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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우리는 무엇을 위해 여기 있는가?
잉골드 다이어리/마티 잉골드/고근/좋은씨앗/조정의 편집인전주 예수 병원은 대학생 때 농구하다가 끊어진 전방십자인대 재건 수술을 받았던 곳이다. 선교사가 세운 병원이고 기독교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곳이라서 여기저기 기독교 관련 흔적이 있었고, 의사를 비롯하여 모든 병원 직원이 그리스도인의 따뜻한 심성을 품고 환자를 돌봐준 좋은 기억이 있다. 이번에 좋은씨앗에서 출간한 <잉골드 다이어리>엔 “낯선 땅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며 변함없는 믿음과 긍휼로 써내려간 28년의 여정”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데, 알고 보니 바로 이 책의 저자인 마티 잉골드가 전주 예수 병원의 첫 불씨를 밝힌 의료선교사였고 이 책은 그녀가 직접 기록한 일기와 간증이었다.
1867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르노아에서 출생한 잉골드는 여자의과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수재였다. 그녀는 자신의 뛰어난 의술을 개인의 출세와 성공을 위해 사용하기보다는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조선인들을 위하여 사용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1897년 조선에 도착하여, 다음 해인 1898년 11월 3일 전주에 첫 진료소를 열었다. 이것이 예수 병원의 시작이라고 한다. 그녀는 1925년 한국 생활을 마감하고 남편과 함께 귀국하는 날까지, 몇 번 안식년을 보내기는 했지만, 척박한 조선의 땅에서 온갖 미신과 가난과 어리석음 가운데 억눌린 조선인들을 그들의 고통스러운 질병과 상처로부터,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의 영혼을 가두고 있는 불신과 우상숭배로부터 해방하는 귀한 복음 사역에 온 생애를 헌신했다.
종종 오지에서 선교하는 분들의 간증을 들을 때, ‘어떻게 저렇게 가난하게 살 수 있을까? 어떻게 저렇게 어리석을 수 있을까?’ 생각하게 만드는 현지인들의 상황을 접할 때가 있다. 그런데 잉골드의 일기에 기록된 당시 조선인들의 삶은 정말로 처참하고 안타깝다. 아픈 아이를 고치기 위하여 돼지 배를 가르고 그 안에 집어넣거나, 혼인 잔치에 남은 음식을 얻어먹으려고 줄지어 서 있는 가난한 사람들 이야기, 남편을 잃은 여인을 강제로 잡아가서 팔거나 데리고 사는 사람들, 술 먹고 노름하고 아내와 자식을 때리는 남편들, 온갖 미신과 무속 신앙들. 잉골드의 눈엔 그들이 정말로 불쌍해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고통에서 해방하는 것은 오직 복음뿐이라는 확신을 가졌을 것이다. 실제로 그녀의 일기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변화된 남편 이야기와 여러 박해를 이겨내며 신앙을 지켜낸 여성들 이야기가 가득하다.
조선인들은 잉골드에게 “당신은 무엇을 하러 여기에 왔습니까?”라고 물었다고 한다. 배를 통해 3개월이 걸려 조선의 땅까지 험한 길을 마다하고 건너온 잉골드는 그녀의 성실한 삶으로 항상 대답했다. 그녀는 어두움 가득한 조선에 빛이신 하나님을 증거하러 왔다. 죄와 허물로 죽은 이들을 살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러 왔다. 조선인들을 얽매는 온갖 거짓과 우상숭배에서 그들을 해방시켜 참되고 살아계신 하나님만을 섬기고 그분을 사랑하며 사는 영생의 복을 함께 누리게 하려고 왔다. 그녀의 일기 속에는 함께 건너온 신실한 선교사 동료들의 간증도 담겨 있는데, 그들은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척박하고 낯선 땅에서 힘겨운 복음 사역을 하는 일에 큰 의지가 되었다. 그러나 감수해야 하는 위험도 있었는데, 어떤 이는 자녀를 병으로 잃고, 어떤 이는 건강을 잃었으며, 어떤 이는 동료가 떠나서 홀로 남겨진 외로움을 견뎌야 했다. 정말로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가 가족들을 만나면, 큰 기쁨과 감격을 누리면서도, 곧 헤어질 것을 각오해야 했다.
“당신은 무엇을 하러 여기에 왔습니까?”에 이어서 이렇게 묻고 싶었다. “당신이 하려는 그 일이 자녀를 잃을 만큼, 건강을 잃을 만큼, 동료를 잃을 만큼, 가족과 이별할 만큼 소중합니까?”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아버지나 어머니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자는 내게 합당하지 아니하고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자도 내게 합당하지 아니하며 또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는 자도 내게 합당하지 아니하니라”(마 10:37-8). 그렇다. 그들에겐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장 고귀하고 소중한 분이었다. 그리스도의 복음을 위하여 다른 모든 것을 배설물로 여겨도 좋을 만큼 아직까지 그 복음을 알지 못하여 고통 중에 있는 이들을 사랑했고 또 자신을 그 고통에서 해방하여 영원한 생명으로 영접하신 분을 사랑했다. 이 책의 옮긴이인 고근은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잉골드가 되묻는다고 말한다. ‘우리는 무엇을 하러 여기 왔는가?’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어디로 이끄는가? 어떤 삶으로 인도하는가? 그리스도의 복음은 우리를 통하여 어떻게 전파되고 있는가?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고귀한 대상이 되는가? 이 물음에 바르게 답하는 삶을 살기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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