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주님이 원하시는 교회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교회와 성도가 교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익숙해져 있는 상태에서 교회의 본질과 이유와 목적을 생각하게 되었고 자신을 점검하게 되었다.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뒤집어엎으신 것 같다. 자연스러웠던 일상의 흐름이 강제정지 되었고 쉼 없이 달려왔던 인간에게 강제안식이 선언되었다. 교회 또한 상상도 못했던 ‘예배중단’이라는 강제중지가 이루어졌다.
코로나 앞에 교회는 당황하고 성도는 불안해한다. 교회는 예배에 목숨을 걸어야 인생에 성공한다고 성도에게 가르쳐왔는데 예배를 드릴 수 없게 되었으니 인생에 실패할 것 같다. 예배를 소중히 여기시는 하나님인데 모이지 못하게 하는 정책들 앞에 가야 할 길을 잃었다. 미증유 사태 속에 답은 정해져 있지 않고 누군가 걸어가고 보여주는 것이 답인 것처럼 보이는 뉴노멀이 되었다. 교회는 예배중심이여야 하는데 중심이 사라지니 교회는 역사 속에서 사라지는 것인가.
본 책은 코로나 위기 속에서 교회의 아픔과 성도의 신음을 보며 고민하던 목회자가 내어놓은 에베소서 강해집이다. 실제 이 내용은 작년 ‘올 라인 수련회’로 약 10주간 금요일과 주일에 저자가 섬기는 교회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기독교와 구원의 대서사시, 서신서 중의 여왕이라는 찬사를 받는 에베소서를 연구하고 주해하여 탁월하면서도 쉽게 풀어 쓰는 작업은 쉬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저자는 학문적 성실함과 목자의 간절함을 담아 그 일을 이루어 내었다.
필자는 에베소서의 책을 여러 권 보았다. 그래서 에베소서가 드러내고자 하는 목적을 말하라면 몇 가지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 책이 가지는 특징은 무엇인가? 필자는 ‘조화와 균형’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선, 에베소서의 숲과 나무를 조화롭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저자는 원어 분석과 주해를 철저히 하여 문장의 의미를 잘 드러낸다. 아울러 나무에 집중하는 것을 넘어 에베소서 숲에서 그 나무를 조명하며 숲을 울창하게 만들고 있다.
연구자들은 단어와 문장에 집중하다 보면 에베소서가 보여주고자 하는 주제를 놓칠 우려가 있는데 저자는 본문의 강조와 목적을 넘어서지 않고, 바울이 의도했던 것을 보여주는 것에 충실하다. 아마 저자의 욕심과 의도를 절제하고 에베소서를 담아내려는 노력이 나무도 살려주고 숲까지 빛나게 하였으리라 여겨진다. 설교자가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감추고 본문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둘째, 교회의 조화이다. 저자는 교회를 건물이 아니라 한 성도라고 힘주어 강조한다. 교회가 우상이 되면 하나님의 뜻이 가려지고 사람도 상처받는 일들이 발생하는데 저자는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한 성도라는 성경의 가르침을 따른다. 성도는 하나님의 놀라운 구원을 받은 거룩한 백성이다. 교회는 속량함을 받은 성도들이 모인 공동체이고 그 성도는 예수 그리스도에게까지 자라가는 목적과 사명이 있다.
아울러 저자는 교회라는 공동체도 균형 있게 강조한다. 교회는 진리가 역사하는 곳이고 진리의 기둥과 터이다. 이곳은 구원받은 무리의 공동체로서 개인의 구원을 넘어 공동체적으로 구원하는 하나님의 능력이 나타나는 곳이다. 개인주의는 이 시대의 대표적인 사조인데 이것이 교회에도 들어와 개인구원에만 함몰될 수 있다. 그러나 교회는 철저히 하나님의 구원은 공동체적이라는 가르쳐 구원이 협소해지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셋째, 그리스도의 머리되심이다. 하나님께서는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에 있는 것이 다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되게 하려 하신다. 여기서 ‘통일되게 하신다’는 의미는 ‘머리가 되게 하신다’는 뜻이다. 그래서 에베소서는 성도의 생애가 그리스도의 통치가 다스림을 받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구원받은 무리의 공동체인 교회 또한 그리스도의 주권이 머리가 되어야 하는 곳이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머리되심은 성도와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끝없이 펼쳐져야 한다. 이 주되심과 그리스도의 통치는 하나님의 위엄 있는 지상명령이고 우리의 위대한 사명이다. 이 땅에 그리스도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영역은 한 치도 없다는 아브라함 카이퍼의 선언은 바울의 에베소서를 따르고 있다. 주님의 다스림이 있는 곳에 기쁨이 있고 평화가 있다. 주님이 통치하시는 곳에 우리 모두 살게 되는 역사가 있다.
저자는 이렇듯 책을 통해 ‘조화와 균형’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이 책의 백미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에베소서를 보며 성령충만한 삶이 어떤 삶인지 다시 깨닫게 된다. 성령충만이 어떤 특별한 능력과 기적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가는 곳에 막힌 담이 무너지는 것이고 서로 존경하고 평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방인과 유대인도 성령충만함으로 하나가 되었는데 우리는 오히려 성령불만하여 높은 벽을 쌓고 있는 삶이 아닌가.
에베소서는 사도를 통해 분명히 ‘조화와 균형’의 삶을 보여주는데 우리는 성령을 따라 살지 못해 부조화와 불균형의 모습을 갖고 있다. 알코올을 마시지는 않아도 세상의 술에 취해서 혼돈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책을 통해 주님이 꿈꾸신 그 교회가 어떤 교회인지 마음에 그려보며 그 걸음을 내딛길 소망한다. 코로나 시대는 교회가 더 본질을 붙잡아야 하는 시대이다. 그런 손길에 귀한 도구인 이 책을 추천한다.