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칼럼


상처의 치유자

채천석 | 2016.07.22 12:08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상처를 입으면서 삽니다. 이러한 상처가 우리의 마음을 괴롭히고, 이 괴로움이 커지면 때로는 육체적으로 아프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상처가 심화되면 한()이 되어 급기야 우리의 몸과 마음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  


우리 민족은 역사적으로 볼 때 참 많은 시련들을 겪으면서 살아왔습니다. 중국을 대국으로 섬기면서 기를 펴지 못한 때가 많았고, 또한 임진왜란과 일제 식민지 등 이웃나라 일본으로 인해 많은 시달림을 당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6·25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민족은 한()이 많은 것 같습니다. 서양 사람들은 낙천적인 경우가 많아서 상처를 깊이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다고 합니다. 제가 만났던 필리핀 사람들만 하더라도 자신의 상처를 가슴에 쌓아두고 살지는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필리핀 사람들은 무척 가난하지만 행복지수는 대단히 높습니다. 일가친지들을 초대해 파티를 즐기고 함께 담소를 나누는 것이 그들의 일상입니다. 그만큼 상처를 안에 쌓아두기보다는 풀어버릴 기회가 많다고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우리 한국인들은 자신의 상처들을 치유 받지 못하고 가슴에 쌓아두고 사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친구 관계, 이웃과의 관계, 직장동료와의 관계 등 수많은 대인관계를 통해서 오는 상처들을 한()으로 발전시키는 듯합니다

 

그래서 이 한()을 풀기 위해서 어떤 이는 취미생활이나 모험을 즐기기도 하고, 격한 운동을 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도박이나 마약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런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종교적인 세계로 들어가서 엇나간 구도자의 길을 가기도 합니다. 과연 이런 것들이 근원적인 문제 해결의 방법일까요?


우리 인간들이 갖고 있는 이런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왜 사는지, 나의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고, 그래서 우리의 삶에 활력을 줄 동력이 있어야 합니다

 

제가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할 때 아주 흥미 있는 소설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조지 엘리오트라는 영국 소설가가 쓴 사일러스 마너라는 책입니다. 그 책의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일러스 마너는 동네 교회의 두 회계 집사 가운데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교회 교인 중의 한 사람과 결혼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어느 날 교회 헌금이 분실되었고, 이 분실된 헌금이 사일러스 마너의 집에서 발견됩니다. 결국 동네 사람들은 사일러스 마너를 동네에서 내쫓았고, 그는 약혼녀와도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얼마 안 되어 자신의 약혼녀가 또 다른 회계 집사와 결혼하는 것을 보고서 충격에 빠져서 그는 베틀 앞에서 옷을 짜면서 남은 생을 살게 됩니다. 그는 친구의 배신을 곱씹으며, 옷을 짜서 돈을 버는 재미에 빠져서 마음의 상처를 달래게 됩니다. 그는 교회도 나가지 않았고, 모든 인간관계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추운 눈 오는 겨울날 한 아기가 그의 집으로 기어들어 왔습니다. 그가 밖으로 나가보니 한 아주머니가 눈길에 쓰러져서 싸늘한 시체로 변해 있었고, 아기는 죽은 엄마의 품을 빠져나와 사일러스 마너의 집으로 들어왔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사일러스 마너는 이 아기를 하나님이 자신에게 주신 선물로 알고 직접 키우기로 합니다. 그는 아기에게 유아세례를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교회에 다시 나가게 되었고, 아기로 인해 다시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그때까지 모아둔 돈을 아기와 이웃을 위해 쓰기로 합니다. 이리하여 그의 망가졌던 인간성이 한 아기로 인해 다시 회복하게 됩니다. 이 소설에서 조지 엘리오트는 아기로 상징되는 예수님을 전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도 마음 안에 상처가 자리하고 있지는 않은지요? 혹여 이 상처가 점점 심화되어 한()으로 자리하지는 않았습니까? 그리고 이 한이 우리의 육체까지 상하게 하고 있지는 않나요? 예수님을 깊이 만나시고, 예수님이 우리의 마음을 주관하게 하십시오. 그리고 주님이 우리의 마음을 이끌어 가시도록 내려놓으십시오. 우리 마음 안에 있는 상처와 한을 우리 주님이 고쳐주실 것입니다.


요한복음 4장에는 사마리아 여인이 나옵니다. 이 여인은 남편을 여섯이나 만나는 쓰라린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녀는 동네 아낙네들과 같이 물을 길러 다니지 못할 만큼 소외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그녀가 어느 날 예수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예수님이 구주이신 것을 알고 새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당장에 동네로 들어가서 복음을 전합니다. 사실 전도가 쉬운 일이 아닌데, 이렇듯 전도에 결실이 맺어졌다는 것은 이 여성이 자신의 상처로 인한 한을 풀고 신명나게 살게 되었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우리의 마음 안에 있는 상처와 한을 풀어주고 우리를 신명나게 하실 분은 오직 예수님 한 분뿐이십니다. 오직 예수님만이 우리로 하여금 상처와 한을 극복하고 힘차게 살게 하십니다. 그 옛날 예수 한 분만으로 족하다던 우리의 신앙이 요즈음은 너무 복잡해졌습니다. 오직 예수, 오직 성경이라는 우리의 믿음의 토대였던 것들이 많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신앙은 사실상 매우 단순한 것입니다. 예수님만이 나의 구주시고, 나의 문제를 치유하실 분이란 고백이 기독교 신앙입니다. 젊었을 적에 문제가 있을 때마다 기도원에 들어가 예수님을 찾던 그 신앙이 요즘은 왜 이리 낯설게 여겨질까요?


요즘의 우리는 인간적인 방법으로 상처를 치유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당면한 교회의 문제들도 그저 인간적인 방법들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함께 예수님을 찾고 부르짖을 때에 그 모든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을까요? 개인과 가정과 교회와 사회의 문제까지도 예수께서 친히 치유하실 수 있습니다. 이런 말씀이 그저 추상적으로 느껴지나요? 신앙은 추상이 실상으로 드러날 것을 믿는 것입니다. 상처와 한으로 인한 육체의 고통도 예수님을 향한 믿음이 있으면 고쳐집니다. 저는 그것을 믿습니다. 더 배우고 더 나이가 들어 갈수록 예수님만이 내 문제의 해결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단순한 믿음이 무식한 것으로 치부되지 않을 때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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