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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가면을 벗고 마주할 용기
잃어버린 나를 찾습니다/조영민/소유/서상진 편집위원조영민 목사의 『잃어버린 나를 찾습니다』는 시편 139편을 주해적·실존적 기반으로 삼아,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낸 다양한 얼굴과 가면 뒤에 숨겨진 실존의 본질을 탐색하는 저작이다. 저자는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관계의 불안, 사회적 압력, 자기 부정의 경험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여러 층의 가면을 사용하지만, 결국 그 가면은 자기 보호의 도구를 넘어 자기를 구속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해 인간 실존을 성경은 어떻게 묘사하는지, 인간은 왜 가면을 쓰는지, 그리고 하나님은 어떻게 인간의 은폐된 실존을 찾아오시는지를 서정적이면서도 목회적인 통찰로 풀어낸다. 저자는 얼굴이라는 상징을 통해 인간의 존재가 드러나고 감추어지는 양면성을 설명하며, 독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아가는 영적 여정에 동참하도록 초대하고 있다.
이 책이 제기하는 핵심 문제 의식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찾기 위한 여정으로 요약될 수 있다. 현대인은 무엇보다 자기 이해의 결핍을 경험하고 있으며,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자신의 내면을 구성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개인은 사회적 역할의 요구에 따라 직장인, 부모, 사역자, 친구라는 얼굴을 수시로 바꾸며 살아가고, 그 과정은 종종 내면의 자기와 겉으로 드러나는 자기가 분리되는 결과를 낳는다. 저자가 말하는 창살이 된 보호막은 바로 이 구조적 문제를 가리키는 서술이다.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방식이 오히려 자기 실존을 파편화시키고, 결국 진짜 자신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장벽이 되는 현실을 저자는 직면하게 한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단순히 심리학적 언어를 빌리는 차원에서 끝나지 않고, 시편 139편이 제시하는 ‘하나님 앞에서의 인간’이라는 신학적 관점 속에서 통전적으로 이해된다.
저자는 자기 발견의 과정을 네 개의 여정으로 설명하는데, 이 네 여정은 단순한 단계적 구조를 넘어 인간 실존을 단계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첫 번째 여정에서 저자는 인간이 가면을 쓰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존재임을 직면하게 한다. 이는 인간의 근원적 불안과 인정 욕구에서 비롯되는 행동이며,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취약함을 감추기 위해 더 정교한 가면을 만들어 낸다. 저자는 이러한 가면이 인간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고, 결국 타인의 기준에 종속되는 삶으로 이끈다고 분석한다. 독자는 이 지점에서 자신의 일상 속에서 반복되는 방어적 습관과 자기 조작적 태도를 반추하게 되고, 그것이 결코 해방의 길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여정은 인간의 자율성에 대한 지나친 신뢰를 비판하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만든 구조가 어떻게 자기 실존을 약화시키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두 번째 여정에서는 도망하고 숨어 있는 인간을 찾아오시는 하나님의 주도적 은총이 강조된다. 저자는 시편 139편이 보여주는 ‘하나님의 추적’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인간이 숨는다고 해서 하나님이 인간을 포기하거나 잊지 않으신다는 사실을 역설한다. 저자는 하나님이 인간의 마음 깊은 곳까지 아시는 분이라는 시편 기자의 고백을 통해, 하나님의 인식은 감시가 아니라 회복을 위한 관심이라는 점을 부각한다. 이 대목에서 저자의 목회적 감각이 더욱 선명해지는데, 그는 인간이 하나님 앞에서 도망하는 이유가 죄 의식 때문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직면하기 두려움 때문임을 지적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인간이 스스로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먼저 하나님이 나를 어떻게 보시는지를 이해해야 한다는 신학적 명제를 자연스럽게 제시한다. 하나님이 찾아오심으로 인간은 비로소 숨고 도망하는 삶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며, 이는 영적 정체성 회복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그려진다.
세 번째 여정에서 저자는 하나님을 만난 이후, 인간이 ‘흔들리지 않는 시선’ 속에서 자기만의 가치를 발견하게 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이 여정은 단순한 자기 확신의 회복이나 자존감 제고의 차원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저자는 하나님 앞에서 발견되는 정체성은 외부의 평가나 사회적 성취, 타인과의 경쟁으로부터 상대적 위치를 부여받는 정체성과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한다. 하나님 앞에서 존재 인식은 근원적이고 무조건적인 가치를 부여하며, 바로 이 인식이 인간의 불안정한 자기 정체성을 안정시킨다는 것이다. 독자는 이 과정에서 하나님과의 만남이 단순히 감정적 위로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규정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 이 여정은 신학적 인간론을 기반으로 하며, 인간이 누구인지에 대한 궁극적 해답은 자기 자신에게서 찾을 수 없고 하나님에게서 온다는 기독교적 정체성의 핵심을 간결하게 제시한다.
네 번째 여정에서는 내려놓음과 맡김이라는 자유의 의미가 정리된다. 저자는 하나님 앞에서 발견한 자기를 바탕으로, 인간이 더 이상 자기 방어의 메커니즘을 유지할 필요가 없으며, 자기 존재를 통제하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맡김이라는 행위는 수동적 체념이 아니라 하나님을 신뢰함으로써 가능한 능동적 자유의 실천으로 설명된다. 저자는 이 맡김의 여정이 인간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새로운 개방성을 가능하게 한다고 서술한다. 결국 이 책이 지향하는 자기 정체성 회복은 내면의 평안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자신,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변혁적 실천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내려놓음은 자기 포기나 현실 도피가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을 신뢰함으로써 삶의 무게를 바르게 감당할 수 있는 성숙으로 나아가게 한다.
이 책의 장점은 성경 본문을 단순한 해설의 도구로 사용하지 않고, 성경이 제공하는 인간 이해의 틀을 전면적으로 적용하여 독자의 삶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는 점이다. 저자는 신학적 논의를 쉽게 풀어내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지나치게 이론적이거나 추상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이를 잃지 않는 서술을 유지한다. 특히 얼굴과 가면이라는 상징은 독자에게 직관적으로 다가오며, 심리적·영적 경험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기능한다. 이 책은 상담학적 접근과 영성신학적 통찰을 균형 있게 결합하고 있어, 그리스도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성경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도록 돕는 효과적인 안내서로 읽힌다. 더불어 저자의 목회적 경험이 녹아 있어 독자가 자신의 현실을 이 책의 서술 구조 속에서 발견하고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강점을 지닌다.
이 책은 단순히 자기 치유나 내면 성찰에 머무르지 않는다. 저자의 관심은 철저히 ‘하나님 앞에서의 인간’이라는 신학적 관점이며, 정체성 회복의 과정은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명제를 일관되게 유지한다. 이는 자기 정체성 담론이나 심리학적 자기 위로에 익숙한 독자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된다. 저자는 정체성의 문제는 궁극적으로 영적 문제라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며, 인간이 진정한 자기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실존을 정직하게 드러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관점은 시편 139편의 영감과 조화를 이루며, 성경적 인간학을 현대인의 삶에 적용하는 좋은 모델을 보여준다.
종합적으로 볼 때, 『잃어버린 나를 찾습니다』는 실존적 혼란 속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하나님은 나를 어떻게 보시는지 고민하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유익한 안내가 되는 책이다. 저자는 시편 139편이 말하는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정체성의 출발점으로 삼아, 인간의 내면을 정직하게 해부하고, 하나님의 은혜 아래에서 다시 자기 자신을 만나는 과정을 깊이 있게 제시한다. 네 가지 여정은 단순한 단계적 설명이 아니라 영적 변혁의 구조를 형성하며, 독자가 자신의 실존을 새롭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이 책은 목회적 감수성과 신학적 성찰이 균형 있게 결합된 작품으로, 오늘날 그리스도인이 겪는 정체성의 위기를 성경적 관점에서 재해석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자원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독자가 가면을 벗고, 숨어 있는 자기 자신과 마주하며, 하나님 앞에서 새로운 자기를 발견하도록 초대하는 영적 여정의 동반자가 된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잃어버린 나를 찾는 과정이 단순한 자기 이해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진정한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임을 깊이 있게 깨닫게 된다.
특별히 이 책은 조영민 목사의 아버지 목사님의 43년 간 목회의 여정을 마치신 아버지 목사님께 헌정하는 책이기에 특별한 감정이 든다. 아버지를 향한 아들의 사랑과 존경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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