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속도의 늪

강도헌 | 2016.09.12 16:21

속도의 늪

(천로역정 함께 읽기 3)



유순함과 동행


옹고집은 다시 집으로 돌아갔지만, 유순함은 순례자의 말에 호기심을 갖고 동행한다. 순례자는 두루마리 책에서 읽었던 내용들을 유순함에게 이야기해주고, 유순함은 더욱더 순례자의 말에 그 책에 기록된 내용에 호감을 가진다.



늪에 빠지고 말다.


이렇게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기쁜 마음으로 걷는 중, 순식간에 늪에 빠져들고 만다. 그 늪의 이름은 ‘낙담’이다. 순례자는 등 뒤에 짐의 무게 때문에 바닥으로 가라 앉기 시작한다. 유순함은 순례자에게 어떻게 해야 하냐고 소리친다. 순례자는 자신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른다고 답하자 유순함은 화를 내며, 순례자가 그동안 한 말에 대해 속았다며 힘을 다해 발버둥쳐서 간신히 멸망의 도시 쪽 가장자리로 늪에서 빠져 나온다. 유순한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지고, 순례자는 발버둥 쳐 보지만 짐보따리가 너무 무거워 더 깊이 빠져 간다.



이 시대의 미덕


20여 년 전에 빌게이츠가 ‘생각의 속도’라는 책을 썼다. 그 책에서 빌게이츠는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른 것이 생각의 속도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당시에 앞으로의 세계는 생각의 속도에 비례하여 성장하고, 발전하며, 생각의 속도의 주인이 세상의 주인이 될 것이라고 예견하였다. 그리고 그 일부분은 성취되었고, 성취되고 있다. 속도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은 속도가 가진 광(狂)에 열광(熱狂)하고 있다. 인간의 욕망에 대해 속도는 ‘길이요 진리요 빛이다.’ 이제는 생각의 속도를 넘어 욕망의 속도가 이 시대를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 더 이상 인내는 미덕이 아니다. 속도가 이 시대의 미덕이고 서비스의 핵심이다.



하나님의 리듬


만약 임신 중 5개월 만에 아이가 나오려고 한다면?, 만약 한 달을 15일로 줄인다면? 미친 짓이라고 할 것이다. 모든 것은 시기와 때가 있는데, 인간은 자꾸 초(추)월하려고만 한다. 속도만이 답이 아니다. 포도주와 친구는 오래 될수록 좋다.


분명한 건 믿음이나 기도는 발전시킬 수 있는 기술이나 기능이 아니다. 그래서 믿음이 빨리 성장하는 법, 기도의 응답을 빨리 받는 법은 모두 거짓말이고 속임수이다. 믿음의 성장과 기도의 응답은 하나님과 함께하는 시간을 채우는 것이 유일한 비법이다.


기도의 응답은 엄마의 복중에서 10개월을 채우는 것이다. 믿음의 성장은 30일을 채워야 다음 단계로 성장하는 것이다. 기도와 믿음은 속도가 아니라 인내이고 하나님의 작정하심에 순종함으로 따르는 것이다.



속도의 늪에서 벗어나라.


낙심은 우리가 성급하고 조급할 때 불현듯 찾아온다. 낙심은 우리가 기대한 것과 차이가 날 때 찾아온다. 지금 당장 응답받고, 지금 당장 이루고자 한다면, 인고(忍苦)의 시간을 채우려고 하지 않는다면 분명 낙심에 빠질 것이다.

지금 나는 빨리 가려고 하는가? 순종으로 시간을 채우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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