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12.3 계엄이후
한국교회 어디로가나/권수경 외 5명/야다북스/서상진 편집위원『12.3 계엄 이후 한국교회 어디로 가나?』는 최근 한국 사회의 정치적 격동과 그 속에서 드러난 한국교회의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책이다. 이 책은 기윤실이 주최한 연속 토론회에서 발표된 여섯 명의 학자의 글을 모아 구성되었으며, 각각의 글은 한국교회가 스스로 만들어낸 반기독교적 현실—권력과 결탁하고, 이념에 갇히고, 젠더 불평등을 유지하며, 근본주의적 폐쇄성에 사로잡힌—을 객관적 분석과 신학적 통찰을 통해 비판적으로 드러낸다. 한국교회가 세상으로부터 받은 비판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교회 내부에서 이미 기독교의 핵심 정신과는 괴리된 구조가 반복적으로 재생산되고 있다는 사실임을 이 책은 분명하게 보여준다.
권수경 교수는 한국교회가 직면한 우상숭배의 문제를 권력, 재물, 이념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분석한다. 권력과 신앙이 결합할 때 발생하는 자기정당화의 구조는 종교심리학적으로 볼 때 인지부조화를 해결하기 위한 강력한 합리화 과정을 낳고, 성경적 분별보다 집단적 정체성 유지가 우선되는 경향이 생긴다. 저자는 한국교회가 이러한 심리적 기제를 스스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정치 권력과의 결탁을 신앙적 사명으로 포장해 왔다고 지적한다. 이는 종교가 본래 지녀야 할 예언자적 비판정신과 윤리적 감수성을 약화시키며, 하나님보다 더 높은 가치를 따르게 만드는 대표적인 반기독교적 현상이다. 한국교회가 세속 권력에 기대어 자신을 유지하려는 습성은 교회의 영성을 황폐하게 만들고, 오히려 신앙 공동체를 권력 경쟁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정서적 퇴행을 일으킨다.
배덕만 교수는 트럼프 현상과 근본주의적 신앙이 결합하여 한국교회 내부에 어떤 정치적 태도와 심리적 구조를 만들어냈는지 분석한다. 미국 복음주의 내부의 백인 기득권 구조가 트럼프를 지지하며 종교적 민족주의를 강화시킨 과정이 한국교회의 일부 극우적 흐름과 유사한 형태로 재현되는 현상을 그는 “정치적 신앙화”라고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신앙은 삶의 전인적 변화를 이끄는 영적 힘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충성이나 이념적 열광으로 대체된다. 이러한 변질은 신앙이 더 이상 사랑·정의·비폭력이라는 기독교적 가치에 기반하지 않고 분노·증오·배제라는 정서에 의해 재구성되는 위험한 구조를 만든다. 사회심리학적으로 이는 집단적 동일시를 통해 불안과 위협을 해소하려는 기제가 강화되는 과정이며, 그 결과 타자를 향한 적대적 감정이 신앙의 언어로 포장되는 반기독교적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옥성득 교수는 한국교회가 과거부터 가져온 근본주의와 자유주의 신학의 갈등의 역사적 맥락을 짚는다. 저자는 근본주의가 신학적 정통성을 지키려는 긍정적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성경의 문자적 해석과 폐쇄적 교리 우선주의에 머무르면서 신앙의 살아 있는 역동성을 제한해 왔다고 진단한다. 반면 자유주의 신학은 지성적 사유와 사회적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었지만, 신학적 뿌리를 약화시키며 공동체적 영성을 해체하는 결과도 가져왔다고 설명한다. 이 양극단의 충돌 속에서 한국교회는 한편으로는 과도한 경계심과 공격성을, 다른 한편으로는 신학적 자기포기의 경향을 반복해 왔다. 이러한 이분법은 한국교회가 자기 내부의 문제를 성찰하는 대신 외부의 위협을 과장하거나, 반대로 전통적 신앙을 모두 시대착오적이라 치부하는 태도를 낳았고, 이러한 양극성은 결국 건강한 영적 분별을 상실하게 만드는 반기독교적 상황으로 이어졌다.
박성철 교수는 한국교회와 기독교 극우의 결탁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그는 한국교회가 권위주의적 구조를 해체하지 못한 채 오히려 정치적 극우와 결합하여 탈권위적 시대정신에 반하는 고착성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한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신앙이 은혜와 자유의 언어를 잃고, 특정 이념을 절대화하는 도구로 변질되는 현상이다. 극우적 신앙 문화는 신학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강한 정서적 흥분과 결속을 기반으로 유지되며, 이러한 구조에서는 비판적 사고나 도덕적 성찰이 배제되기 쉽다. 학자는 이러한 현상을 "정치적 종교심"이라고 분석하며, 이는 교회가 스스로 반기독교적 상황을 만들어내는 대표적 예라고 말한다. 교회가 사회적 약자나 타자를 향해 연대를 요청받는 시대에 오히려 적대와 배제를 강화하는 것은 복음의 방향성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행동이다.
백소영 교수는 한국교회가 여성에 대해 오랜 기간 유지해 온 구조적 억압과 성 역할 고정의 문제를 통렬하게 비판한다. 여성이 교회 내에서 동등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는 구조는 단순한 조직적 결함이 아니라, 신학적으로 왜곡된 인간관과 사회적 고정관념을 재생산하는 반기독교적 구조이다. 젠더 연구와 윤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억압적 구조는 주체성 상실, 내적 수치심 강화, 관계적 침묵과 같은 정서적 상처를 낳는다. 교회는 본래 억압받는 자의 해방을 선포하는 공간이어야 하지만, 여성에게 부여된 특정한 역할과 순종의 규범을 강조함으로써 오히려 억압의 구조를 강화해 왔다. 이는 복음의 해방적 정신과 충돌하며, 교회 공동체를 건강한 영적 상호성의 공간이 아니라 위계적 규범의 반복 장소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심각한 자기모순을 드러낸다.
장동민 교수는 한국교회의 공적 영성을 재구성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공적 영성이란 단순히 사회 참여나 공적 역할의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사회적 약자, 타자, 공공선이라는 가치를 영성의 중심에 놓는 재구성의 과정을 말한다고 설명한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공공 영역에서는 보수적 정치행위에 과도하게 몰입하면서, 정작 신앙이 가져야 할 공적 책임—정의, 연대, 회복, 화해—에서는 소극적으로 머무는 이중성을 보인다. 이는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교회 내부의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만 종교적 확신을 소비하는 반기독교적 경향을 강화한다. 장 교수는 한국교회가 다시 공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교회 내부의 권력 구조를 성찰하고, 사회의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영성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12.3 계엄 이후 한국교회 어디로 가나?』는 한국교회가 외부로부터 받는 비판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교회 내부에서 이미 반기독교적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드러내는 책이다. 각 장의 내용은 서로 다른 분야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중심 메시지를 공유한다. 그것은 교회가 자기 내부의 우상, 이념화된 신앙, 억압적 구조, 극우적 결탁을 직면하고 회개하지 않는다면, 교회는 더 이상 복음의 공동체로서 존재할 수 없다는 경고이다. 신앙은 본래 인간을 해방하고, 사회를 치유하며, 공동체를 새롭게 하지만, 한국교회는 때로는 이러한 복음의 방향성과 정반대로 움직이며 오히려 사회적 갈등과 배제를 강화하는 요인이 되어 왔다. 이 책은 그 구조적 모순을 신학적·심리적·역사적 관점에서 분석하며, 한국교회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자기 성찰의 과정을 촉구한다. 책이 제시하는 비판은 단순한 외부 평가가 아니라, 교회 스스로가 피하지 않고 직면해야 할 영적 진단서이며, 한국교회가 다시금 복음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깊이 있게 제시하는 신학적 보고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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