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책을 좋아하니 연필을 좋아한다

고경태 | 2017.10.07 13:48

책과 연필, 과거 서생(書生)에게는 서책(書冊)과 지필묵(紙筆墨硯)이 있었다. 근대화된 서생에게는 문방사우(文房四友)에 펜, 연필, 볼펜, 지우개 등이 추가된 문방구(文房具)가 있었다. 근대화 시작에 들어온 필묵(筆墨) 대체 수단 중 하나가 연필(鉛筆)이다. 연필은 서양에서 들어온 문물인데도 전혀 서양적이지 않은 것 같다. 어릴 때 침을 붙여 짙게 써보려고 노력한 향수가 있어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나무가 있어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나무를 대체한 수단으로 연필을 만든 경우도 종종 있고, 기계화된 샤프-펜슬도 있다. 그럼에도 나무에 흑연심지가 있는 연필이 연필이다.

 

지금도 만년필(萬年筆)을 고집하는 사람이 많고, 과하게는 펜(pen) ()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만년필은 명품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고급적 품위로 남아 있다. 그러나 연필은 시작부터 지금까지 서민적이고 정서적이다. 가장 싼 연필은 아케아 연필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명품 연필이 있다. 명품 연필이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 것은 아니고, 지금까지 명백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명성을 날리고 있기 때문에 명품이다.

 

파버 카스텔(FABER CASTELL)”이란 독일 연필 회사이다. 파버카스텔은 1761년 창립 이후 256년 동안 연필을 주력으로 제조하면서, 한 번 망하지 않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연필 회사라는 명성까지 얻었다.



 

연필, 18Cm, 육각형, B(짙기)H(강도) 등을 20단계(9H-9B까지 F7H는 사용하지 않음)로 표준화한 기업이다.

 

개인적으로 2B 수준을 좋아한다. 우리나라 문화연필의 더존 2B를 좋아한다. 동아연필은 지우개가 있어서 평안함과 옛날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그래도 나무의 촉감은 문화연필 더존이 좋다. 우리나라도 산업화가 정착되었으니 명품을 만드는 회사가 존재하면 좋겠다. 많은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자기 철학으로 만드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있었으면 좋겠다.


파버 카스텔의 연필 세트는 300백만원을 호가하는 제품도 있다고 한다. 파버 카스텔 제품을 한국에 유통시키는 이봉기 대표(코모스 유통)는 파버 카스텔의 교훈을 정리해서 제시했다. 첫째, 전통을 고수하라: 고전 클래식의 힘. 둘째, 건강한 돈을 벌어라: 사회적 책임. 셋째, 선투자 후수확을 실천하라: 직원이 재산. 넷째, 감성과 가치를 팔아라: 아날로그의 기쁨, 다섯째, 한눈 팔지 않는다: 평범한을 비범함으로 으로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이봉기 대표는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파버 카스텔도 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마감했다.

 

종이는 나무로 만든다고 한다. 나무로 만든 연필이 한 짝이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나무는 인간과 가장 친화적인 소재라고 생각한다. 책상도 책장도 나무로 만들고 싶다. 값싼 나무무늬 화학목재 위에 있으니 유쾌하지 않다. 나무의 촉감이 좋고, 보기에도 좋다. 좋은 종이에 좋은 연필로 필기하며, 나무 속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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