 데 있다. (3) 교육은 지적인 능력을 발전시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지적인 능력과 아울러 정서적인 능력도 계발되어야 한다. (4) 교육은 어린이의 심리적인 욕구와 능력에 알맞은 것이라야 한다. (5) 학과 공부를 강요하는 것은 벌을 주는 것과 동일한 불안을 낳게 된다. 그리고 이 불안은 적개심을 불러일으킨다. 이 적개심은 의식적이고 공공연한 것은 아니지만 감성과 순수성을 비뚤어지게 한다. 어린이에게 엄한 벌을 주는 것은 해로우며 정신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 한다. (6) 자유란 방종이 아니다. 니일이 강조하여 주장하는 이 중요한 원칙은 양쪽이 모두 상대편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고 있다. 교사는 학생에게 어떤 종류의 강압도 해서는 안 되고, 학생 역시 교사에게 무엇이든 강요해서는 안 된다. (7) 이러한 원리와 적절히 조화되기 위해서는 교사에게 참된 정직성이 요구된다.

니일은 어린이들을 기존 질서에 적응시키기 위해서 교육하지 않는다. 그는 어린이들을 행복한 인간으로 만들어 주고 많이 소유하지도 않고 많이 소비하지도 않는, 다시 말해 많이 있는 것을 자신의 가치척도로 삼는 그런 사람들을 길러내려고 한다.

에리히 프롬에 따르면, 니일은 오늘날에는 흔치 않은 용기, 즉 자기가 본 것을 믿는 용기를 가지고 있고, 이성과 사랑에 대한 굳은 신뢰로 가득 찬 현실주의자이다. 그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생명과 인격을 존중한다. 그는 실험가이며 관찰자이다.

니일은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부모들은 자녀를 교육하면서 무의식중에 얼마나 많은 강압과 폭력을 행사해 왔는가를 깨닫고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사랑, 동의, 자유라는 말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니일은 삶과 자유를 진정으로 존중하는 반면 폭력은 단호히 반대한다.

서머힐 학교는 런던에서 약 150km 떨어진 서포크 백작 령()의 레이스턴 마을에 위치하며 1921년에 설립되었다. 서머힐에는 다섯 살에 들어온 학생이 있는가 하면 열다섯 살에 들어온 학생도 있다. 학생들은 보통 열다섯 살까지 이곳에 머물게 되며, 평균 25명의 남학생과 20명의 여학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생들은 그룹에 따라 기거하며 각 그룹에는 한 명씩 엄마 역할을 하는 보모가 있어 그들을 보살핀다. 학생들은 그들의 방을 검열 받지 않으며, 아무도 그들을 대신해서 방청소를 해 주지도 않는다.

서머힐의 장점이란, 어린이들의 삶이 겁이나 증오에 물들지 않고 건전하고 자유롭다는 것이다. 닐은 말하기를 놀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책상에 붙들어 앉힌 채, 대개는 별 소용도 없는 것들을 가르치는 학교는 옳지 않다.”고 했다. 자유로운 어린이들에게는 억눌려 있는 어린이들처럼 많은 미움이 쌓여 있지 않다고 그는 말한다. 미움은 미움을 낳고 사랑은 사랑을 낳는 법이라는 것이다.

닐에 의하면, 어린이의 생활목적은 자기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부모에 의해 끌려가는 삶이나 어린이에게 가장 좋은 것을 알고 있다고 믿는 교육자들의 의견에 맞춰진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어린이들을 의지 없는 사람으로 만들지 않고서는 악기 연주를 강요하거나, 그 어떤 것을 배우라고 강요할 수 없다.”

서머힐의 아침식사 시간은 815분부터 9시까지이다. 선생님과 학생들은 식사를 받아 식 탁으로 간다. 침대는 수업 시작인 9시 반 이전에 정돈하면 된다. 4개월마다 새로운 시간표가 마련된다. 7세부터 9세까지의 저학년은 오전에는 한 선생님한테서 배우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들도 과학실이나 미술실에 가기도 한다. 학생들은 반드시 수업에 참석할 필요는 없다.

닐은 종교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개인적으로 어떤 신을 믿든 간에 신앙을 가지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신이 인간의 행복을 좌우할 만큼 전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종교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싸움이 없지만, 인간의 자유를 믿는 사람과 억압해 달라고 기도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싸움이 벌어진다.”

닐에 의하면 종교란 민족처럼 영원할 수는 없다. 어떤 종교든 발생기와 부흥기와 쇠퇴기가 있다. “많은 종교가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신에 대한 인간의 상상은 분화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다. 하나님은 목동의 나라에서는 양치기였고 전쟁기에서는 전쟁의 신이었다... 언젠가는 새로운 세대가 낡아빠진 이 시대의 종교와 신화를 거부할 날이 올 것이다. 새로운 종교는 원죄를 없애버릴 것이다.” 닐의 반종교적, 반기독교적 언급은 물론 지나치다고 할 것이다.

그밖에도 닐은 다른 무엇보다도 죄의식이 어린이들을 권위에 종속시킨다고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죄의식은 독립적인 인격체가 되는 것을 방해한다고 보았다. 사실, 서머힐에는 종교 교육이 없다. 그러나 이것이 기본적인 휴머니즘의 가치들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독서와 관련하여 닐은 우리는 어린이들이 읽은 책을 어느 정도까지 검열해야 하는가?”라고 묻는다. “내 사무실에는 심리학과 성에 관한 다양한 책들이 꽂혀 있다. 이 책은 누구든지 마음대로 빌려볼 수 있으나 한두 명의 학생 이외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나이 많은 학생 한두 명이 성지식 백과사전을 빌려갔을 뿐이다.” 그에 의하면 어린이들은 금지하는 책을 숨어서 읽는다. 검열은 아무도 보호해 주지 못하기 때문에 소용이 없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래서 그는 어린이의 나이에 관계없이 책에 대한 일체의 검열을 단호히 반대한다. 물론 그도 공포를 주는 책은 일부러 어린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둔다. 닐에 의하면. 부모는 아이들에게 무서운 거인이나 악한 마귀할멈에 관한 이야기를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학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학교를 표방한 니일의 교육사상은 격렬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고, 서머힐1970년대 미국과 독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특히 미국에서는 약 600개 대학에서 필독서로 지정되었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였다. 독단적인 주장이 거칠게 나타나기도 하는 서머힐은 분명 논란의 한가운데 있었던 교육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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