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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변증은 학문이 아니라 복음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변증학은 기독교를 변호하거나 기독교로 개종을 권하기 위한 설득과 논증에 큰 유익을 주는 학문이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변증학이라는 통로를 지나서 복음을 만나게 되었는지 셀 수 없을 정도다. 사실상 변증학에서 학문의 성격을 벗기면, 변증이 남게 되는데, 기독교는 십중팔구 변증이라는 방식으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는 일에 뛰어들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수님은 형식주의로 변질된 유대교 사상에 사로잡힌 유대인들을 대상으로 하나님의 의가 담긴 새로운 도, 그리스도의 복음을 변증하셨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여러 사람에게 여러 모습이” 되어 구원의 역사를 이루는 일에 헌신했다(고전 9:22). 기독교 교리는 허공에 울리는 소리가 아니라 영혼을 파고들어 마음에 심기는 메시지이기 때문에, 반드시 어떤 식으로든 변증의 성격을 갖기 마련이다. 문제는, 어떤 변증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고 유익한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TGC에서 선정한 ‘변증학 및 전도 분야 올해의 책’에 선정된 <십자가 중심 변증학>을 쓴 공동 저자, 조슈아 채트로우(Joshua Chatraw)와 마크 앨런(Mark Allen)은 그동안 변증학 서적이 가지고 있었던 여러 장점을 하나로 통합한, 훌륭한 입문서를 썼다. 채트로우는 비슨신학대학원에서 변증학과 전도를 가르치는 실력 있는 젊은 학자이고, 앨런은 롤링스신학대학원에서 변증학과 문화 참여 분야에서 연구하고 가르치는 학자이다. 두 사람이 쓴 책은 팀 켈러, 알리스터 맥그래스, 케빈 벤후저, 대럴 복 등의 추천을 받았는데, 특별히 켈러는 “저자들은 변증학에 대한 다양한 접근 방식을 존중하며 소개하고, 여러 학문과 사상가의 통찰을 통합한 자신만의 길을 제안합니다. 강력히 추천합니다”라고 평가했다(6p).
변증학에 관하여 조금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아마도 고전적 변증, 증거주의 변증, 전제주의 변증, 경험적 변증의 개념이 무엇인지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변증학 서적은 저자가 추구하는 방식을 칭송하면서 나머지를 비평적으로 다루는 편인데, 채트로우와 앨런이 쓴 이 책은 성경이 말하는 변증의 특징을 다루면서(1-2장) 동시에 역사적으로 기독교 변증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대략적으로 소개한다(3-4장). 그리고서 비교적 현대의 변증 방법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면서 각각의 강점과 약점을 제시한다(5장). 이 책은 그중 어느 하나의 변증 방법을 취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모든 것을 통합하여 가장 이상적이면서 성경이 묘사하는 변증의 특성을 갖춘 “십자가 중심 변증”이 무엇인지를 소개하는 데 이른다(6-9장).
십자가 중심 변증의 네 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은데, 1) 말과 행동을 통해 십자가로 인도하기, 2)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십자가를 닮은 겸손, 3) 복음을 위한 전인적인 호소, 4) 십자가 렌즈를 통한 상황화(194p). 독자는 이 부분에서 채트로우와 앨런이 제시하는 변증 방법이 단순히 학문의 영역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의 부제는 “현대 문화에 ‘복음’으로 다가가기 위한 최신의 변증학 교과서”이고 원서의 부제는 “An Introduction for Christian Witness”인데, 결국 그리스도인의 증언은 인격과 인격의 관계 안에서 이루어지고, 복음으로 누군가에게 다가갈 때는 단순한 학문이 아니라 말과 행동 즉 인격으로 다가가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 나은 교리와 세계관을 가지고 누군가의 지성과 세계관을 파괴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가 가진 복음의 능력이 그들 영혼 안에서 일할 수 있도록 겸손과 온유로 옷 입어야 한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가 아니라 ‘네가 진실로 찾는 것이 바로 내가 가진 복음에 있다’라고 말해줄 수 있어야 한다.
채트로우와 앨런은 마지막 10-13장에서 후기 모더니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어떻게 십자가 중심 변증 방법을 실천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제안한다. 기독교를 향한 여러 비판에 어떻게 겸손히 대답할 수 있을지 소개한다. 보통은 증거주의 혹은 전제주의로 변증하는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어떻게 십자가 중심 변증 방법으로 제시할 수 있는지 실제 사례 가이드를 제공한다. 사람을 구원에 이르게 하시는 분은 오직 하나님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하나님이신 예수님께서 복음을 전파하실 때 얼마나 겸손하게, 전인적으로 호소하셨는지, 청중에 따라 각각 다르게 배려하며 다가가셨는지 생각해 볼 때, 이 책이 제시하는 십자가 중심 변증 방법이 정말 필요하다는 확신에 이르게 된다. 우리는 하나의 변증법을 고집하는 학문이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여러 모습이 되어 구원의 길을 제시하는 십자가 앞에서의 변증을 배워야 한다. 우리는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을 때, 그들에게 천편일률적인 방식으로 다가갈 것이 아니라 각각의 민족과 나라, 문화와 배경, 나아가 개인이 가지고 있는 태도와 세계관에 맞춰 다가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그리스도와 그분의 제자가 해왔던 변증이고, <십자가 중심 변증학>은 그 오랜 역사와 전통, 성경적인 특성을 갖춘 변증의 방식이 무엇인지 독자를 충분히 가르치고 훈련해 주는 훌륭한 입문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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