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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영적 분별은 곧 말씀 분별이다
영적 분별을 살다/정재상/좋은씨앗/조정의 편집인높은뜻정의교회 담임목사이자 장로회신학대학교 영성학 겸임교수인 정재상 목사의 책, <영적 분별을 살다>를 <기도를 살다>에 이어서 소개받았다. 좋은씨앗에서 출간된 “단단한 기독교” 시리즈 22번째 책이기도 하다. 출판사는 저자의 강점이 “교리를 영성으로, 영성을 교리적으로 풀어내는 통합적 시각”이라고 했다. 이 책의 주제가 “영적 분별”이므로 저자의 강점이 잘 드러날 것을 기대할 수 있지만, ‘영성’에 관한 저자의 정의가 매우 중요하다. 영성을 객관적인 진리와 동떨어진 것 또는 교리를 초월한 무언가로 정의하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직통계시나 관상기도 등 하나님과 직접적인(?) 소통을 추구하면서, 하나님이 우리와 소통하기 위하여 오류 없이 기록하신 성경을 어떤 식으로든 평가절하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성경을 잘 모르지만, 영성은 뛰어난 사람’, ‘죄가 많고 부족하지만, 영성만큼은 탁월한 사람’이라는 모순 가득한 표현이 기독교 안에서 쉽게 사용되는 것을 보면, 어쩌면 우리는 영성이 아닌 다른 성경적 용어로 하나님과 우리의 친밀한 관계를 설명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정 목사는 영적 분별을 해야 하는 세 가지 이유를 1) 우리를 하나님께 제물로 드려야 하기 때문, 2) 세상에 거짓 선지자들과 사탄의 역사가 있기 때문, 3) 우리가 하나님을 바라보는 관점이 자신과 이웃과 세계를 대하는 관점을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10-13pp). 영적 분별에 관한 그의 정의는 “단순한 선택이 아닌 하나님의 부르심과 그것에 반하는 것 사이를 구별함으로써 무엇이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인지 추려내는 과정”이라고 했다(15p). 그는 이 책에서 예수회의 창립자이자 <영신수련>의 저자인 로욜라의 이냐시오의 가르침을 전반적으로 소개하는데, 이냐시오의 가르침은 20년 이상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영적 체험으로 검증된 결과물이라고 했다(20p). 참고로 이냐시오는 “여러 차례 환시를 체험하며, 그 속에서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뜻을 보여주신 경험”을 했다고 한다(20p).
영적 분별은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 것이라고 다시 정의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복음주의에서는 하나님께서 분명하게 드러내신 뜻(예: 살인하지 말라, 서로 사랑하라), 그리고 하나님께서 분명하게 말씀하지 않으셨지만, 말씀하신 원칙에 따라 분별할 수 있는 것들을(예: 어떤 영화를 보는 것이 그리스도인에게 합당한가를 무엇이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가, 이웃에게 덕을 끼치는가, 자기 양심에 거리낌이 되지 않는가 등을 따져 결정하기) 분류하여 사도 바울이 말한 것처럼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롬 12:2). 그러나 영성을 강조하는 이들은 이 기본적인 틀을 다루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영적 분별을 실천하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다른 것처럼 보인다. 가령 저자는 6장에서 “더욱더”의 원리를 말하면서,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 중에 하나님께 영광을 더 크게 돌릴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올바른 분별이라고 설명했는데,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라고 명령하신 말씀에 근거한다고 말해도 충분할 것 같지만(고전 10:31), “그 어느 쪽으로도 치우침 없이, 하나님의 사랑이 지시하고 인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반응할 준비를 하는” “초연”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영성을 연구하는 이들은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분별하고 결정하는 것보다는, 머리가 아닌 가슴, 지성보다는 영성이라는 영역에서(그것이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처럼) 분별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설명하는 경향이 있다.
정 목사가 <영적 분별을 살다>에서 설명한 분별의 원칙이 크게 위험하거나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고, 이성으로 상황을 분별하는 것을 권장한다. 영적 황량의 시기와 위안의 시기에 각각 잘못 분별할 위험을 경고하고 올바른 분별의 기준이 무엇인지 제시한다. 분별에 따른 결과도 중요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든지 하나님께 어떤 마음을 품고 결정하는지, 그 중심이 더 중요하다는 말도 한다. 다만, 그것이 왜 객관적으로 하나님께서 분명히 계시하신 뜻에 따른 분별로 충분히 설명될 수는 없는지 궁금한 것뿐이다. 물론, 모든 구체적인 상황을 성경 구절이 딱 집어 말하지 않을 때도 많고, 마음의 상태를 말씀으로 분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런 복잡하고 오묘한 영역을 분별한다는 면에서 어쩌면 믿음의 선배인 이냐시오의 <영신수련>이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다고 본다. 하지만, 잘못하면 기독교 영성 훈련은 기독교의 옷을 입고 있는 동양 철학 사상이 될 수도 있다. “모든 생각을 사로잡아 그리스도에게 복종하게 하”는 것이 영적 분별의 목적이라고 한다면, 그리스도의 뜻이 밝히 드러난 성경에 우리가 복종하며 살아가는 것이 곧 영적 분별을 사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마틴 로이드 존스는 “성령으로 충만한 사람은 곧 하나님 말씀이 풍성히 거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다른 말로 하면 영성이 뛰어난 사람은 곧 말씀을 주야로 사모하고 그 말씀을 청종하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정 목사의 책을 통하여 유익을 누린 모든 독자가 결국 말씀 충만한 자가 되어 올바른 분별로 하나님께 영광 돌리게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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