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성경의 첫 책 창세기가 전하는 복음의 핵심
창세기, 복음으로 읽기/이성호/좋은씨앗/서상진 편집위원이성호 목사(고려신학대학원 조직신학 교수, 광교장로교회 담임)가 저술한 『창세기 복음으로 읽기』는 설교집이면서 동시에 성경신학적·조직신학적 통찰을 담은 저작이다. 창세기는 흔히 “시작의 책”으로 알려있지만, 저자는 이 책을 단순히 세계의 기원을 설명하는 역사적 문헌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창세기 전체를 복음의 관점, 곧 하나님의 구속사적 언약의 시발점으로 읽어낸다. 창세기를 복음의 틀로 읽는 시도는 구약신학의 해석학적 난제 가운데 하나이다. 왜냐하면 창세기의 내러티브에는 신학적 선언과 역사적 서사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성호는 이러한 구조 속에서 하나님의 주권, 언약, 인간의 타락과 구속이라는 구속사적 대주제를 일관되게 관통시킨다. 따라서 본 서평의 목적은 이 책이 보여주는 창세기 해석의 신학적 의의를 검토하고, 특히 그 조직신학적 함의를 비평적으로 평가하는 데 있다.
이성호는 창세기 1장을 단순한 창조기사로 읽지 않고, 복음의 서론으로 해석한다. 그는 창조의 ‘좋았더라’(창 1:31)라는 표현을 “하나님과 인간, 피조 세계의 관계적 조화가 실현된 복음적 상태”로 이해한다. 즉, 창조는 단지 세계의 질서가 아니라 하나님과 인간의 언약적 관계가 완성된 상태이며, 타락 이후 복음은 이 잃어버린 관계의 회복을 지향한다. 이러한 해석은 칼빈주의적 창조론, 곧 하나님의 영광을 목적으로 한 창조의 관점과 맞닿아 있다. 또한 저자는 창조의 주체를 말씀하신 하나님으로 규정한다. 이 점에서 그는 하나님의 자기 계시를 강조하는 개혁파 계시론의 입장을 견지한다. 말씀의 선포가 곧 존재의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창조의 첫 장면은 이미 복음 선포의 원형으로 읽힌다.
이 책의 중심 축은 언약이다. 저자는 창세기 속 여러 언약―아담 언약, 노아 언약, 아브라함 언약이 점진적으로 발전하여 은혜언약으로 귀결되는 구속사적 연속성을 제시한다. 그는 “인간의 불순종이 언약을 깨뜨릴 수 없는 이유는 언약의 기초가 인간의 행위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 위에 있기 때문이다”라고 언급한다. 이는 개혁주의 조직신학의 전통, 특히 언약신학의 핵심을 목회적 설교 언어로 구현한 예라 할 수 있다. 하나님이 언약을 통해 스스로를 제한하시고 인간을 구속사의 파트너로 부르신다는 신학은, 창세기의 다양한 서사를 통합하는 결정적 신학적 틀로 작용한다.
창세기 3장은 인간의 타락을 다루지만, 저자는 이를 복음의 발현점으로 읽는다. 그는 “하나님이 아담을 부르셨다”(창 3:9)는 장면을 심판이 아닌 구원의 호출로 해석한다. 인간이 숨었으나, 하나님은 찾아오셨다는 그의 진술은 하나님의 일방적 은혜를 드러낸다. 이는 루터와 칼빈이 강조한 은혜의 선행성과 긴밀히 연결된다. 저자는 타락 후에도 인간의 역사는 계속되지만, 그것은 죄의 확산이 아니라 확장의 장으로서 기능한다고 말한다. 가인과 아벨, 노아, 바벨탑의 서사는 인간의 교만과 분리의 역사이지만, 그 속에서도 심판 안에 남은 은혜를 포착한다. 이러한 해석은 하나님의 섭리를 인간의 역사 속에서 실존적으로 조명한 시도라 평가할 수 있다.
책의 후반부는 아브라함과 그의 후손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이성호는 아브라함을 도덕적 모델이 아닌 언약적 믿음의 모범으로 제시한다. 그는 아브라함의 불완전함 속에서도 하나님의 신실하심이 드러난다고 주장한다. 아브라함의 신앙은 완전한 순종이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을 붙드는 신뢰이며, 이것이 바로 의로 여김 받는 믿음의 본질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요셉의 고백 “당신들은 나를 해하려 하였으나 하나님은 그것을 선으로 바꾸사”에 대한 해석은 책의 신학적 절정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구절을 섭리론의 결정적 본문으로 읽으며, “죄가 하나님의 뜻을 방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주권이 인간의 자유보다 크기 때문이다”라고 평가한다. 이는 전통적인 개혁파 하나님 주권론의 설교적 적용이라 볼 수 있다.
이 책의 특징은 학문적 신학과 목회적 적용의 균형이다. 저자는 창세기의 사건을 단지 도덕적 교훈으로 환원하지 않고, 모든 본문을 복음의 서사 안에서 재구성한다. 예를 들어, 결혼에 관한 해석에서 그는 남자와 여자의 연합은 사회적 계약이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언약적 만남이라고 말한다. 이 진술은 창조론과 인간론, 그리고 구원론이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설교는 신학적 체계 속에 있으면서도 실존적 감수성을 잃지 않는다. 창세기의 이야기들이 오늘을 살아가는 성도들의 삶에 어떻게 복음으로 재현되는가를 끊임없이 묻는다. 이는 신학이 교회를 위한 학문임을 일깨워주는 탁월한 사례다.
『창세기 복음으로 읽기』는 단순한 설교집을 넘어, 구속사적 해석학을 설교의 형식으로 구현한 신학적 성과물이다. 저자는 창세기를 구약의 역사로서가 아니라, 복음의 시발점으로 읽으며, 창조에서 구속에 이르는 하나님의 일관된 언약의 흐름을 제시한다. 조직신학적으로 본다면, 이 책은 창조론·인간론·죄론·구원론·섭리론·언약론을 하나의 해석학적 축으로 통합한다. 학문적 신학과 교회 현장이 분리되어 가는 시대에, 이성호의 설교는 신학이 교회를 섬길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창세기의 복음적 해석에 관심 있는 신학자와 목회자 모두에게 필독서로 권할 만하다. 창세기의 첫 장을 펴며 복음을 다시 읽고자 하는 이들에게, 『창세기 복음으로 읽기』는 단단한 신학적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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